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로윈 데이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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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로윈 데이의 비극
  • 김상구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2.11.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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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좁은 골목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 압력으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거나 넘어져 압사당했던 핼로윈(Halloween) 사건은 괴기 영화에서나 발생할 것 같은 비현실적 사건이었다. 아랍의 종교행사나 후진국 축구경기가 끝나고 사람들이 일시에 몰려들어 압사를 당했던 모습을 연상케도 한다. 핼로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그곳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는 것은 많은 젊은이들에게 핼로윈 축제가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SNS에 능숙한 세계 젊은이들에겐 핼로윈 축제는 이미 젊음을 발산할 축제의 장이 됐다. 핼로윈 축제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고,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는 개연성이 있을 때는 그에 따르는 조치가 있어야 함이 선진국다운 모습일 것이다. 모든 재난을 국가가 막아낼 수는 없겠지만 예측가능한 일에는 그만한 대비를 하기 위해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유명을 달리한 젊은 156명을 눈물로 보낸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지자체에서 행하는 각종 축제에서는 사람들을 많이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다. 행사에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참여했는지가 행사의 성패를 가름하기 때문이다. 지역축제 행사에서는 사람들의 참여를 위해 갖가지 묘안을 짜내기도 한다. 그러나 몇몇 유명한 축제를 제외하고는 노력만큼 사람들이 몰려들지 않는다. 축제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당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핼로윈 축제는 미국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전 세계에 확산됐지만 켈트족들의 민속행사였다. 

켈트족(Celts)들은 고대에 아일랜드, 스코트랜드, 프랑스 북부 등지에 머물렀던 부족을 일컫는다. 기록에 의하면 이들은 적갈색의 모발을 가진 키가 큰 호전적 종족이었다. 또한 그들은 상상적인 기질과 열렬한 감정, 멜랑콜리(melancholy)한 인생관을 소유한 예술적 민족이었다. 이들은 11월 1을 새해로 보고 10월 31일, 헤어진 가족들이 모여들고 여러 민속놀이를 즐겼다. 11월 1일은 만성절(萬聖節)이라 하여 이미 죽은 모든 조상들의 영혼을 달래어, 저 내세(來世)로 편안하게 돌아가라는 제사를 지냈다. 우리나라의 설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켈트족들에게 가톨릭이 전달되면서 이들에게 민속적 행사들이 종교 속에 녹아들었다. 이들은 11월 1일이 새해가 시작되니 모든 조상의 영혼들에게 차례를 올렸고, 전날인 10월 31은 이 세상을 떠돌던 귀신들이 자신들을 해치지 못하게 문 앞에 먹을 것을 내놓기도 하고, 귀신 복장을 하고 돌아다니면 귀신들이 자신들과 같은 귀신인줄 알고, 해코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러한 켈트족들의 행사가 핼로윈으로 정착됐다. 핼로윈이라는 명칭도 만성절(All Hallows Day)에서 Hallow(성인)와 하루의 끝을 의미하는 스코트랜드어 evening이 변형, 결합돼 Halloween이 됐다. 이런 행사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아일랜드 사람들이 대거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면서부터다.

1845~6년 무렵부터는 아일랜드에 감자 흉년이 들었다. 감자에 탄저병이 감염돼 감자가 땅속에서 썩어버렸다. 이런 흉년이 지속되자 감자를 주식으로 하는 이들은 먹고 살길이 막막해졌다. 이들을 지배하고 있던 영국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죽어갔다. 사람들은 아일랜드를 떠나 미국, 영국 등지로 이민을 떠나야만 했다. 지금도 아일랜드 더블린 중심을 흐르는 리피(Liffey)강변에는 이날의 참혹함을 잊지 말자며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의 처참한 모습을 동상으로 만들어 뒀다. 이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던 사람들의 후손 중에는 미국 대통령(바이든, 캐네디)도 있다. 지독한 가난으로 이민을 떠났던 사람들이 핼로윈을 미국에 전파했다.

켈트족들이 핼로윈 데이에는 귀신복장을 하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탕과 초콜릿을 얻어먹기도 하고, 무에 홈을 파서 조그만 불덩어리를 넣어 돌아다니기도 했는데, 이것이 미국의 상업주의와 연결돼 사탕과 초콜릿을 파는 행사로 확대 변질됐고, 귀신 모양의 가면과 복장이 변형되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trick or treat, 무에서 호박으로 바뀐 Jack O“Lantern 등의 행사는 켈트족들의 민속행사와 관련돼 있다. 미국에서 유명한 ‘성 패트릭 데이(St.Patrick’s Day)’ 축제도 아일랜드 사람들이 가톨릭 성자인 성 패트릭을 기념하는 성인 대축제 행사다. 

켈트족들의 핼로윈 행사가 미국의 상업주의와 맞물려 미국에서 올해는 106달러(15조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핼로윈 행사는 세계 각국의 백화점 행사와도 연결될 것이고 미국문화가 전파된 곳에는 이제 보편적 문화행사로 자리 잡았다. 내용이야 어떻든 핼로윈 행사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에 몰려들었던 젊은이들이 골목길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며 죽어갔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 아프기 그지없다.

김상구 <청운대학교 영미문화학과 초빙교수·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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