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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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2.06.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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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그림그리기 〈48〉
장문혁(77) 〈서당〉 36×26㎝ 수성싸인펜.

장 문혁 어르신은 서당을 그리셨습니다. 어렸을 적 부친께서 서당을 여셨고 공부하러 학동들이 드나드는 것이 참 보기 좋았다고 하십니다. 학동들이 공부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는 것도 소년 장 문혁에게는 배울 거리였고 특히 글 읽는 소리가 기분을 좋게 하였다고 하십니다.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선생님께서 세 가지의 기쁜 소리와 세 가지의 불쾌한 소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신 기억이 납니다. 세 가지의 기쁜 소리는 글을 읽는 소리, 갓난아기 우는 소리, 다듬이 방망이 두드리는 소리이고 세 가지의 불쾌한 소리는 사람이 죽었을 때 초혼(招魂)하는 소리, 도둑이 들었을 때, 불이 났을 때 외치는 소리라고 하셨습니다. 그중 글 읽는 소리를 장 문혁 어르신은 특별히 기쁜 소리로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장 문혁 어르신의 그림도 김홍도의 〈서당〉처럼 둥그런 구도를 하고 있습니다. 훈장 어른이 머리에 앉아있고 가운데에 벼루와 먹, 붓이 그려져 있습니다. 학동들은 앞앞이 책을 놓고 공부를 하는데 바닥에는 돗자리가, 뒤에는 한자 문구가 쓰인 병풍이 그려져 있습니다. 여러 문구 중 온고지신(溫故知新)이 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알게 된다는 뜻입니다.  

한 어르신은 당신이 그린 그림을 설명하며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사 지내는 날에는 빨래 줄을 걷어야 한다.’고. 듣고 있던 어르신들 모두 반가워하셨습니다. 나도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손자들에게 이런 이야기 해 보셨어요?’ 아예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손자들이 인터넷만 신봉한다고도 하셨습니다.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던 우리 고유의 풍속은 이제 인터넷 속의 박제된 지식으로 남은 것 같습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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