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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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단상(斷想)
  • 이상권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1.08.1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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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우리 국민들을 정말로 힘들게 하고 있다. 문외한이긴 하지만, 워낙 장기간 ‘코로나 감옥’에 갇혀 살다보니 언론보도나 기타 자료를 찾아가면서 코로나19에 대한 생각을 나름대로 정리해 봤다. 

WHO(세계보건기구)는 2021년 8월 8일 기준으로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약 2억 300만 명이고 사망자는 약 430만 명으로서 사망률은 2.12%이며, 이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530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정했다. 

사망률은 국가별로 천양지차를 보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부스터 샷)을 시작한 이스라엘의 경우 확진자 89만여 명에 사망률은 0.7%로 매우 낮다. 또한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이 15%에 불과하고, 1차 접종만 한 사람도 40.5%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경우도 확진자 21만여 명의 1.01%인 2121명이 사망해 세계평균 사망률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반면에 중국이나 대만의 사망률은 5%, 멕시코는 8.3%로 매우 높은 편이다.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인간의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의 상태를 원상대로 복구하는 유효한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감기 치료제가 아직까지도 개발되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우리나라의 사망률이 낮은 것은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처방들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수준 높은 우리나라 의료기관과 의료인들에 대한 고마움을 이 글로 전한다.

코로나19는 독감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신현영 국회의원은 통계청의 통계를 인용해 지난 10년간 매년 약 200명이 독감으로 인하여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매년 약 3000명이 독감으로 사망한다고 설명한다. 두 가지 통계가 너무 큰 차이가 나지만, 전자의 경우는 합병증 없는 단순 독감이 사망원인인 경우이고, 후자의 경우는 독감 환자에게 폐렴 등의 합병증이 발생해 사망하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독감에 걸려 사망한 경우까지 포함한 수치라고 하므로, 그 차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통계는 후자의 방식으로 집계하므로, 독감과 코로나19의 사망률을 비교하려 한다면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를 연간 3000명으로 보고 비교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2020년 1월 21일, 코로나19 환자가 최초로 발생한 때부터 현재까지 2121명이 사망했으니, 1년간의 사망자로 환산하면 연간 약 1400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한 셈이다. 이 숫자로 본다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연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가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수의 절반에도 다 못 미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독감이 모두 RNA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바이러스가 사람의 폐에 침투하여 감염되는 질병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기 때문에, 그들끼리 서로 사람의 폐를 먼저 점령하기 위한 생존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독감 바이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변이가 심해 독감 바이러스가 이길 것으로 예상한 학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그 정반대였다. 지난 겨울에 독감은 물론 감기조차 거의 사라졌었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독감 바이러스에 완승했다는 증거이며, 이전 같으면 독감에 걸려 사망했을 수도 있는 사람들이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들의 숫자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으로 어느 나라에서나 동일하게 나타났다.
오늘날 독감에 대해서는 이미 백신도 있고 타미플루라는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치료제도 개발돼 있다. 그러니 사람들은 독감을 겨울철마다 찾아오는 계절병쯤으로 치부하며 독감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독감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자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역사를 살펴보면 독감은 한때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질병이었다.

독감의 공식적인 최초 기록은 1387년 유럽에서 발생한 독감이라고 한다. 근래의 독감 통계를 보면, 1918년의 스페인독감으로 6개월 만에 2500만 명 이상(최대 5000만 명이라는 보고도 있음)이 사망했고, 1957년 아시아독감으로 100만 명, 1968년 홍콩독감으로 80만 명, 1977년 러시아독감으로 100만 명이 사망했다. 앞으로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나겠지만, 언젠가는 수그러들 것이다. 그러나 대유행 때마다 독감에 고유의 이름이 붙었듯이 10∼20년의 일정한 주기를 두고 코로나X 또는 X코로나가 독감의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인류가 독감에 대해서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는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live with CORONA) 시대가 될 것이다. 

1796년 영국의 시골 의사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가 치사율 30%를 기록했던 천연두를 영구히 퇴치한 백신, 우두(牛痘)를 개발했다. 그 이후, 인류는 아직까지 바이러스 감염병을 완전히 퇴치할 백신을 개발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신종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낡아빠진 고전적인 대응에 그치게 된다. 100년 전 스페인독감 때부터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시작됐으며, 미국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의 차량 탑승이 거부됐다. 
한국의 K방역은 이미 옛날옛적에 다른 나라에서 시작된 것이다. 무엇이 작금의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정답인지 우리는 아직도 잘 모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일 것이다. 정부는 이것에 집중해야 한다. 방역을 빌미로 국민 위에 군림해 ‘무관용의 원칙’ 운운하며 국민을 억압하면 안 된다.

 

이상권 <변호사·전 국회의원 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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