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예공원 ‘독립운동가 거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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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예공원 ‘독립운동가 거리’ 논란
  • 심규상 오마이뉴스 기자
  • 승인 2021.05.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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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좌진은 있고 서재필은 없고, 조형물 선정기준 뒷말

충남도청 인근 충남 홍예공원 내 ‘독립운동가의 거리’에 있는 조형물 선정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 대표 독립운동가 22인을 선정해놓고 왜 독립운동가 거리 조성 때는 5명만 대표로 선정했냐는 의문이다. 조형물의 모양 또한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립운동가 거리는 지난 2019년 행정안전부 공모 사업(사업비 총 8억 원)에 선정돼 조성됐다. 독립운동가 조형물을 세우고, 독립운동 관련 기록을 형상화했다. 충남도는 지난 11일 홍예공원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2주년 및 독립운동가의 거리 조성 1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충남도는 독립운동가의 거리에 충남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로 김좌진 장군(홍성), 유관순 열사(천안), 윤봉길 의사(예산), 이동녕 선생(천안), 한용운 선사(홍성)를 선정해 동상을 세웠다.
앞서 충남도 산하기관인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2012년 충남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 22인을 정한 바 있다.

당시 선정 내용을 보면 국내 독립운동 부문은 △항일 의병(김복한, 이설, 민종식, 이남규, 최익현) △3·1운동(한용운, 이종일, 유관순) △계몽운동(이상재, 오강표) △의열투쟁(홍범식) △국내 항일운동(김한종, 신현구, 조병옥, 한훈) 등 15명이다. 이어 국외 독립운동 부문은 △만주(김좌진, 양기하) △의열투쟁(윤봉길) △임시정부(이동녕, 이세영) △광복군(이종건) △미주(서재필) 등 7명이다.

하지만 이번 독립운동가 거리 조성사업에서는 충남 대표 독립운동가를 5명으로 압축한 것. 이를 놓고 ‘선정기준이 뭐냐’는 의문이 나온다.

충남도 측은 자문위원회에서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맞춰 서훈 1등급 중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에 공헌한 인물을 중심으로 5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선정기준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에 공헌한 인물’ 중 ‘서훈 1등급’인 독립운동가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역 내부에서는 충남 대표 독립운동가 범위를 굳이 좁게 한정할 필요가 있었냐는 아쉬움과 더불어, 일부 선정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김좌진 장군은 임시정부 수립에 기여한 인물보다는 만주에서 무장 독립운동을 벌여 독립투쟁에 공헌한 인물로 주로 평가했다. 실제 김좌진 장군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국무위원으로 임명했으나, 취임하지 않고 독립군 양성에만 전념했다.

서훈이 2등급인데도 포함된 인물도 있다. 이동녕 선생이다. 반면에 ‘서훈 1등급’임에도 빠진 인물들이 있었다. 임병직은 충남 부여 출신으로 이승만을 대신해 임시정부 구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해방 후 외무장관 등을 역임했는데 사후 1등급을 추서 받았다.

서재필은 독립신문 창간과 독립협회 창립, 미국에서 3.1운동 지원 등으로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에 추서돼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또 논산 연무읍에도 서재필의 부인 등 일가의 묘역이 조성돼 있다. 서재필의 생가는 전남 보성이지만 본가는 충남 논산이다. 서재필의 부모는 논산 은진 관아서 숨졌다. 논산에서는 매년 ‘송재 서재필 선생 기념사업회’ 주최로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고, 충남역사문화연구원도 서재필을 충남의 대표적 독립운동가로 꼽았다.

이에 충남도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임병직 선생에 대해서는 당시 서훈 등급을 낮춘다는 얘기가 있어 뺐고, 서재필 선생은 우리 지역 독립운동가로 분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2년 충남역사문화연구원에서 충남 대표 독립운동가를 선정한 내용에 대해서는 오래된 일이라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동녕 선생은 서훈이 2등급이지만 자문위원회에서 임시정부에 공헌한 정도가 높다고 판단해 대표 인물 5인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서훈 2등급인 청양 출신 이세영 선생도 임시정부 관련 충남 대표 독립운동가로 선정했었다. 신흥무관학교 교장을 역임한 그는 상해 임시정부의 노동부 차장을 맡았고 독립군 중견간부 양성에 힘썼다. 3·1 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인 이종일 선생(1925년 영양실조로 사망)은 2등급이라는 이유로 대표인물에 선정되지 않았다.

조형물의 모양을 놓고도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조형물은 유관순 열사의 동상이 가운데 서 있고 주변을 나머지 4명의 독립운동가가 둘러싼 형태다. 유관순 열사의 동상의 크기는 다른 동상의 두 배 정도 크다. 이 때문에 “유관순 열사를 다른 독립운동가들이 떠받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제안심사평가위원회에서 입찰에 참가한 공모작 중 하나를 선정했다”며 “태극에 유관순을 배치하고 건·곤·감·리의 4괘 자리에 한용운, 김좌진, 윤봉길, 이동녕을 배치한 것으로 그냥 예술작품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태안에 사는 한 시민은 “충남의 대표적 독립운동가 선정 기준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 선정기준조차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독립운동가 거리’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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