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살았는데도 ‘주민’이 아니다?
상태바
10년 살았는데도 ‘주민’이 아니다?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0.01.16 0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축사제한 조례…‘사람’뒷전인 전형적 탁상행정
주거밀집지역 ‘단독·공동주택’한정… 일정구역 지정·고시 사육제한
500평 규모의 소축사 신축이 허용된 부지(상송리 227-6번지) 경계선으로부터 200m 이내에 10년 전부터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500평 규모의 소축사 신축이 허용된 부지(상송리 227-6번지) 경계선으로부터 200m 이내에 10년 전부터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군청 공무원이 개입된 500평 규모의 축사신축허가(장곡면 상송3리)를 둘러싸고 마을에 주소지를 두고 지난 10년간 거주하고 있는 한 주민이 ‘주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탁상행정으로 조례를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낳고 있다.

마을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축사신축을 추진하고 있는 이모 씨에게 땅을 매각한 마을 주민 윤모 씨는 현행 ‘홍성군 가축사육제한구역에 관한 조례’ 시행을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소 축사신축 인허가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부지에 500평 규모의 소 축사신축이 허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현행 조례 이전 조례를 근거로 인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개정 이전 조례에 따르면 ‘주거밀집지역’으로부터 200m만 떨어져 있어도 면적에 상관없이 소 축사를 지을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다. 그러나 현행 조례는 해당부지에 270평(900㎡)이상의 소 축사신축을 명백히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조례의 ‘주거밀집지역’이란 용어의 해석과 적용범위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마을주민들은 “군이 허가를 내준 땅의 부지경계선으로부터 200m 이내에 지난 10년간 거주하고 있는 주민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며 “이전 조례를 따르더라도 군이 허가를 내주면 안되는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홍성군의 해석은 다르다. 군 환경과 직원에 따르면 “마을 주민이 거론하는 문제의 건축물은 건축물대장에 ‘축사’로 기재돼 있었기 때문에 조례가 규정하고 있는 건축법시행령의 ‘단독 및 공동주택’의 범위에 포함시킬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축사설치반대 상송3리주민대책위(이하 주민대책위)’ 강문규 위원장과 해당 건물주인은 “그렇다면 조례는 엄연히 세대를 구성해 2010년부터 현재까지 살고 있는 주민을 주거민으로 보고 있지 않는 것이냐?”라고 반문하면서 “사람이 먼저 있고 법이 있는 것이지, 법대로 하면 그 집에 살고 있는 주민은 ‘주민’이 아니라 무슨 개나 돼지로 취급하는 것이냐, 황당하다”며 한 목소리로 반발했다.

‘주택법’에 따르면 ‘주택’이란 “세대(世帶)의 구성원이 장기간 독립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된 건축물의 전부 또는 일부 및 그 부속토지를 말하며,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으로 구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법 제12조에 따르면 ‘주민’은 “지방자치단체의 구역 내에 주소를 가지고 있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법률적 의미의 주민은 자신이 주소를 두고 있는 지역의 공공시설을 이용할 권리와 행정 혜택을 누릴 권리,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에 지방세를 내는 등 지방자치단체의 비용을 분담하는 의무가 있다. 그리고 홍성군 조례는 건축법시행령에 따라 ‘주거밀집지역’을 ‘단독 및 공동주택’으로 한정하면서 ‘주택’간의 거리가 “주택건물 외곽과 외곽이 상호 100m를 연접해 이어진 지역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건물에서 10년간 홍성군의 주소를 갖고 자신과 가족들이 실제 거주하고 있는 건물주 윤 씨는 홍성군 조례에 따르면 ‘주택법’이 규정하는 ‘세대의 구성원이 장기간 독립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된 건축물의 전부 또는 일부 및 그 부속토지’인 ‘주택’에 살고 있음에도 홍성군의 ‘주민’으로 ‘행정혜택’을 누릴 권리에서 배제당한 꼴이다.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시장·군수·구청장은 ‘주거 밀집지역으로 생활환경의 보호가 필요한 지역’에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구역을 지정·고시해 가축의 사육을 제한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김석환 군수는 ‘홍성군 가축사육제한에 관한 조례’를 정할 수 있고, 실제로 ‘주거밀집지역’에 관한 적용범위도 필요에 따라 바꿨다. ‘주거밀집지역’의 범위를 ‘12호’로 할 것인지 ‘5호’로 할 것인지를 정할 수 있고, ‘주택’의 범위도 더 넓게 혹은 더 좁게 규정할 수도 있다. 그리고 건축법시행령으로 구분된 ‘주택’의 범위 외에 ‘생활환경의 보호가 필요한 지역’이라고 판단되면 논란이 되고 있는 윤씨와 같은 집도 포함시킬 수도 있다.

강 위원장은 “현재 주민들은 마을 주민 윤모 씨가 자신의 땅에 허가받은 축사신축이 정당한 절차와 관련규정을 따랐는지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라며 “군수와 축사신축 인허가에 개입된 공무원들과 군의원이 함께 공청회를 갖자고 군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빠른 시일 공청회를 갖기 위해 김석환 군수와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7일 군청 공무원으로 재직 중인 윤모 씨는 상송3리 마을주민들에게 자신의 부친 명의의 땅을 이모 씨에게 매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직접 축사를 짓고 운영하려고 했으나 부친이 암수술을 했고, 모친도 아프고 부인도 아파 도저히 축사운영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민들이 동의를 해준 것은 맞지 않느냐?”며 “이미 소유권이 (이모 씨에게)넘어간 이상 어쩔 수 없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강 위워장을 비롯한 주민대책위와 주민들은 공무원 윤모 씨가 “당시 주민들의 동의 내용이 조건부였다는 사실은 빼고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2018년 당시 윤씨 가족이 허가받은 축사면적이 500평에 달하는 줄도 몰랐고, 그렇게 큰 규모의 큰 축사가 마을주민이 아닌 사람이 운영한다는 내용도 전혀 듣지 못했다. 또한 허가조건이 아닌 ‘주민동의서’를 굳이 받은 것도 수상하다. 윤씨 가족 중에 군의원도 있고 공무원도 있는데 혹시 이들이 인허가 과정에 개입된 것일 수도 있다는 의심마저 하고 있다”며 “윤씨 가족에게 보여준 주민들의 선의를 이런 식으로 배신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