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수정벌 지원사업에 딸기농가 반발, 해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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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수정벌 지원사업에 딸기농가 반발, 해결책은?
  • 황희재 기자
  • 승인 2021.10.28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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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농가 “공급원 범위 제한이 가격 상승 부추겨”
양봉농가 “가격 차이 있지만, 일괄적 상승 어려워”
군 “공산품이 아닌 농산품의 성격으로 이해해야”

홍성군이 해마다 딸기농가에 지원하고 있는 수정벌 지원사업이 본래의 취지를 상실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관내에서 10여 년 전부터 시행 중인 수정벌 지원사업은 총 사업비 5000만 원의 예산으로 딸기재배농가가 수정벌을 구입할 때 1통 당 6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지원기준은 농가당 4통 이하, 시설하우스 1동 당 1통을 원칙으로 하고, 자가생산한 수정벌로 입식하는 양봉·딸기 병행농가는 신청이 제한된다.

문제는 지난 2015년 지원사업 추진계획에 ‘수정벌 확보 항목’이 새롭게 추가되면서 발생했다. 군의 ‘딸기재배 수정벌 지원사업 추진계획’을 살펴보면 ‘홍성군 양봉협회 소속 또는 군내 양봉농가로부터 구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항목이 기재돼있으며 ‘2021년 딸기재배 수정벌 지원사업 추진계획’의 추진방향 목록에는 ‘군내 양봉농가를 통한 구입으로 양봉농가의 소득증대 도모’라고 적혀 있다.

딸기재배농가에서 필요로 하는 수정벌은 매매가격 12만 원, 임대가격 15만 원 정도가 일반적인 시세로 알려져 있다. 가격 차이가 존재하는 이유는 매매의 경우 수정벌을 구입한 딸기재배업자가 수정벌 관리까지 직접해야하는 반면, 임대 시에는 6개월가량 양봉업자가 수정벌을 대신 관리해주기 때문이다.  

공급원 범위 제한 규정을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딸기재배업자 한상봉 씨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관내에 있는 양봉농가에서 수정벌을 구매해야 하는데, 이것을 알고 가격을 올리는 양봉농가들이 생기고 있다”면서 “타 시·군에서 통 당 14만 원의 가격으로 수정벌을 공급하는 양봉농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조금을 받으려면 관내 양봉업자가 생산한 통 당 19~20만 원 가격의 수정벌을 구입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통 당 19~20만 원의 수정벌을 구입해 보조금을 지원받는 경우보다 보조금 지원을 받지 않고 타 시·군 양봉업자가 생산한 저렴한 수정벌을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자부담이 줄어드는 게 현실”이라며 분개했다. 

홍철의 홍성군딸기연합회장은 “1~2만 원 정도 가격을 올리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임대 기준 가격을 4~5만 원씩 올린 일부 양봉업자가 존재해 앞으로 관내에서 4~5만 원 상승된 가격이 보편화 될까 우려된다”면서 “누구는 20만 원에 파는데, 누구는 15만 원에 팔지는 않을 것이고, 벌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 범위 제한을 철폐해 딸기재배농가의 선택지를 늘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딸기재배농가를 위해 추진돼야하는 수정벌 지원사업이 양봉농가가 좌지우지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며 “이에 대한 군의 개선 대책이 없을 시 조만간 시위 등의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구 홍성군양봉협회장은 “높은 가격에 수정벌을 공급하는 양봉업자와 거래하지 않고 15만 원 선에 수정벌 임대 서비스를 공급하는 관내 양봉업자와 거래하면 될 일이고, 양봉업자 입장에서 6개월 간 보름에 한 번씩 방문해 병해충 방제, 먹이공급 등 각종 관리를 해주는 것을 생각하면 14~15만 원 가격은 큰 이익도 남기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임대가격을 5만 원가량 올린 관내 양봉업자 김 씨는 “지난해까지 15만 원 정도로 벌을 공급했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따져보니 남는 게 없어 가격을 올렸다”면서 “임대가격은 각 양봉업자들의 관리 형태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고, 수요자가 가격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딸기와 수정벌은 공생관계이기 때문에 가격만 따질 게 아니고, 더 좋은 품질의 관리를 받고, 고품질의 딸기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같은 상품을 다른 가격에 파는 게 아니고, 다른 상품을 다른 가격에 파는 것이다. 마트에서도 계란이나 우유, 채소 가격에 상품별 차이가 존재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며 “현재 15만 원에 수정벌을 공급하는 양봉업자는 품질 경쟁력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갖춰 상품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것이고, 품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격만 올리는 것은 수요 감소요인이기 때문에 각기 다른 공급자들이 수정벌 가격을 보편적으로 상승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이번 사태에 대해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조순영 농업정책과 친환경농업팀장은 “지난해와 올해 기후가 좋지 않아 벌들이 충분히 크지 못하고 많이 죽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정벌 가격 변동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공산품이 아니라 농산품의 성격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관내에서 공급되는 수정벌에 전반적인 품질 문제가 생기거나, 수급 조절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인근 지역까지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산품에 비해 농산품의 가격 변동 폭이 크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는 시장경제에서 농산품은 불안정한 공급량에 비해 수요가 일정한 비탄력적인 상품이다. 가전제품이나 인형 등의 공산품은 공급자나 수요자가 의사에 따라 수량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지만 농산품은 갑자기 공급량과 수요량을 조절하기 어렵다. 배추나 계란의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인형이나 가전제품은 가격이 폭등할 때 구입하지 않아도 되지만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배추나 계란을 구입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수정벌 가격에 상한을 두는 방법도 제시되고 있지만 가격 상한제는 공급자의 생산 의지를 저해해 전체적인 수정벌 품질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정벌의 품질이 떨어지면 재배되는 딸기의 품질 또한 떨어지고 홍성딸기의 전반적인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상봉 씨가 홍성군에 요구한 사항은 △수정벌 공급원을 관내 양봉농가로 제한한 원칙 철폐 △농가별 딸기재배 하우스 동 수에 관계없이 전체 수정벌 구입가격의 50%지원(서산시와 동일한 기준) △수정벌 지원사업을 받기 위한 번거로운 절차 개선 등이다.

한 씨는 “위의 요구사항 대로 동 수에 관계없이 수정벌 구입가격의 50%를 군이 지원하려면 관내 딸기재배 면적 145ha, 2175동(동 당 200평 기준)에 대해 1억 5000만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군은 예산팀에 예산 확대를 요청하겠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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