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비싼 당신-4월11일 권력좀비 퇴치의 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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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비싼 당신-4월11일 권력좀비 퇴치의 날로
  • 김선미 디트뉴스 주필
  • 승인 2012.03.2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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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도 남도 좌도 우도 없는 ‘불타는 권력욕’

1년에 5억 원, 4년 사용하려면 20억 원쯤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것도 알토란같은 내 돈으로 말이다. 여기에 장부에 기록되지 않는 유무형의 부대비용을 합하면 구매, 유지비용은 훨씬 많아진다. 그 추가비용도 당연히 내 주머니에서 나간다.

그런데도 일단 구매하고 나면 주인이라도 변변하게 말도 한 번 못 붙이기 일쑤다. 주인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워낙 제멋대로여서 때로는 반품, 환불 조치하려해도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부글부글, 꾹꾹 참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 구매행위가 영구불변은 아니라는 점이다. 4년에 한 번씩, 고기를 잘못 구워 새까맣게 태워먹은 불판을 갈아 치우듯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지기는 한다.

이 제품은 평소 자신들이 막무가내라는 점을 아는지 가끔씩은 조폭, 동물, 마누라(오해는 마시라. 이는 결코 주부들을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비유가 그렇다는 것이다.)와 비견되며 시리즈로 웃음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 웃음이라는 것이 통쾌하거나 호쾌한 웃음이 아닌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눈치 챘겠지만 ‘우리들의 선량(選良)’ 이야기다. 국어사전에는 선량을 뛰어난 인물을 가려 뽑음, 그렇게 뽑힌 사람, ‘국회의원’을 달리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자신들의 막무가내 아는지 가끔은 시리즈로 웃겨
선량이 국회의원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뛰어난 인물을 가려 뽑는 일인지, 그렇게 뽑힌 사람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대신 수많은 선거 출마자들을 인터뷰했던 동료 기자의 말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출신도 배경도 학력도 경력도 선거에 나오려는 이유도 제각각이었던 이 사람들에게 딱 하나 공통점이 발견 되더란다. 남들이 뭐라 하건 여건이 어떻든, 굴하지 않는 ‘그 불타는 권력욕’말이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독선과 아집은 덤이다.

정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하는 모습들이다. 후보등록이 마감됐고, 4.11 총선을 보름쯤 앞둔 정치권, 정치인의 행태는 예전과 다름없이 권력욕의 화신들의 집합처럼 보인다. “정치하는 인간들은 다 똑 같아!” 제품 구매자들의 날선 비명이 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케 할 뿐이다.

새누리, 민주통합당, 자유선진당 등 각 당 모두 개혁 공천을 하겠다며 갖은 요란을 떨었건만 각 당 공히 그 과정은 이미 알려진대로다. 애초 내걸었던 개혁, 공정, 참신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대의명분 그런 것도 찾기 어렵다. 오로지 남은 것은 ‘국가와 민족’은 고사하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당이야 망하거나 말거나 오직 하나. ‘나의 권력’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간다면 ‘내 계보’를 위한 권력싸움뿐이다. 이 아수라판에서도 불출마, 정계은퇴, 양보 같은 아름다운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나 대다수는 날 것 그대로의 ‘권력욕’을 구태여 감추려 들지 않는다.

유권자들이 권력 화신 되어 ‘뽄때’를 보여줘야
‘권력욕’ 앞에는 여성, 남성의 성 구별도 없다. 좌도 우도 없다. 솔직히 이번에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내심 조금쯤은 했었다. 공교롭게도 주요 정당의 대표들이 거의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한명숙, 이정희. 내가 성차별주의자 내지는 여성우월주의자는 아니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솔직히 여성들이 하면 좀 나을 줄 알았다.

그러나 계파의 이익, 결국은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위해서 권력을 휘두르는 데는 20대부터 퍼스트레이디를 지낸 분은 물론이고 총리를 지낸 야당의 대모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진보정당의 40대 대표도 그 집요함을 감추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여론조사 조작문제가 불거져 나왔을 때만해도 과감히 접을 줄 알았다. 정치를 모르는 나의 ‘순진함’이 나은 오판이었던 셈이다. 다행히 출마를 강행하려던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막판에 물러섬에 따라 야권연대를 완전히 무너뜨리지는 않게 됐다.

하기야 권력은 아버지하고도 나누지 않는다고 한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구매해야 하는 제품이 ‘권력욕 덩어리’라는 것이 씁쓸하기는 하지만 목욕물이 더럽다고 아기까지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허를 찔러 역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 이번에는 유권자가 거꾸로 권력의 화신이 되어 좀비 같은 권력덩어리들을 퇴치하는 것이다. 4월11일, ‘내겐 너무 비싼 당신’들에게 유권자의 ‘권력욕’이 얼마나 무서운지 한 번 ‘뽄때’를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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