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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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료식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2.07.0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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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그림그리기 〈50〉
윤병영 <튜립> 36×26㎝ 수성싸인펜.

수료식을 한다고 했을 때 마을 이장님이 이의를 제기하셨습니다. ‘겨우 열댓 시간 하고 수료식을 하느냐?’ 고 불편해하셨습니다. ‘1년은 해야 했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 고도하셨습니다. 이제라도 제대로 공부하고 배워보고 싶은 뜨거운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수료장을 드리기로 처음 생각한 것은 농촌 마을에서 그림 그리기 활동을 했을 때입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어르신들에게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았습니다. 참여하신 어르신들마다 사정이 다르고 건강상태가 달라 출석일 수가 같지 않지만 참여하신 모든 분들에게 수료증을 드렸습니다.
      
홍성읍 주민자치회에서 어르신들의 그림 그리기 활동을 주관하면서 수료식을 공식화하였습니다. 홍성읍 주민자치회 회장님, 홍성 읍장님, 노인회장님이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내시니 수료증을 받으시는 어르신들도 더욱 기뻐하셨습니다. 오랜만에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나오셔서 소감을 말씀하시고 ‘내 생애 이런 일이 있을 줄 몰랐다.' 감격하셨습니다.     

수료식 때 전시회도 같이 하게 됩니다. 난생처음 많은 사람들에게 당신의 그림을 보이는 것이 어색한 것 같았습니다. 가슴에 꽃을 달아드리니 관람객들의 시선이 모이고 어르신들은 주인공이 되어 당신의 그림 속 이야기를 천천히 하나하나 풀어 놓으셨습니다. 한 관람객의 말씀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습니다. ‘어르신들의 그림을 보니 학창 시절의 어두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미술 준비를 해 가지 못해서 운동장에 나가 풀을 뽑고 채소밭에 거름을 주어야 했다.' 고 하셨습니다.  

학생이 수업준비물을 가지고 가야 수업을 할 수 있던 시절의 이야기였습니다. 지금은 교사가 수업에 관련된 준비물을 나누어 주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부자나라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교사는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사는 학생에 대해 매우 신중하고 사려 깊어야 한다는 생각은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교단에서 한 세월을 보낸 사람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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