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 GPT’ 시대의 지역정부와 대학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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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 GPT’ 시대의 지역정부와 대학의 역할
  • 김상구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3.03.03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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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하고 있다고 떠들썩하다. ‘챗 GPT’가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예측이다. 컴퓨터의 발명과 인터넷 사용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켰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컴퓨터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고, 단순한 AI의 사용은 우리의 일상이 돼버렸다. 이들을 무시하고는 삶을 영위해 나가기 어렵다. 키오스크를 이용해 음식을 주문하는 곳이 시골에서도 흔한 일이며, 모바일 뱅킹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은행에 자주 가지 않아도 된다.

로봇을 이용한 수술도 일부 질병에서는 이미 보편화 돼 있다. 이러한 발전의 밑면에는 컴퓨터가 자리 잡고 있다. 페드로 도밍고스가 《마스터 알고리즘》에서 “이 세상의 모든 지식은 단 하나의 보편적 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해서 데이터에서 얻어 낼 수 있다”라고 했던 말이 현실화 돼가고 있다. 알고리즘이란 컴퓨터가 수행할 일을 순서대로 알려주는 명령의 집합을 말한다. 환자진단, 로봇조정, 자율주행차, 자동번역등과 같은 머신러닝, 딥 러닝도 알고리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힘들게 했던 일을 이제는 AI가 명령에 따라 정확하고 반복적으로 해낼 수 있게 됐고, 인간의 사유(思惟)능력마저 어느 정도 대신할 수 있음을 챗 GPT는 보여준다.

과학 문명의 발달은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줬다. 세탁기, 청소기, 밥솥, 포크레인 등과 같은 기계를 발명하지 못했더라면 인간은 지금까지 단순 노동에 시달렸을 것이다. 유발하라리의 말처럼 지금의 인간은 그리스 시대의 신보다도 더 신출귀몰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지 모른다. 인간들은 고대 그리스 신들보다 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일일생활권으로 만들었다. 핸드폰을 통해 세계구석의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통화를 할 수 있으며, 사진을 찍어 즉석에서 보낸다.

챗 GPT는 그림도 그려줄 뿐만 아니라 시도 써주고, 신문기사도 만들어 낸다. 이런 것들은 이제 범용(汎用)기능이 됐다. 필자도 요즘 챗 GPT에게 궁금한 사항을 물어본다. 필자가 느끼기에 그 대답은 아직 신통치 않다. 대학생들이 제출하는 리포트의 B학점 수준이라는 말에 동의하고 싶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AI의 학습 효과가 커진다면 그 능력이 어떻게 향상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언제, 어떻게 챗 GPT의 대답이 인간의 평범성을 뛰어 넘을지 모른다. 인간이 할 수 있는 평범한 기능, 하기 싫은 일들은 이제 AI가 도맡을 때가 올 것이다.

챗 GPT를 비롯한 AI와 컴퓨터, 핸드폰의 편리한 기능들을 익히기 위해서는 많은 사회적 협동노력이 필요하다. 오늘날 컴퓨터를 잘하기 위해서는 옛날 전문 타자수들이나 했던 타이핑 기능을 웬만큼은 익혀야 가능하다. 아직 햄버거를 키오스크로 시키는 데도 익숙하지 못한 노인들이 많은데, 챗 GPT의 등장은 베이비 붐 세대 이상의 노인들에게는 불편한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인구 분포상 우리나라 인구는 베이비 붐 세대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아직 이들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이 있으며, 일할 능력과 의욕도 남아 있다.

그러나 AI와 챗 GPT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이들이 이것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기 어렵다면,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이들이 능동적으로 사회 변화에 참여하고, 그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컴퓨터, AI, 인문학 등과 같은 평생교육, 재교육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고립의 시대》의 저자, 노리나 허츠의 지적처럼 사회에 일자리가 없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고,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 정치의 근본일 수 있다. 지역이 골고루 잘 살아야 국가가 융성해진다. 벚꽃 피는 순서로 망해간다는 지역대학들은 지역의 군, 도와 손잡고 50대 이후의 재교육, 평생교육에 활로를 찾아내는 것이 지역대학이 생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역 자치단체들은 지역의 경제발전과 행복지수 향상에 큰 도움이 안 되는 ‘허접한 지역 축제’에 매달리지 말고, 베이비 붐 세대들이 고향에, 지역에 내려와 제2의 인생을 새롭게 펼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각 지역에 혁신도시, 기업도시를 만들어 지역에 인구의 유입이 되게 하는 일이면 지역발전에 더욱 좋겠지만, 지역대학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지역에 맞게 개발하여 50대 이후의 세대들이 지역에서 행복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유효하다. 먼저 지역대학과 문화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컴퓨터와 AI 사용에 능숙해지고, 이것을 지역과 연결할 수 있는 아젠다를 창출하는 것이 우선해야 할 일이다. 

교육부에서도 지난 2월 23일, 2025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공통과목과 일반선택 과목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한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겠다는 ‘디지털 기반교육 혁신’을 발표했다. 그러나 많은 인구의 구성분포를 차지하는 베이비 붐 세대를 위한 디지털 교육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가 없다. 지역 자치단체와 대학이 할 일을 남겨 놓은 셈이다.

김상구 <청운대학교 영미문화학과 초빙교수, 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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