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한 보좌관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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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한 보좌관 ‘챗GPT’
  • 최선경<홍성군의회 의원>
  • 승인 2023.04.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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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게는 아주 충실한 보좌관이 하나 생겼다. 그 보좌관은 다름 아닌 요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챗GPT’, 즉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을 말한다.

직접 사용해 보니 기존 인터넷에서는 불가능한 연설문, 시, 소설, 논문 작성, 그리고 코딩, 작곡 등 창작이 가능했다. 심지어 챗GPT의 글 작성 수준은 미국 로스쿨이나 의사면허 시험을 통과할 정도, 또는 논문 표절 검사 시스템을 통과할 수준이라는데 더 놀라웠다.

챗GPT를 활용해 보고서 자료 조사, 정책 아이디어 도출, 보도자료 작성, 엑셀·프로그래밍 실무도 시연해 봤더니 가끔 거짓 정보가 섞이긴 해도 그 실력은 웬만한 사람 못지않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챗GPT와 함께 MS가 발표한 새로운 버전의 ‘새 빙(BING)’을 병행해서 사용하니 업무효과가 월등히 높아졌다. ‘새 빙(BING)’은 검색창과 채팅창을 함께 제공한다. 챗GPT는 지난 2021년까지의 데이터만 학습돼 최신 질문엔 엉뚱한 답변을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새 빙(BING)’은 웹에 오르는 실시간 정보를 탐색·검토해서 답변하고, 각주로 신뢰성까지 보강했기 때문에 사용할수록 놀라울 따름이다. 

인구 10만의 소규모 농어촌지역 군의원이라 하더라도 집행부에 대한 합리적이고 충실한 견제·감시기능이 작동하기 위해선 의원의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주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개별의원의 역량은 시간적·물리적 제약이 있어 활발하고 역동적인 정책활동 역량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만능 박사가 아니고서야 의정활동의 모든 분야를 혼자 다 해내기란 굉장히 버거우며, 때론 한계에 봉착하는 일이 다반사다.

주민들은 군의원들도 국회의원처럼 다양한 보좌 기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문위원실을 통해 자료 조사·분석, 의안 검토와 의사진행 등 상임위원회 자체에 대한 지원만 이루어질 뿐 개별의원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국회의원의 경우 전문위원실과는 별도로 개인별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9급 비서 각 1명, 인턴 1명 등 8~9명을 두고 있으면서 이를 통해 정책·정무 보좌를 받고 있다. 반면, 군의원은 단 1명의 보좌 인력도 없다. 

그래서 지난 2020년 12월, 지방자치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지방의원에게도 정책지원인력을 부여하는 ‘정책지원관제도’가 생겼다. 예정대로라면 올해부터 의원 2명당 1명의 정책지원관으로부터 정책지원을 받게 돼 있다. 반가운 제도이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우선 정책지원관은 의원의 정책지원만으로 제한하고 있어 정무적인 보좌를 받을 수 없다. 또한 다른 일자리와 마찬가지로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제대로 채용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우리 홍성군의회에 배정된 정책지원관은 5명이다. 그럼에도 현재 1명만 파견된 공무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4명이 공석 상태이다. 채용 중이지만 맞춤형 인재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실정이다. 왜냐하면 수도권과 광역의회에 쏠림 현상이 두드러져 ‘군’ 단위 기초의회엔 지원조차 꺼리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께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 원우 중 국회 보좌관으로 일하는 30대 청년이 있는데, 챗GPT가 탄생하면서 미래에 사라질 직업군 가운데 1순위가 바로 보좌관이 아니겠냐며 걱정을 토로한다.

물론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일부 직업 분야에서 일부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게 만들어 이로 인해 어떤 일자리는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새로운 직업 분야가 생겨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신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간의 역할은 변화될 것이다. 

끝으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발 빠르게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지자체 정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챗GPT 이해와 활용 교육’을 실시했다고 전해진다. 인공지능 기술이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우리도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챗GPT를 어디까지 활용해야 하는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진 않을지, 민감 정보가 유출되진 않을지, 비윤리적인 응답으로 사람에게 악영향을 일으키진 않을지 등 다양한 우려가 나오는 중이지만 그래도 빨리 활용 방안을 익혀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어쨌든 아직 챗GPT는 내게 충실하고 쓸모있는 보좌관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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