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은 나를 더욱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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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은 나를 더욱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 정다운 기자
  • 승인 2022.11.12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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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정수 갈산고등학교 교사
 ‘생명 잇기’ 운동의 취지가 적혀있는 인쇄물을 들고 웃고있는 김한정수 교사.

9년간 백혈병 환우 돕기에 기증된 헌혈증 총 1885매
동아리 출신 절반가량 의료·보건 계열서 일하고 있어
헌혈의 집 충남 동부권역에 치중… 설치 필요성 강조
순수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헌혈활동 이어가고파

 

“개인적으로 학교를 그만두는 날까지 헌혈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헌혈은 69세까지 가능하니까 헌혈을 더 이상할 수 없는 나이가 될 때까지 계속할 겁니다. 헌혈을 시작하면 더 이상 내 몸은 내 몸이 아니게 됩니다. 담배도 안 피우게 되고 술은 더더욱 안되죠. 결국, 헌혈은 나를 더욱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지난 4일 <홍주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한정수 갈산고등학교 교사(57)는 “사진에 제 얼굴이 안 나와도 상관없지만, 종이에 담긴 이 내용은 인터뷰에 꼭 실려야 해요”라며 그는 몇 번이고 말했다. 이면지 뒷면을 꽉 채운 인쇄물에는 ‘생명 잇기’ 운동의 취지가 담겨 있었다. ‘헌혈 참여’ 이유와 ‘사후 장기 조직 기증 서약’에 관한 내용이다. 운동의 취지는 헌혈과 사후 장기 조직 기능 서약을 하면 다른 사람에게 주기로 약속한 소중한 몸이 되기 때문에 자기 몸을 더 아끼게 되고 결국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다.

각종 언론 매체에서 알려진 헌혈 천사들과 달리 김한 교사의 활동은 조금 특별하다. 김한 교사는 지난 2012년 홍성여자고등학교에서 재임 당시 ‘B-love헌혈자원봉사단’을 창단하고 학생들과 함께 헌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생명 잇기 운동을 혼자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이 운동이 더 확산돼야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미래의 헌혈 자원인 정기 헌혈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헌혈증 보관함.

지난 2012년 7월부터 정기적인 활동을 시작해서 그를 거쳐 간 학생만 약 160명, 동아리 주관으로 9년간 백혈병 환우 돕기에 기증된 헌혈증만 총 1885매다. 

“헌혈하러 가면 처음 헌혈을 접해보는 아이들이 많이 놀라요. 조금 아프니까 놀라기도 하고 가장 큰 이유는 홍성에는 헌혈의 집이 없어서 천안, 아산 등지로 헌혈하러 다니는데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이 헌혈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입니다. 반성하는 아이들, 뿌듯해하는 아이들. 헌혈을 통해 남을 위한 마음을 기르는 거죠. 이게 진짜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 순간만큼은 정말 보람됩니다.” 

아울러 김한 교사는 2주에 한 번꼴로 헌혈을 하는데 그 이유가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헌혈하러 갈 때 저도 헌혈을 합니다. 단순히 인솔 교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관리를 잘하면 얼마든지 이렇게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헌혈의 집 아산센터를 방문한 B-love헌혈자원봉사단 학생들의 모습.

교육계에 몸담은 지 33년째, 베테랑 교사로서 그의 교육 철학은 한결같다. 자신이 솔선수범해야 아이들도 따라온다는 것이다. 김한 교사에 따르면 동아리 출신의 약 절반은 학교를 졸업하고 의료·보건 계열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교육 철학은 제자들에게 이어져 사회에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데 쓰이고 있다.

김한 교사는 헌혈의 집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10년 동안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지역으로 헌혈을 하러 간 횟수만 약 180회 정도 됩니다. 동아리를 운영하며 가장 걱정됐던 것은 아이들의 안전 문제였습니다. 혹시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아이들이 무서워할 정도로 통제했죠. 아이들의 안전 문제도 그렇고 가까운 곳에 헌혈의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대한적십자 등 여러 기관에 문의했지만, 인구와 경제성 등의 이유로 좌절됐습니다.”

그는 이어 “군(郡)과 도(道)가 이 문제를 가지고 관심 있게 지켜봤으면 좋겠습니다. 홍성은 충남도청 소재지이기 때문에 명분도 있고 특히 충남도 동부권역에 헌혈의 집이 집중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꼭 내포신도시가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라며 필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정한 헌혈의 집 설치 규정은 하루 유동 인구가 5만 명 이상, 헌혈자가 하루 평균 20~30명 이상이 되는 지역에 설치 허가를 내주고 있다. 그러나 충남도청이 위치한 내포신도시는 인구가 약 3만 명으로 보건복지부가 내세운 규정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최근 김한 교사는 갈산고등학교로부터 동아리 활성화 등의 이유로 동아리 경비 지원을 제안받았지만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학교에서 지원을 해준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지원을 받게 되면 그것은 더 이상 봉사활동이 아니고 놀러 가는 게 됩니다. 그런 이유로 일체 지원은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 동아리 인원이 많을 때는 최대 24명이었을 때도 있고 적을 때는 3명일 때도 있었지만, 동아리에 한 명만 남아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아이들과 함께 활동을 이어가고 싶습니다”라며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끝으로 김한 교사는 “교육하면 세상은 바뀐다. 교편을 잡은 뒤 이 마음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며 “이 철학 아래 동아리 만들었고, 조금 더 따듯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채혈량 약 75만 4000L, 헌혈증 1885매를 각 1매씩 400mL 기준으로 합한 값이다. 숫자만으로는 값을 매길 수 없는 이 기적은 현재도 갈산고등학교에서 진행 중이다. 이들이 행한 기적은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생명의 줄이었을 테고, 누군가에게는 인생이 바뀌는 새로운 시작이었을 것이다. 가을 하늘처럼 환하고 순박하게 웃던 그의 모습처럼 이 기적이 순수함을 잃지 말고 지속되길 바라본다.
 

백혈병 환우돕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B-love헌혈자원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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