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생각하며 볼 수 있는 영화 ‘4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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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생각하며 볼 수 있는 영화 ‘4등’
  • 정수연 <미디어활동가·주민기자>
  • 승인 2016.05.2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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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대회만 나가면 매달 권에 들지 못하는 한 친구 ‘준호’가 있다. 하지만 1등에 집착하는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새로운 수영코치를 만나게 된다.
새로운 수영코치는 1등은 물론 대학까지 골라 가게 해주겠다고 약속하며 대신 연습기간 동안 엄마의 수영장 출입을 금한다. 대회가 코 앞 인데도 늘 PC방이거나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코치, 허나 알고 보면 16년 전 아시아신기록까지 세운 사람이었다.
코치의 의심스런 연습이 지나가고 시작된 대회.
준호의 성적은 1등과 불과 0.02초 차이였다. 준호의 매달 소식에 정말 오랜만에 집에 웃음꽃이 피는 그 때, 신이 난 준호의 동생 기호가 해맑게 질문을 던진다. “정말 맞고 하니깐 잘 한 거야? 예전에는 안 맞아서 4등만 했던 거야?” 질문을 받은 준호는 얼굴이 시퍼렇게 질리고 그 얼굴만큼이나 12살 아이의 몸은 멍투성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4등’의 이야기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2번째 프로젝트로 참여했던 인권 영화이기도 한 이 영화는 스포츠 인권을 다루고 있다.
자신도 폭력 때문에 국가대표를 그만 두었으면서도 ‘때려 주는 선생이 진짜’ 라는 수영코치, 아들이 맞는 것보다도 4등 하는 것이 더 무섭다는 엄마의 고백, 그리고 정말 맞아서 잘하는 거냐고 순수하게 묻는 동생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1등이 되기 위해서라면 폭력까지도 묵인하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수영을 그저 좋아해 꿈이 된 아이와 그 아이를 통해 목적을 이루고 싶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과주의, 1등주의를 새삼 고민하게 되었다.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꿈을 찾으라’는 의미는 그 꿈을 통해서 즐기고 기뻐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을 통해서 돈을 많이 벌거나, 지위가 올라서는 등 소위 성공하라는 것은 아닐까?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는 이가 많지 않은 것은 어릴 적부터의 이런 성과주의식 교육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를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꼭 봤으면 좋겠다. 특히 학령기의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래서 ‘자식이 잘 되라고’ 또는 ‘말로만 해서는 1등 하기가 어려우니깐’이라는 이유로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폭력을 행하고(혹은 행하는 폭력을 모른 척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영화 ‘4등’은 아직 상영 중인데 서울의 일부 독립영화관 중심으로 상영되고 있다.
홍성의 영화관에서는 스치듯이 지나간 것 같아 정말 아쉽다. 지역에서 독립영화를 정기적으로 쉽게 볼 수 있었으면 정말로 좋겠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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