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깨어있는 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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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깨어있는 강물이다”
  • 박만식 주민기자
  • 승인 2022.05.28 08: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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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열세 번째 봄이다. 해마다 봉하추도식 참석 봉하버스를 준비했던 대전세종충남 노무현재단이 올해도 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13주기를 맞이해 봉하버스를 마련했다. 보통 천안·아산(1대), 세종(1대), 대전(1~2대)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준비됐다. 하지만 올해 처음 홍성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준비했다. 대전세종충남 노무현재단 6기 운영위원으로서 강력하게 제안하고 설득해 홍성에는 노무현재단 후원자가 현재 86명으로 충남에서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니 홍성 출발 버스를 지원해주길 요청했다. 

첫 목표는 스무 명이었고, 나머지 25석을 통해 대전·세종에서 초과되는 신청자를 동행하겠다 약속을 하고 지원 결정이 됐다. 그리하여 홍성참가자 15명(서산 3명, 당진 1명, 2명 취소)을 모시고 지난 23일 오전 7시 홍주의사총을 떠나 대전시청에서 대전참가자 20명을 태워 봉하로 향했다.

여러모로 힘든 시기를 지나왔고, 지나고 있고, 지나야 할 모두의 마음은 봉하로 향하고 있었다. 봉하에서 대전, 세종, 천안·아산팀과 인사를 나누고 봉하마을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이곳에 있는 모든 이가 한 분만 보고 이렇게 이곳에 모일 수 있을까? 가히 경이로웠다. 예전 후배 가족들과 이곳을 찾았을 때 느꼈던 쓸쓸함은 온데간데없이 축제고, 환호고, 거대한 집단지성의 결정체였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추도사를 통해 “강물은 구불구불 흐르면서도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생전의 당신 말처럼, 우리 정치도 늘 깨어있는 강물처럼 바다로 갈 것이라 믿는다”라고 하니 그곳의 노무현들은 모두 마음으로 그분을 사무치게 추모하고 있었다. 

뜨겁고 무더운 날씨도 잔디광장을 가득 메운 추모자들에게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고, 생전의 애창곡 ‘상록수’를 합창할 때 모두가 가슴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돌아가는 동안 참가자들은 스스로 쓰레기를 주우며 퇴장했고, 질서정연하게 폴리스라인을 물리치면서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홍성참가자 시각장애인 박모 씨는 “버킷리스트를 실행할 수 있게 돼 정말 감사하고 처음으로 애국가 부르면서 눈물을 흘렸다”라고 소감을 말했고, 중학생 딸과 함께 참석한 이모 씨는 “아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홍성출발 첫 봉하버스. 무엇이 그들에게 그리움과 죄송함, 그리고 현장추도라는 선택을 하게 했을까? 장장 14시간 동안 노무현 한사람으로 모두가 하나가 된 오늘, ‘원칙과 신뢰’, ‘대화와 타협’, ‘투명과 공정’, ‘분권과 자율’ 이 모든 것이 오로지 국민을 섬기고 원칙을 세우며 국가를 걱정했던 노무현의 진심이 아니었을까? 열네 번째 봄이 벌써 기다려진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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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호 2022-05-30 11:05:42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소식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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