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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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 전만수 본지 자문위원장
  • 승인 2012.09.13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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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12월 19일 대통령선거일이 9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전 대표를 후보로 확정하여 분위기 선점 중이다. 당내경선에서 84%라는 압도적 지지의 여세를 몰아 이념적 스펙트럼을 광폭으로 넓혀 흡인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민주당 또한 지난 8월 25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경선 레이스를 진행 중에 있다. 문재인 후보가 10연승으로 1위를 달리고 있고 2위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 순이다. 모바일 투표 등 탈도 많은 만큼 여론의 호응도 기대 이하다. 대전, 세종, 충남 대회를 기점으로 문재인 후보가 누적 50%를 넘겨 남은 대회는 결선투표 여부가 관건이 되었다. 2002년 새천년 민주당의 경선 흥행을 생각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답답한 형국이나 예비 경선적 성격임을 부인할 수 없다. 장외인 안철수 교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체적 존재인 안철수 교수를 상수화하지 않고 이번 대선 시뮬레이션은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양당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오리무중 형국이다. 대통령의 꿈을 향해 정치판에서 오랜 기간 정진해 온 여야의 주자들로서는 의외의 복병을 만난 격이고 국민들로부터 배신을 당한 기분일 게다. 그러나 어쩌겠나. ‘정치는 현실이다’라는 명제를 부인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안철수 교수의 등장은 어찌 보면 정치권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그만큼 제도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팽배하다는 반증이다.

게다가 안철수 교수는 아직도 출마 여부에 대한 의사를 유보하고 있다. 대단히 계산된 정치적 숨고르기로 보이는 행보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로 ‘안개정국’이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든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후보든 고약스런 형국이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흥미로운 게임임에는 틀림없다. 그동안의 경험으로는 기존 정당에서 확정한 후보를 놓고 흔쾌하지도 않은 차안의 선택을 강요받았으나 이번의 경우는 말 그대로 경우의 수(數)가 판을 흔들고 있는 셈이다. 이미 안철수 교수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서 출마를 하든 안하든 대선에 관여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물러설 수 없는 배수진(背水陣)을 스스로 둘러친 격이다. 결국 안개정국은 안철수 교수 자체다.

다급한 후보들은 국민의 표심잡기에 좌충우돌이다. 우선은 당선되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정치현실에서 2등은 패자다.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 즉, ‘All or Nothing’ 게임의 파라독스다. 타 후보의 주장은 포퓰리즘이고 내가 하면 로멘스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누구랄 것도 없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포퓰리즘적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답답한 것은 국민이다. 선거 후에 닥칠 재정수요의 압박은 오롯이 국민 몫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이미 반값등록금 공약을 천명하였다. 이미 공론화된 화두의 선점이다. 젊은층 표심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하우스 푸어’ 지원책으로 ‘세일 앤드 리스백(sale & lease back)’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소위 ’빚이 많은 가게의 집을 사서 집주인에게 싸게 임대를 놓는 정책‘을 말한다. 포풀리즘의 백미를 보는 듯하다. 아직 민주당은 후보 선출대회 중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나라당보다 한술 더 뜰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다가 이번 대선은 포풀리즘 경연장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이 말은 1992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후보시절 아버지 부시대통령을 침몰시킨 대선 슬로건이다. 20년이 지났지만 경제의 중요성을 내세운 캣치프레이즈로 단연 압권이다. 대선이 90여일 남은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상황을 적확하게 꿰뚫는 말로 더 이상의 수사가 있겠는가? 정치가 경제를 견인한다고 하나 오히려 어렵게 만들고 있는 한국정치 현장의 리얼리티다.

최근 ‘국가 신용등급이 일본에 역전하였다’ 는 낭보와 함께 유럽은행이 스페인 등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국가의 국채를 매입하겠다는 결정으로 자본시장에서는 호재로 작동되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보면 밝지만은 않다. 세계주요국가의 경제 지표가 급락하고 있음을 주지해야한다. 글로벌 경제의 더블딥(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던 중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 공포가 부각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경제가 횡보하는 중에도 그나마 탄탄하던 영국과 프랑스의 실물경제마저 침체를 보이고 있다. 영국의 2분기 경제성장율은 전년 동기대비 -0.7%를 기록 작년 4분기 이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성장에 가속도를 내던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국가들의 성장둔화도 세계경제의 어두운 그림자다. 리스크 컨설턴트로서 세계적 권위자인 사트아지스 다스는 “오늘날의 경제위기는 30년 이상 간다”며 역사적 고성장 시대의 종언을 예고한다. 비관론자의 대표주자인 뉴욕대 룸비니교수는 이미 세계경제의 ‘더블딥’을 예고한 바 있다. 물론 낙관론적 접근을 하는 학자도 없는 것은 아니나 유비무환의 경종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는 게 한국경제의 현주소다.

그럼에도 대선을 목전에 둔 정치권은 경제에 대해 아예 외면하고 있다. 오리무중의 대선 향방에 미래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데 설득력의 무게가 실린다. 권력 생리상 관리정부 성격의 현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힘이 버겁다. 언제까지 여당의 포풀리즘 공약에 사사건건 제동만 걸 수는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결국 뜨거운 감자인 경제에 관한 한 여·야, 정부 모두 미필적 고의가 작동되게 되어있는 과도기적 구조다. 선거후 재정수요의 폭증으로 국가 경제의 근간마저 흔들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오죽하면 서울대학교의 송호근 교수가 다급하게 필봉을 들었을까? 송 교수는 저서, ‘이분법 사회를 넘어서’ 를 통해 유권자의 “헷갈리지 말라”고 냉정심을 자극하며 현실정치의 호도를 경계한다. 현 정치권에 대하여 “성장 효율성을 해칠 경제민주화, 복지를 세일 상품처럼 팔고 있다”고 일침을 가하며 제일 중요한 말, 정책의 뇌관 즉 ‘일자리 창출’을 빼놓고 있다고 거침없이 쓴소리를 쏟는다. 그는 “복지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기업경쟁력 강화라며 경제민주화 역시 기업경쟁력 없이는 허망할 뿐이다”라고 단정한다. 그리고 복지에 대한 개념을 말하며 “권리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 권리에는 대가가 있다. 기업이 일자리를 지킬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며 ‘공짜 복지는 없다’는 뜻을 우회한다. 그리고 “재벌과 대기업을 복지 파트너로, 나아가 적극적인 실행자로 나서게 해야 한다” 고 거침없이 주장하며 상식적 경제민주화와 대척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유권자의 경종을 자극한다. “올해 대선의 키워드는 의심이다. 강한 주장일수록 의심하라. 강한 목소리가 당신과 자녀의 미래를 망칠지 모른다”


<홍주일보·홍주신문 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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