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민속제의 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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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민속제의 전승
  • 한건택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2.02.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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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정월이 시작되면 각 마을별로 바빠진다. 마을의 1년 행사 중 절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전통적인 민속제 즉 산신제·당제·미륵제 등을 지내는 절차와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시국에 제를 지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안고 정월을 시작한다. 정월에 시작하는 전통민속제는 1년간 마을의 번영과 마을주민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이다.

이러한 민간 신앙 혹은 민속 신앙은 전통적으로 민간에 전해 오는 여러 가지 점·주술·금기 따위의 현상을 묶어서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민속 신앙은 크게 집안 신앙과 마을 신앙, 그리고 무속 신앙 세 가지로 나뉜다. 집안 신앙은 주로 집을 중심으로 하는 신앙으로 대상은 집터의 토지신, 안방의 조상신, 마루의 성주신, 부엌의 조왕신, 출입구의 수문신, 뒷간의 측신, 우물의 용신 따위가 있다. 마을 신앙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산신·동신·골매기신 따위를 모신다. 무속 신앙은 주로 무당을 중심으로 하여 전해 내려오는 신앙이다. 

민속 신앙의 전승은 전통문화와 풍습을 보존하며, 사회의 공동 체제를 유지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해왔다. 그러나 근대화와 함께 공동체 문화가 사라지고 서양의 기독교 문화가 들어오면서 한때 미신이라 해 없애려는 시도와 함께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 홍성군의 경우 서부면 수룡동 당제만 충남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고, 몇몇 마을에서만 전승됐을 뿐 대부분의 마을은 명맥이 끊어졌다. 

그런데 지난 2018년 홍성문화원에서 전통민속제 지원사업을 시작하면서 처음 15개 마을을 선정해 마을별 민속제를 지원했다. 이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마을에서 지원 신청을 해 올해엔 30개 마을이 선정돼 전통민속제를 지내게 됐다. 

필자는 올해 5개 마을의 민속제를 돌아보았다. 이 사업을 돌아보며 느낀 긍정적인 면은 사라져가던 민속 신앙을 되살린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이 있는 반면 부정적인 면이 존재하는 것은 우리의 고민을 불러온다. 민속 신앙의 주체는 마을과 구성원이다. 각 마을은 젊은 세대는 대부분 떠나고 고령자만 남아있다. 서부면 수룡동의 경우 현재 30가구에 60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평균 연령이 70세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50대 이하는 찾아볼 수가 없다. 필자의 연고지인 홍북읍 상하리 하산의 경우 가구 수는 많으나 원주민의 경우 40대 이하를 찾아볼 수가 없다. 홍성읍 광경동 미륵제의 경우 청년회장 1명만 참석했다. 민속 신앙의 전승에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사람에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마을공동체가 사라지면서 마을에 돈이 없어 민속제를 지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70년대까지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됐을 당시에는 마을의 기금이 있었고 자신이 민속제의 차림을 담당하는 당주로 선정이 되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 정성껏 제를 준비했다. 또 다른 문제는 종교적인 문제이다. 서양에서 들어온 종교를 믿는 이들의 경우 민속 신앙을 미신으로 치부해 참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 문제는 앞으로 민속 신앙과 전통민속제 전승에 장애가 되고 있다. 민속 신앙은 이 땅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온 전통이다. 이제는 전통민속제를 신앙 즉 종교로 보지 말고 전통문화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로마에 가면 바티칸 성당을 둘러보고, 인도에 가면 힌두교사원 혹은 불교 유적을 돌아보듯이 전통민속제도 우리의 전통문화로 인식하고 보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령자 한 분이 돌아가시면 박물관 하나가 사라진다는 말이 있다. 각 마을의 70대 이상 되시는 분들은 마을민속제를 대부분 알고 계신다. 이분들의 고증과 실연을 통해 기록화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고령자가 대부분인 현 상황에서 우리에게 기록화 사업에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전통민속제 또한 변해야 한다. 사라진 마을공동체 혹은 지역공동체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콘텐츠로 전통민속제를 부활시킬 필요가 있다. 

“이제 그만하고 싶어. 하지만 그만둘 수는 없어. 안 하면 그렇잖아”라는 수룡동 당제 당주의 말씀은 많은 것을 던져주고 있다.


한건택 <내포문화관광진흥원 원장·독자·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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