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풍선에 담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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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풍선에 담긴 의미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1.03.2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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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정, 학교, 직장 등 수많은 집단 안에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그들로부터 자신의 존재감과 중요성을 확인한다. 타인으로부터 충분한 관심과 인정을 받을 때 자신을 가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무시당하면 좌절감을 느낀다. 

G양은 온라인 방송인 아프리카 TV를 열심히 시청하는 여대생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자취방에서 혼자 지내다보니 심심하다 못해 외로움이 밀려왔다. 그 감정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사이버 세상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시청하던 중 아프리카 TV(A freeca TV)에서 게임 컨텐츠 방송을 운영하는 한 BJ(Broadcasting Jockey)를 알게 됐다. 처음에는 시청자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BJ와 함께 게임을 시작했고, 낮과 밤이 바뀌는 야행성으로 변했다. 낮 시간에는 비대면으로 학교 수업을 들어야 했지만, 잠을 이기지 못해 결석하는 횟수가 늘었고, 반복된 일상은 모든 과목에서 F학점을 맞는 결과를 초래했다. 무엇보다 BJ에게 별풍선을 날리기 위해 소액 결제와 대출을 받으면서 금전적 손실도 가져왔다. 은행 대출금과 통신사에 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면서 독촉 전화에 시달리는 상황을 부모님이 알게 됐고, 이를 계기로 상담실에 내방하게 됐다.  

로젠버그와 매컬로(Rosenberg & McCul lough, 1981)는 개인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타인의 관심(attention)이 되는지, 타인에게 중요한(importance) 존재인지, 개인에게 의존(dependence)하는지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대인 존재감(Mattering)을 정의했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갖고, 나를 걱정하며, 나에게 의지하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대인 존재감 부재는 불안, 우울, 고독과 같은 심리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자신의 중요성과 가치를 낮게 인식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G양이 별풍선을 BJ에게 주는 것은 BJ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강력하게 각인시키거나 다른 시청자들과 다르다는 우월감 등 사회적 인정과 존재감을 보상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즉, 자기 과시에 의한 자기 만족감이 보상에 해당된다. 남녀 사이라면 진행자와 시청자의 관계를 넘어 이성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다. 결국 G양이 BJ에게 별풍선을 주는 것은 대체로 사회적 인정과 자신의 존재감, 진행자와의 관계 강화를 보상으로 받는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아프리카 TV의 주 시청자는 1030세대 젊은 층이다. 이들은 실시간 TV보다 인터넷 영상에 더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로 스마트폰을 분신처럼 여기는 세대이다. TV에서 회자되는 유명인보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사람들에게 더 많이 영향을 받는 세대이다. 별풍선은 통상 1개당 실물 화폐 100원의 가치를 지닌다. 별풍선 333은 뽀뽀뽀, 444는 죽도록 사랑해, 1004는 오~나만의 천사 등의 의미도 담겨 있다. 특히 별풍선을 받은 BJ가 “★님 별풍선 ●개 감사합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리액션을 하면 ★의 위상은 순간이지만 높아지고 공식화된다. 

G양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군중 속의 고독감을 느끼는 많은 이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만들어진 가상관계를 통해 인정과 친밀감, 그리고 위로를 받는다. G양은 상담을 통해 자신의 삶을 재점검하게 됐고, 대출금을 갚기 위해 휴학과 동시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또한 진로를 위해서 틈틈이 운동과 자격증 등을 준비하고, 현실에서의 친구관계도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사이버 공간이든 현실 속에서든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킬 수 있는 다양한 행동을 취한다. 이러한 몸놀림을 김춘수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구가 잘 대변해주는 순간이다.

 

최명옥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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