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노래하는 사람들… “나는 향토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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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노래하는 사람들… “나는 향토가수입니다”
  • 황희재 기자
  • 승인 2022.12.31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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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애환과 기쁨을 노래하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장발에 중절모를 쓰고 멋들어진 콧수염을 가진 중년의 남자, 눈부시게 빛나는 의상에 진한 화장을 하고 환한 미소를 보내는 중년의 여자. 노래를 사랑해서 노래하는, 꿈을 사랑해서 꿈을 꾸는. 지역민들과 추억을 공유하며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들을 우리는 ‘향토가수’라고 부른다.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관객들과 눈을 맞추고, 함께 호흡하는 순간 가장 빛나는 이들. 그 순간은 결코 길지 않다. 찰나의 순간, 한 순간 공중으로 솟아오른 짧은 숨결일 뿐이다. 그러나 그 찰나의 숨결은 이들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오랜 시간 함께한 기타를 어깨에 메고 자신만의 목소리로 삶의 애환과 기쁨을 노래한다. 아직 저 멀고 높은 곳에서 빛나는 별은 아니다. 이들의 노래와 연주는 하늘보다 지상에 가깝고 고군분투하는 서민의 삶을 위로한다. 

“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 지난 22일 홍성을 방문했던 ‘말 타는 가수’ 신영상 씨가 했던 말이다. 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이 말 속에는 향토가수다운 불굴의 정신과 열정이 응축돼있다.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궂으면 궂은 대로, 관객이 있든 없든 공연을 한다는 이들. 향토가수들의 활동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참 영화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웬만한 청년들이 살아온 시간보다 오랫동안 노래를 불러왔기에 이들 대부분은 완성된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꿈은 아직 미완성이다. 그래서 이들의 삶은 멈추지 않는 현재진행형이다.  

1996년 데뷔한 인디밴드 크라잉넛의 ‘명동 콜링’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크리스마스 저녁 명동 거리 수많은 연인들 누굴 약 올리나. 갑자기 추억들이 춤을 추네. 생각해 보면 영화 같았지. 관객도 없고 극장도 없는 언제나 우리들은 영화였지.’
 

■ 김경아
“홍주신문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가수 김경아입니다.” 김경아 씨는 운동선수 출신 가수다. 체육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인천에서 실업팀 소속 유도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래에 대한 열정은 운동을 하면서도 늘 그녀 곁에 머물렀다. 체육고등학교 재학시절 등하굣길은 그녀의 노래 연습시간이었다. 

노래에 대한 열정은 아버지인 故김운열 선생에게 물려받았다. 故김운열 선생은 ‘보내야만 됩니까(1968)’ ‘능선은 말이 없다(1970)’ 등의 곡으로 활동했던 대중가수였다.

노래를 사랑하고 재능 많던 그녀는 지난 2011년 홍성을 찾아온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올라 인기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홍성 분들 중에 특별히 감사한 분이 있어요. “김노성 전 홍성군씨름협회장님과 유환동 홍성문화원장님이에요. 저를 발탁해서 씨름 종목 홍성군 대표로 충남 민속대제전에 출전하는 기회를 주셨고, 덕분에 우승도 연이어 했죠.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나서도 항상 응원해주시고 있고요. 유환동 원장님은 제 노래 ‘홍성 아리랑’의 작사까지 해주셨어요.”
가수 김경아는 지난 2018년 1집 ‘으랏차차’, 2019년 2집 ‘홍성아리랑’, 2022년 3집 ‘그대 사랑은’ 등을 발표했다. 그녀의 신곡 ‘그대 사랑은’은 가수 전영록 씨가 작곡한 곡이다. 무려 37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이제야 주인을 만났다.  

 

■ 김경수
“경력으로 따지면 내가 거의 왕고참일 걸?” 가수 김경수 씨는 16살에 처음 밴드를 결성해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도 스쿨밴드 생활을 이어갔고 군복무시절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쭉 노래를 해왔다고 한다.
 
홍성과도 인연이 깊다. 과거 이홍범 전 명동상가 상인번영회 회장(오! 해피데이)이 김경수 씨가 소속됐던 헤비메탈 밴드 ‘시네마’에게 상가 건물 지하실에 연습실을 마련해줬다고 한다. 

김경수 씨는 오래전부터 통나무 건축과 노래를 병행하고 있다. “본업이 어떤 건지 항상 알쏭달쏭 하지.” 

그는 2015년부터 인근 지역 예산의 노래봉사 동아리 ‘무한촌사람들’에 소속돼 향토가수로 활동했다. 2018년에는 ‘친구들’이라는 노래모임을 결성해 매월 첫 번째 주 일요일마다 예산 출렁다리 문화광장, 내포시민광장 등에서 야외 공연을 열고 있다.

“노래할 때만큼은 살아 있는 느낌이야. 세상에서 내 맘에 가장 쏙 드는 게 노래하는 거니까.”

‘친구들’은 올드팝, 하드록, 트로트, 발라드 등 여러 장르의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이 모여 함께 활동하고 있다. 

 

■ 표무영
가수 표무영 씨는 17년 전 예산에서 ‘무한촌사람들’이라는 노래봉사 동아리로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요양원, 양로원 공연부터 무한천 다리 밑 무대에서 매주 공연을 이어갔다고 한다. “한 분만 계셔도 공연했고, 아무도 없어도 노래를 불렀어요. 정한 약속은 지켜야하니까요.” 

그는 스무 살 때 대학생활을 접고 서울의 신촌으로 올라가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가게 문 열기 전에 늘 1시간 정도 노래를 부르곤 했어요. 인근 대학교에 다니던 여학생들이 와서는 ‘얘 오늘 남자친구랑 헤어졌어요. 노래불러주세요’라고 부탁하면 노래를 불러줬던 기억도 있네요.” 

그는 주로 발라드 곡을 부른다. 이별과 사랑, 인생에 대한 노래들이다. 인생이 묻어나는 음악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는 8년째 홍성에서 지내고 있으며 홍성과 예산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 김서연
트로트 가수 김서연 씨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무대에 오르고 있다. 21살 때 홍성에 정착해 그 후로 지금까지 홍성에서 지내고 있다. 일찍이 노래 재능을 발견해 많은 음악대회에서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지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수활동을 시작했고 2019년 1집 ‘심쿵해/가려진 사랑’, 2022년 2집 ‘핑계대지마’를 발표했다. 현재는 3집 발표를 준비 중이다. 다음해 3월 발매될 예정이다. 

“1집을 발매할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감격이었죠. 처음 앨범을 받아왔을 때 굉장히 떨리기도 했고요.” 그녀는 이동 중 차에서 본인의 노래를 자주 듣는다며 수줍게 웃었다.

“제 노래로 무대에 자주 오르기 때문에 자주 들을 수밖에 없기도 해요. 늘 청중과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는 거죠.” 

그녀의 좌우명은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자’이다. “크게 성공하면 물론 좋겠죠. 하지만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늘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음악을 할 수 있는 한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 이석주
청소년기 밴드부 활동을 했던 이석주 씨는 군복무를 군악대에서 했을 정도로 음악을 사랑했다. 이후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서 잠시 음악과 멀어지기도 했지만 음악이 그리워 가슴이 시키는 대로 일과 음악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벌써 5년째 일과 음악을 병행하고 있는 그는 ‘어울림’이라는 지역 단체에 들어가 음악봉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어르신들이 모인 장소를 찾아가거나 요양원 등을 방문해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그는 트럼펫과 기타 연주를 좋아한다. “제가 음악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역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앞으로도 노래를 사랑하고 지역을 사랑하며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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