죽음을 기억하며 현재에 충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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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기억하며 현재에 충실하라
  • 최선경 편집국장
  • 승인 2011.11.0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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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 신인 소설가 이은선(홍성여고 47회) 작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도 저절로 시인이나 소설가가 될 것만 같은 아름다운 가을이다. 고등학교 시절의 문예반 활동이 기초가 돼 신춘문예에 당선됐다고 소감을 말하며, 얼마 전 모교를 찾아 후배들을 위해 ‘카르페 디엠과 메멘토모리’에 관한 주제로 열띤 강연을 마친 이은선 작가를 만났다.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붉은 코끼리’로 당선된 이은선(본명 이미선) 작가는 광천여중, 홍성여고(47회)를 졸업한 이 지역 출신 신인소설가이다. 한신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했다.

“홍성여고 문예반 수업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말했던 이 작가는 당시 국어선생님이셨던 이정록 시인으로부터 문학을 배웠다.

“어릴 적부터 꿈이 소설가였다. 고등학교에 진학해 문예반 활동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돌입했다. 백일장 등 각종 대회에 나가 수상을 했고 그래서 대학입학도 문학특기자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당선작 ‘붉은 코끼리’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상징적 압축미가 뛰어나다. 동물원 코끼리 조련사의 이야기 안에 많은 것을 담았다”며 “여기서 동물원을 지배하는 어떤 메커니즘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세계의 어떤 축도와도 같다. 이 작품은 쓴 것 이상의 의미를 함축하면서 독자에게 시적인 울림을 선사한다”는 평을 받았다.

이에 이 작가는 “처음엔 무섭고 떨렸다. 더욱이 심사위원들에게 직접 당선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믿겨지지 않았다”며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할머니를 위로함과 동시에 나 자신을 안정시키기 위해 쓴 글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다수의 사람들이 너무 ‘동물원’이라는 공간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라는 약간의 아쉬움도 덧붙였다.

이 작가는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좌우명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카르페 디엠’이란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이다. 우리말로는 ‘현재를 잡아라’ 혹은 ‘현재를 즐겨라’로 번역되는 라틴어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자주 이 말을 외치면서 더욱 유명해진 용어로, 영화에서는 전통과 규율에 도전하는 청소년들의 자유정신을 상징하는 말로 쓰이곤 했다.

그리고 ‘메멘토 모리’란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라틴어로 이탈리아 중세 수도원의 정문에 적혀 있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늘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현재의 중요성을 알지 못한다. 우리는 늘 죽음에 한 발짝 다가가는 나날들을 살고 있으면서도 죽음과 삶에 대하여 먼 것으로만 여기곤 한다”

이 작가에 의하며 우리들이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에서 ‘메멘토 모리’하면서 ‘카르페 디엠’을 할 수만 있다면 사람들은 저마다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살면서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이 작가는 작가로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았는지,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알 수 있도록 평소에 녹음, 사진, 다이어리 등 기록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흔적을 남기고 있다.

“소설을 쓴답시고 10년 만에 등단을 하고 나서 천안 고깃집에서 이정록 선생님을 만났다. 맥주 한잔을 따라 드렸더니 ‘이거 따르기 참 오래 걸렸다’며 격려해 주셨다. 그러면서 ‘앞으론 네가 좌절할 때 술을 사 주마. 오래 같이 가자’고 말씀하셨다”고 말하며 이 작가는 주변에 좋은 선생님들 덕분에 많은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멘토에 대해서도 덧붙인다.

“고등학교 은사님이신 김한정수 선생님이 내 멘토이다. 10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으시다. 가장 힘들 때마다 생각이 난다. 무엇이든 시간이 지나면 변하기 마련이지만 선생님께서는 여전히 열정적이고 변함이 없으시다. 그 마음을 본받고 싶다”

때때로 쓰는 일이 너무 힘겨워 그만 두고 싶을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자신을 일으켜 주는 것은 결국 가족의 힘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소설을 쓰고 싶냐는 질문을 던졌다. 한국국제협력단 단원으로 대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에 1년 간 경험을 전하며, 그 덕분에 ‘아랄해’의 위기에 대해 알게 됐고 ‘아랄해’가 한국문단에 소개된 적이 별로 없어서 앞으로 이와 관련된 소설을 쓰고 싶단다.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호수로 알려진 중앙아시아의 아랄해는 그 명성이 무색하게도 이제 면적이 채 13% 밖에 남지 않았다. 이로 인한 환경재앙과 지역사회 붕괴는 아랄해를 공유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 심각한 사회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의 위기 시대, 아랄해는 우리의 물과 환경 과용이 일으키고 있는 재앙과 그 재앙이 인간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올 수 있음을 온 몸으로 경고하고 있다. 거대한 아랄해에서 벌어진 위기는 바로 이 땅 4대강에서 벌어지는 것과 규모만 다를 뿐이다. 타당하지도 않은 수자원확보라는 미명하에 물길 곳곳에 거대한 댐을 세우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4대강사업이 아랄해를 위기로 몬 그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고 이 작가는 말한다. 조만간 ‘문학과 지성’사에서 자신만의 단편집이 출간될 예정이라 이 일에 몰두하고 있다는 얘기를 덧붙이며 현 시점에서 항상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산다면 결코 후회하는 삶은 살지 않을 것이라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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