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풍수해보험 보장 대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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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풍수해보험 보장 대상 아니다”
  • 한기원 기자
  • 승인 2023.04.2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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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은 자연재난이 아닌 사회재난으로 구분하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산불은 민간 화재보험으로 보상받으면 된다”
지자체, ‘산불피해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 꾸준히 제기돼

지난 2일 서울을 비롯해 충남 홍성군, 보령시, 당진시, 대전 등 전국에서 35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특히 홍성군 서부면 중리의 14.54㎢ 면적에 피해를 준 대형 산불은 53시간을 태우고 사흘 만에 진화됐지만 주택 53채가 탔고 이재민 91명이 발생하는 등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같은 날 오전 서울 종로구 부암동 인왕산 6부 능선에서 불이 났다. 불은 산 아래 개미마을 근처까지 순식간에 퍼졌고, 5시간 만인 오후 5시 8분 초진이 완료됐지만 축구장 21개 면적인 임야 0.152㎢가 불에 탔다. 

지난 11일 오전에는 강원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경포와 사근진 해변 인근까지 번졌다. 소방청은 최고 대응 수위인 소방 대응 3단계, 전국 소방동원령 2호를 발령했다. 이 산불로 400억 원에 이르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으며, 80대 노인 1명이 숨졌고 19명이 다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몇 년 동안 호주, 미국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은 기후 위기 영향을 받아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뭄과 강풍은 산불이 번지기 쉬운 환경을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최근 수년간 부쩍 늘어난 우리나라의 산불도 비슷한 영향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산림청 산불 발생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 18일까지 458건의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420건보다 많은 통계다.

올해 458건의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대응 3단계 규모 산불은 7건으로 지난해(11건)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날씨와 자연환경 등으로 산불이 더 확산되거나 아예 자연 발화로 발생하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지난 11일 발생한 강릉 산불(379㏊)은 바람에 부러진 나무가 전선을 덮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강릉에서는 국지성 강풍(양간지풍)이 초속 30m로 불면서 진화 헬기가 오랫동안 현장에 투입되지 못했고, 산불은 누적된 가뭄 등에 따라 빠르게 확산돼 그 피해가 총 398억 4600만원(주택 등 사유시설 333억 5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 봄에 발생한 원인 미상의 울진·삼척 대형산불(1만6402㏊)도 초속 20m 이상 되는 여름 태풍으로 8811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문제는 자연 발생에 따른 산불로 주민들의 재산 피해가 심각함에도, 피해보상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받는 성금과 사회재난 복구지원금 등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화재보험 등에 가입한 가정·기업은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지만 가입률은 높지 않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산불로 피해를 입었을 때 화재보험이나 재산종합보험 등에 가입해둔 개별 가정이나 단체·기업은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 화재보험의 경우 면적 3000㎡ 이상의 학교·병원·공장이나 16층 이상 아파트, 11층 이상의 건물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니거나 가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화재보험 가입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산에 인접한 주택 단지가 많아서 누구든 산불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조지만, 보험료에 대한 부담 등으로 대비를 잘 안 하고 있다”며 “불이 안 나면 지금까지 부은 보험료가 사라진다고 생각해 가입률이 높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지진·태풍·대설 등 9가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보상을 위해 주민들에게 정책보험인 풍수해보험 가입을 유도하고 보험료의 70~92%를 지원하고 있지만, 산불은 풍수해보험 보장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불은 자연재난이 아닌 사회재난으로 구분하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재난보험과 관계자는 “산불은 민간 화재보험으로 보상받으면 된다고 본다”며 “최근 계속 피해가 증가하고 있어서 산불 재난을 풍수해보험에 넣을지 등 여러 가지 방향을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이나, 애초 풍수해보험 가입률(7.1%)도 높지 않고, 원칙적으로 산불은 사회재난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써는 풍수해보험에 넣을 생각이 없다”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자연재해 발생 시, 주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풍수해보험 제도를 시행 중이다. 풍수해보험은 예기치 못한 풍수해(태풍, 홍수, 호우, 해일, 강풍, 풍랑, 대설)로 인한 피해를 보상한다. 지진피해도 풍수해보험 보장 대상이다. 행안부가 관장하고 민영보험사가 운영하는 정책보험이다. 가입 대상 시설물은 △주택(동산 포함) △온실(비닐하우스 포함) △소상공인의 상가·공장이다.

정부가 보험료 70~100%를 지원한다. 하지만 산불은 풍수해보험 가입 항목에 들어가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의 요구에도 수년째 논의는 멈춰있는 상황이고, 대형 산불이 잇따를 때마다 ‘산불피해를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오고 있지만 더 이상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산불로 인한 재산 피해보상은 여러 군데 허점이 있는 상태여서 산불을 풍수해정책보험 대상에 넣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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