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을 협업으로 막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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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멸을 협업으로 막아내자
  • 김진욱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3.02.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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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잘 먹고 잘살고 잘 쉴 수 있어야 살기 좋은 지역이다. 하지만 저출산과 고령화로 지역이 쇠락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0.79명으로 해마다 세계 최저 기록이다. 부부가 결혼해서 2.1명의 아이를 출산해야 인구가 유지되는데 출산율 하락은 인구절벽으로 국가경쟁력 하락과 파국으로 이어지게 된다.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의제(agenda)이지만 당장 시급한 문제(issue)들에 떠밀리고 땜질식 처방으로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 

올해부터 부모 급여를 신설해서 0~1세까지 아이 가정에 70만 원 지급하기 시작했고 내년에는 100만 원씩 지급할 예정이다. 부모 급여는 출산이나 양육으로 인한 소득감소를 보전해 가정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시간을 보장하고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로 다행한 일이다. 생애주기에서 최소한 영아들은 부모의 손에 길러지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자식 농사가 제일 중요하다지만 정작 직장생활을 우선하고 육아는 전문기관이나 다른 사람의 손에 맡겨지고 있다. 

지난 세월 농경사회의 대가족 제도에서 자식이 결혼해서 자녀가 생기면 한집에서 어른들이 뒷바라지와 아이들을 돌봐주어 별 어려움이 없었다. 부모가 늙고 병들어가도 자식들이 부양을 책임져주니 손자녀를 돌보는 일이 더없이 큰 보람으로 느껴졌다. 산업화 이후 핵가족은 부모와 자녀로 한정됐고 출산과 양육은 오롯이 부부에게 맡겨졌으며 맞벌이가 늘어났다. 노인부양 책임도 자식에서 사회로 전가되면서 효를 기반으로 했던 유교적 전통문화는 근간이 흔들린다. 자주 못 만난 조부모와 거리감은 커졌고 서먹하거나 심지어 얼굴조차 못 본 조상 제례는 구시대의 유물이 돼가고 있는 느낌이다. 여전히 가문의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며 효와 예를 갖추는 복된 집안들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혈연중심 문화에서 모범적인 가정으로 존경받아 마땅하지만 여전히 저출산은 계속되고 있다.

급변하는 생활환경은 인공지능 및 자동화로 아주 편리해졌다. 문명의 이기는 인간의 존엄성마저 위협할 정도로 눈부시고 스마트 세대는 단조로운 가족과 친구 관계에서 더불어 살기보다는 자기 본위로 변했으며 힘든 일은 싫어하거나 심지어 부모 찬스를 누리는 자식들이 늘고 있다. 일터에 있어야 할 젊은이 중에는 은둔형 외톨이까지 늘어나면서 일부 자치단체는 조례까지 제정하기에 이르렀고 양극화의 폐해는 지역공동체에서 끊임없이 사각지대를 생성하고 있다.     

잘 사려면 일차적으로 부모에게서 배운다. 윗물이 맑으면 다음 세대가 바로 따라온다. 베이비부머가 이뤄온 수십 년간의 번영을 기반으로 미래를 잘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후손들의 미래는 암울해질 수도 있다. 임기제의 정치인에게 맡겨두기에는 한계가 있다. 당장 효과적인 인기 정책에 우선하여 자리를 유지해야 하는 분들에게 맡겨두면 결과는 똑같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구성원 모두가 힘 모아 바꿔가야 한다. 첫째, 가족에 대한 의식변화가 필요하다. 전통과 가문을 지키더라도 아랫사람의 의견을 존중하자. 경청하고 역할을 존중하며 성별 구분 없이 가사에 솔선해야 한다. 

둘째, 여성 위주의 육아나 경력단절은 낮은 출산율에 직접 요인으로 단기적인 부모 급여보다는 경력 유지와 육아 기간 중 급여의 70~80%까지 높여줘야 한다. 

셋째, 공공 위주의 지원정책보다는 공사조직에 모두가 나서야 하고 국가의 최우선과제가 소멸 방지여야 한다. 

넷째, 가족주의에서 사회공동체 중심으로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 내 자식보다는 지역사회 구성원이 존중될 때 사회의 책무도 커지고 지역의 역할도 강화될 것이다. 

다섯째, 지자체는 중앙정부 지원정책에 순응할 필요가 있다. 열악한 지방재정으로 할 수 있는 사업들에 한계가 있다. 시류에 편승할 때 자치단체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현 정부의 처방책은 지방소멸 예방책으로 지역대학과 연대를 권유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소멸을 방지하려면 구성원들 간 협업(governance)이 필수요건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대학이 앞장서서 향토산업을 육성하고 이해관계자들과 많은 수의 주민들이 힘을 모아줄 때 우리 지역공동체는 영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진욱 <혜전대학교 교양과 교수, 행정학 박사, 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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