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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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여름
  • 조남민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0.08.1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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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의 장마가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물난리를 겪은 곳은 재난지역으로 선포될 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고, 이재민과 사상자 또한 기록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제방이 붕괴되고 도로가 침수된 곳이 하나둘이 아니다. 장항선의 운행이 중단되고 홍성천이 범람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하면 우리 홍성의 피해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편에 속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장마 소식을 접해야 할지 모르지만 더 이상의 큰 피해 없이 지나가기를 기원하는 것은 온 국민의 공통된 염원일 것이다.

이 장마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올해의 여름은 유난히 서늘하다. 이미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고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올 여름은 코로나가 가져온 지겨운 봄의 연장선일 뿐이다. 코로나19가 존재하는 이상 이미 계절은 멈춰버린 것이다. 사계절은 잠시 멈추어 섰고 오로지 ‘마스크의 계절’만 있을 뿐이다. 앞으로 다가올 가을과 겨울도 역시 마스크와 방역, 나날이 전해지는 감염자의 숫자와 함께하는 그전과는 완전히 다른 계절이 될 전망이다.

현재의 시점에서만 봐도 그렇다. 지금이 봄인지 여름인지, 계절이 언제 변했는지 모르겠다.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얼굴의 절반 이상을 마스크로 가리고 다니고 있으니 덥게 느끼는지 춥게 느끼는지도 알 수 없다. 저마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필요한 말 이외에는 하지도 않는다. 다만 쓰고 있는 마스크가 조금 얇아진 것이 계절을 살짝 느끼게 하는 정도다.  

한 여름 뙤약볕에서 땀 흘려 본 지가 며칠이나 됐나, 땀은커녕 햇볕이라도 제대로 쬐어보지 못한 것이 거의 한 달여에 이른다. 실내는 습기로 가득하고 기분은 대체로 가라앉는다.
이번 여름에 사라진 단어들은 ‘해수욕장, 여름휴가, 문화생활, 뽀송뽀송’ 등이고 대신에 ‘확진자, 백신, 집중호우, 호우특보’ 등이 그 자리를 채웠다. 

그러나 무기력하게 앉아서 이 서늘한 여름을 맞을 수는 없다. 장마철에 한 번씩 보일러를 틀어 곰팡이와 눅진한 분위기를 제거하듯, 휴가도 가고 문화생활도 즐기며 활기차게 여름을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올해는 특히,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해서 휴가를 독려하고 있다. 휴가란 것이 단순히 논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실은 삶을 재충전하는 의미가 크기에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휴가기간 동안 수해복구 현장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거나, 자기계발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비대면 시대의 문화흐름을 찾거나, 고전영화를 몇 편 선정해 시간을 거슬러 가보거나, 대하소설을 하나 골라서 독서삼매경에 빠져보는 것도 슬기로운 휴가생활에 속한다. 요즘은 채널만 돌리면 세계 여러 곳에 대한 여행도 뚝딱 해치울 수 있는데, 대륙을 정해 통째로 살펴보면 연구하는 느낌도 들어서 더욱 재밌게 시청할 수 있다. 

서늘한 여름을 이겨내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심신이 지치지 않게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다. 하루에 도착하는 재난문자가 수십 건에 이르고, 쏟아지는 우울한 뉴스가 줄을 잇지만 그래도 어딘가에 희망은 있다. 장마철의 축축한 생각은 걷어버리고 뽀송뽀송한 생각으로 생기를 찾아야 한다. 마스크에 우산까지, 챙겨야 할 것들이 많지만 그래도 길을 나서서 무언가 긍정적인 일을 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법이다.

 

조남민 <홍성문화원 사무국장·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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