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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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프로필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2.02.1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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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말이나 표정, 이미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길 원한다. 그 방법의 일환으로 가상공간을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이용하는 방식이 늘어나고 있다. 

D양은 고등학교를 자퇴한 학생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왕따를 경험하면서 어렵게 고등학생이 됐지만, 자퇴 후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D양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자신과 무관한 남녀의 포옹하는 모습이나 키스 장면, 남녀가 손을 잡고 함께 걷는 장면이나 샴페인을 건배하는 모습, 슬립을 입고 견갑골이 나온 자신의 모습과 빨간 립스틱을 바른 오목한 입술, 하트모양의 이미지, 남자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 등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H군은 중학생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시내 학교로 전학을 왔지만 새 학교에서 친구들을 사귀지 못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냈던 친구들과 가끔 만나거나 게임을 통해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중학교에 입학해서 잘 적응하려고 노력했지만 친한 친구가 없는 학교는 지옥처럼 느껴져 가고 싶지 않았다. 현재 H군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에서 최종승자에게 주어지는 “이겼 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다!”멘트가 있는 이미지, 아케이드게임에서 에이스(Ace), 총점(4201), 랭킹(상위 2.64%) 이미지와 동일한 게임에서 받은 크라운(Crown) ∏, 총점(4019) 이미지 등이 게재돼 있다.

카카오톡 공간은 전세계 어디서나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사용자가 돼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상관계 이론가 위니컷(Winnicott)이 말하는 중간 공간(the middle ground)이라고 할 수 있다. 위니컷은 사람은 놀이 안에서 창조적이고 자유로울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창조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곧 D양과 H군은 중간 공간에서 타인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현실에서 즐겁고 행복감이 높았던 순간을 포착해서 이미지를 찍고, 그것을 저장하고, 선별해 카카오톡 프로필에 업로드 하면서 행위의 주체자로서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H군의 프로필에 올려진 이미지 중 크라운(Crown)은 게임에서 3700점 이상 4199점 이하일 때 배정받는 티어로 매칭 시간이 오래 걸리며 게임 난이도가 매우 높다. 그리고 에이스(Ace)는 4200점 이상 달성 시 배정 받은 것으로 가장 높은 티어인 정복자 다음으로 높은 티어인 것이다. H군이 친구들로부터 유일하게 인정받고 관심 받을 때는 게임에 관해 이야기 할 때였다. 이 프로필을 보고 어떤 친구는 계정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하고, 돈을 줄 테니 팔라고도 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학창시절 왕따로 지금까지 친구가 없는 D양에게 남자친구는 “귀엽다, 사랑스럽다, 섹시하다”는 말을 자주 해준다. 가장 오랫동안 자신을 떠나지 않고 칭찬해주는 타인이기에 그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더 귀엽고, 더 사랑스럽고, 더 섹시한 모습을 가지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카카오톡에서의 중간 공간은 긍정적인 놀이 경험도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과도하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타인에 의한 이상적 자아(idealich)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고유한 이미지보다 사회적으로 아름답고 이상적이라고 통용되는 이미지를 갖기 위해 자신을 표상함으로써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맞춰가는, 자기 소멸의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진실한 자아를 왜곡할 수도 있다. 

필자는 최근 ‘카카오톡 프로필’에 대한 연구 논문을 읽게 됐다. 이종윤 외(2013) 연구에서는 프로필 유형을 다섯 가지로 분류했는데 다음과 같다. 제1유형(현실 반영형)은 현실 속 자신의 신분, 직업 등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현실과 가상공간에서 자아정체성을 동일시하며, 상대방에게 자신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유형이고, 제2유형(이데아 표현형)은 자연, 에니메이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자신을 하나의 추상적, 이상적 이미지로 표현함으로써 남에게 자신을 표현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유형이며, 제3유형(캐릭터 창조자형)은 자신의 이미지를 재창조하고 가상공간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새롭게 표현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호감, 호기심을 갖는 이미지로 사용하고, 제4유형(거울 투영형)은 자신의 이미지를 직업, 취미를 현실세계와 동일시해 자세히 표현하는데 얼굴 사진과 이미지로 다양한 프로필을 전달하기 위함이며, 제5유형(허위 만족형)은 자신을 다양하게 분화시키며, 가상공간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더 많이 표현함으로써 자신의 기분 상태를 남에게 알리고 공유하기 위함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러분도 이 기회에 자신의 프로필을 점검하면서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이해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을 것 같다.


최명옥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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