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은 사라지고, 기름 값은 오르고… 잇따른 악재에 양봉·과수농가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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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은 사라지고, 기름 값은 오르고… 잇따른 악재에 양봉·과수농가 시름
  • 황희재 기자
  • 승인 2022.03.2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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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인력난으로 일손도 부족한 상황에 꿀벌까지 실종
가격 올려서라도 수정벌 공급해달라는 분위기 확산 중
월동 꿀벌 피해로 인해 사용하고 있지 못하는 벌통이 하우스 한켠에 쌓여져 있다.

최근 전국의 양봉농가에서 월동 꿀벌 피해가 확인된 가운데 관내 양봉농가와 과수농가에서도 동일한 피해와 이에 따른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1일 홍동면에 위치한 한 양봉농가를 방문한 결과 약 120통에 달하는 벌통에서 벌이 죽거나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상구 한국양봉협회 홍성군지부장은 “1월 말쯤 월동 꿀벌을 깨우기 위해 벌통을 확인하다가 벌들이 죽거나 사라진 것을 처음으로 발견했다”면서 “통을 열어보니 벌들에게 먹이로 준 설탕물은 그대로였고 벌만 사라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한 3년간 꿀이 흉년이었는데 아마도 이번 사태의 전조증상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봉업과 과수 농업을 병행하고 있는 송영수 결성면 원천마을 이장은 “작년엔 이런 피해가 전혀 없었는데 올해는 벌통 50개 정도에서 벌이 죽거나 사라졌다”며 “지난해 가을 늦게까지 비가 오는 바람에 진드기 구제작업을 제대로 실시하지 못해서인지, 꿀벌 노제마병이 발병한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르겠지만 올해는 이상하게 벌의 크기가 작거나 날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벌통에 벌이 없는 상태이다.

이어 송 이장은 “수박도 키우고 있어서 수정벌을 공급해야 하는데 벌이 많이 사라져 걱정이 된다”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름 값까지 올라 양봉업자 입장에서 과수농가에 수정벌을 임대해주고 차로 왕복하며 정기적인 수정벌 관리를 실시하기엔 재정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수정벌 임대를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인데 대다수 과수농가에선 수정벌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가격을 올려서라도 임대를 해달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본격적인 수정 철을 앞두고 올해 과일 농사에 차질이 생긴 농가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사람이 직접 손으로 수정을 하려해도 국내에선 코로나19로 인한 농촌인력난이 이미 만연해 있는 상황이다. 또, 인력을 활용하려면 수정벌을 사용할 때보다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금전적 문제도 존재한다. 

관내에서 과수 농업을 하고 있는 한 농민은 “사람이 하면 10일 정도 걸리는 작업을 수정벌은 5일 만에 할 수 있다”며 “여러 문제가 이렇게 한꺼번에 겹치면 앞으로 어떻게 농사를 지으라는 건지 막막한 기분만 든다”고 비탄했다.
 

먹이로 준 설탕물은 그대로 남아있는채 벌만 사라져 있는 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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