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고 있는 아이를 쳐다보자
상태바
잠자고 있는 아이를 쳐다보자
  • 변승기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2.02.10 08: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연히 TV를 시청하면서 마음에 와닿는 문구를 봤다. 

‘강은 자신의 물을 마시지 않고, 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먹지 않으며, 태양은 스스로를 비추지 않고, 꽃은 자신을 위해 향기를 퍼트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를 돕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되는 것도 서로를 돕기 위한 만남이다. 그 누구의 의지가 들어간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부모와 자녀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경험이 자녀를 만들게 된다는 주장은 그만큼 관계의 중요성을 나타낸다. 

삶이란 타인과 나의 삶을 공유하고 서로 도움을 받으며 끊임없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다. 사람의 존재는 예외 없이 완벽할 수 없고 한계를 갖고 있다. 자연스럽게 인생이라는 긴 터널 속에서 어둠을 밝혀주고, 함께 손잡고 갈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는지에 따라 삶의 색깔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꽃은 저마다 고유한 향을 갖고 있다. 사람도 비슷하다. 그 사람만의 독특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만나면 내 영혼이 고양되고 맑아지는 느낌이 생긴다. 반대로 만날 때마다 지치고 불완전함이 더 확대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가진 고유한 긍정적인 에너지조차 날아가 버린다. 

아이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부모가 부정적인 편견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신호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발명가 에디슨과 그 어머니를 살펴보면 관계 속에서 발생한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에디슨이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어머니와 가정학습을 하면서 보내던 중 닭장에서 닭이 하는 행동을 보게 됐다. 어미 닭이 알을 품고 있는 것을 보고 자신도 알을 몇 개 들고 방으로 돌아와 어미 닭처럼 품고 있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어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에디슨에게 물어봤다.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니?” 에디슨은 답했다.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 어미 닭처럼 하고 있어요.” 

만약 여러분이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에디슨에게 뭐라고 답을 했을지 궁금해진다. 혹시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기도 한다. 에디슨이 학교를 관두고 속상한 상태에서 그런 모습을 보면, “아무리 품어도 알이 부화 안 돼”라고 언성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에디슨의 어머니는 아주 간단히 답했다. “우리 아들은 관찰력이 뛰어나구나! 네가 하는 모습이 어미 닭과 똑같다.” 에디슨의 어머니는 에디슨과 집에서 공부하면서 부정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고 같은 현상도 다르게 해석하면서 키웠고, 에디슨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으로 성장했다. 많은 실험에 실패하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끈질긴 노력과 반복으로 획기적인 발명을 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일화가 있다. 전구를 발견하기 전에 700번 이상의 실패가 있었다. 어느 날 기자들이 에디슨을 찾아와 질문했다. “700번 이상 실패한 소감이 어떤가요?” 에디슨은 이렇게 답했다. “난 실패한 적이 없소. 단 700가지 방법이 안 된다는 것을 배웠을 뿐이오.” 어머니처럼 같은 현상을 다르게 해석한 것이다.

에디슨이 실패를 과정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어머니가 길러준 잠재력이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노출한다면, 아이는 자신을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부드러운 얼굴, 따듯한 대화, 쏟아지는 격려를 통해 아이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잠재력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한다.

사람이 잡을 수 없는 대표적인 것이 ‘젊음’과 ‘돈’이라고 한다. 3월이면 신학기가 시작된다. 젊음과 돈 못지않게 잡기 어려운 것이 아이의 잠재력이다. 눈에 잘 보이지 않고, 쉽게 판단하기도 어렵다. 분명한 것은 시험으로 나타난 숫자와 아이의 잠재력은 무관하다는 것이다. 좋은 향이 나는 아이, 잠재력이 높은 아이를 만들려면 눈 앞의 현상을 다르게 해석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부모와 자녀 간 서로 도움을 준다는 것은, 잠재력을 키워준다는 것은 우리가 서로를 돕기 위해 태어났다는 증거다. 오늘 집에 가서 잠자고 있는 아이를 아무런 조건 없이 살펴보자. 누가 거기에 있고, 그 아이는 누구인가?


변승기 <한국K-POP고등학교 교사·칼럼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