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제 판소리 명창, 한시로 읊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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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제 판소리 명창, 한시로 읊다〈1〉
  • 최영성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무형유산학과 교수>
  • 승인 2021.08.2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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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4년 갑오경장 이전까지의 한국 판소리 발전 양상의 특징
‘판소리’는 조선 후기 서민 예술의 정수(精髓) 가운데 하나다. 판소리란 이름은 대개 1960년대에 정착되기 시작하였고, 이전에는 여러 가지로 불렸다. 한자어 표기에서 오는 한계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 명칭에는 판소리의 성격이 잘 담겨 있다. 우리 말로 ‘판’은 여러 의미를 함축한다. 무엇보다도 현장성을 먼저 꼽을 수 있다. 즉, ‘바로 이 순간, 이 자리’가 판이니 당면한 공간과 시간의 양면에 걸친 현장인 것이다. 판소리, 판굿, 판놀음 등, ‘판’ 자가 들어가는 것들은 대개 현장성이 강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판소리 연구 자료로 유명한 ‘관극시(觀劇詩)’(1825), ‘관우희(觀優戱)’(1843) 시 등을 보면, ‘판’을 한자로 ‘場’이라 하기도 하고 ‘局’이라고도 썼다. ‘場’은 우리말로 ‘마당’이다. 근자에 ‘마당놀이’란 이름의 연희도 명칭의 연원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다만 마당은 공간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의미까지 같이 있다. 즉 ‘지금-여기’는 바로 ‘이 마당’이고 한자로는 ‘당장(當場)’이라고 쓴다. 局은 ‘판을 벌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場’이 지닌 의미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한 판’이라고 할 때의 경우처럼 승부를 겨루는 일, 즉 경창(競唱)이 기본적으로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한국 판소리의 전개 양상을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시대 구분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본고는 한국 판소리의 전개를 크게 네 시기로 구분한다. 제1기는 조선 숙종조 말부터 순조 초기까지 약 100년이다. 이 시기는 ‘판소리의 발생과 전개’가 주된 내용이다. 제2기는 순조 초부터 갑오경장까지 약 90년이다. 이 시기는 ‘판소리의 발전과 정립(定立)’이 주된 내용이 될 것이다. 제3기는 1894년 갑오경장으로부터 1970년대까지 약 80년이다. 이 시기는 이른바 ‘전환기’이자 ‘시련기’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맞추어 활로를 찾아야 했던 전환기 판소리의 전변(轉變) 양상을 다룰 것이다. 제4기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약 50년이다. 이 시기는 ‘판소리의 부흥기(復興期)’라 할 수 있다. 부흥기 판소리의 전개 양상에 대해 다룰 것이다. 네 시기로 나눈 것은 기(起)·승(承)·전(轉)·결(結)의 관점이 투영된 것이다.

먼저 ‘기(起)’의 측면을 보자. 학계에서는 판소리가 조선조 숙종 때, 1700년을 전후한 시기에 ‘대두(擡頭)’하였을 것으로 추측한다. 대두의 시대적 배경으로 ‘서민문화의 발전’을 첫 번째로 꼽는다. 그 가운데서도 고소설(古小說)의 발달은 판소리와 표리(表裏)의 관계에 있다고 할 정도로 긴밀한 성격을 띤다. 그러나 판소리는 특정인이 만들어낸 음악 장르가 아니다. 일조일석에 나온 것이 아니다. 모든 일에는 연원(淵源)이 있기 마련이다. 판소리의 효시(嚆矢), 즉 출발점을 위로 끌어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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