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익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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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이 온다
  • 조남민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5.08.2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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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 그는 언제나 한복을 단정하게 입고 다소곳한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조용히 노래를 시작한다.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갯버들이 그의 노래를 따라 살며시 꿈틀대기 시작하면, 어느새 여름 한나절의 장쾌한 소나기가 거칠게 뒷 소절을 받아 쿵쾅거리며 공중에 한바탕 경련을 일으키곤 한다. 노오란 황금 평야가 한가로이 펼쳐진 늦가을 평화로운 들녘 공간위로 풍성한 곡조가 울려 퍼지고, 흰 눈이 하얗게 내린 겨울날 시골 마당에 눈부신 아침햇살이 살며시 내려앉으면 그의 노래는 조용한 마무리를 하며 가슴으로 스미게 된다.

 

장사익은 홍성군 광천읍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음악에 관한 남다른 재능이 있었지만, 일상에 묻혀 좀처럼 음악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를 꿈꿨다. 40대 후반에 빛을 보기까지 수많은 역경과 고난이 찾아왔지만 노래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견뎌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장사익의 노래는 항상 정체를 알 수 없는 노래 이상의 그 무엇이 생겨나와 끝없는 울림이 되어 온 몸을 휘감는다. 결국 노래가 끝날 즈음엔 나지막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것은 곡조가 가진 처연함과 소리가 가진 애절함의 절묘한 조합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1995년에 발표된 제1집 ‘하늘가는 길’은 장사익을 세상에 알린 회심의 역작이다. 여기에 실려 있는 <찔레꽃>은 그의 대표곡이 되었고 ‘이런 노래도 있구나’ 하는 관심과 호응 속에 폭 넓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가슴으로 부르는 그의 곡을 듣던 사람들은 그를 흔한 유행가 가수라 칭하지 않았다. ‘하늘이 내린 소리꾼’. 그를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2집 ‘기침’에서 선보인 <삼식이>는 우리지역의 사투리를 그대로 노래에 넣어서 흥겨움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삼식아~ 워디갔다 이제 오는겨, 쟤 손좀 봐유, 쌔카만 것이 까마귀가 보면 할아버지~ 하겄어, 빨랑와 손씻고 밥먹어~” 이런 가사가 노래가 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에 흔히 보던 풍경이 떠올라 자연스레 웃음이 피어나게 된다. <기침>이라는 노래는 서글픈 인생살이로 인해 새벽녘까지 기침에 시달리는 풍경을 절묘하게 묘사했다. 이밖에도 아버지를 산에 묻어 드리고 온 날 밤, 문 열어달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애절한 장면을 노래한 <아버지>, 인생무상을 노래한 <허허바다>, ‘어머니,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라고 어머니와 대화하듯이 부르는 <꽃구경>등 그의 노래는 유달리 애절하고 가슴 먹먹해지는 곡들이 많다.

또한, 그가 새롭게 해석해서 부르는 <동백 아가씨>, <님은 먼 곳에>, <비내리는 고모령>, <대전 블루스> 등은 들을 때마다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 일쑤다. 그런 장사익이 홍성에 온다. 물론 고향이니까 자주 방문하기는 하지만 이번엔 정식으로 홍성군민들에게 노래를 선사하고자 홍성에 내려온다. 홍성에서 펼쳐지는 ‘홍성역사인물축제 (9.11~13)’ 기간 중 메인 무대에서 그동안 그를 키워준 홍성군민들에게 감사와 고마움을 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크로스오버 국악, 재즈를 넘나들며 들려주는 그의 노래에 홍성군민 모두가 함께 울고 웃어볼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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