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원 들인 홍보지구 농업용수 공급시설 ‘무용지물’


가뭄이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농어촌공사가 4000억원이나 들여 설치한 농업용수 공급시설을 제때 이용하지 못해 농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서부면 신리와 양곡리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함을 제기하고, 현재까지 모내기를 하지 못한 논이 수두룩하다며 담수호 물 사용을 적극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눈앞에 물이 있어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에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며, 이미 농업용수관은 묻혀 있고 천수만 AB지구에서 물을 끌어서 양곡리까지만 올리면 수룡동에 펌프시설이 되어 있으므로 농업용수로 쓰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농어촌공사는 담수호가 농업용수로 사용될 수 없을 만큼 오염된 것으로 드러나 담수도 못하고 수문을 열어놓은 상태며 현재로서는 수질을 개선해야만 농업용수로 사용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시행하고 있는 홍보지구 대단위농업개발사업은 방조제를 축조하여 물이 부족한 홍성·보령 지역에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용수로 공사를 추진 중에 있다.
총 사업비 4375억원 중 지난해까지 3929억원을 투입, 90%를 추진해 방조제공사 및 담수호 주변 저지대에 대한 배수개선사업 843ha는 이미 완료한 상태다.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담수호의 수질이 심각하게 나빠지는 것은 주변 축산 폐수와 농업용 비료 등이 끊임없이 유입되는 반면 방조제로 물이 갇혀 순환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상류지역의 축산분뇨로 인한 오염원을 차단할 방안을 지자체에서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업용수 공급이 지연되고 있는 사유에 대해 농어촌공사 담당자는 “담수호의 수질개선사업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류지역의 오염원 저감을 위해서는 지자체가 가축분뇨처리시설 등을 확충해야 하나, 소요 예산확보 부족, 축산분뇨처리시설 설치에 따른 주민 반대 등 입지 선정의 어려움이 있어 사업 추진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 앞으로 2015년까지 수질개선사업을 완료하여 2016년부터는 농업용수 공급이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홍보지구 사업이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홍보지구는 매년 정부에서 적정 예산을 지원받아 용수로공사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으며 담수화시기에 맞춰 용수로공사를 완료할 수 있도록 공정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담수화가 안 되어 용수공급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용수로공사를 선행하는 것은 불합리하므로 예산을 최소로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향후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가뭄대책을 위해 관정개발 및 하상굴착, 양수기 설치 등 긴급 용수공급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홍보지구 사업구역의 원활한 급수를 위해서 담수화를 위한 수질개선사업을 조기 착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홍성군 관계자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가축분뇨공동자원화 시설이 지역 주민들의 님비 현상으로 몇 년 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긴 하다. 그러나 담수호의 오염원을 축산분뇨 탓으로만 돌릴 수 없으며, 홍보지구의 그러한 시설들이 실질적으로 활용도가 있느냐란 근본적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음에 주목해야 한다. 지자체에서는 조만간 입지를 선정해 가축분뇨공동자원화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도 전했다.
4000억원짜리 초대형 사업이 주먹구구로 진행되면서 예산만 낭비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는 한국농어촌공사와 지자체의 원활한 협조가 이뤄져 하루 속히 농업용수 공급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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