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오염수가 ‘엎질러진 물’이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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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오염수가 ‘엎질러진 물’이 되지 않으려면
  • 신은미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3.06.15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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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의 이목이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쏠려있다. 방사능 오염수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방류된 오염수가 우리나라에 언제 도달하는지, 수산업이 얼마나 타격을 입을지 모두 불안해하고 있다. 필수재인 소금은 벌써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고 ‘이제 회는 다 먹었다’는 반응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환경운동연합 의뢰로 지난 5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찬반을 물은 결과 85.4%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는 10.8%에 그쳤다.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성에 대한 일본 정부 주장에 대해선 79%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각계각층에서 규탄 성명을 내고, 당장 생업에 위협을 느끼는 어민들은 상경투쟁을 하고 있다. 일본의 양심적인 학자와 시민단체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관해서는 여러 쟁점이 있을 수 있지만, 확실한 것은 한 번 바다로 흘러들어간 방사능 오염수는 손 쓸 도리가 없다는 것, 희석하더라도 방사능물질의 총량은 그대로라는 것, 아직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으며 반영구적인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는 분명 심각한 일이지만, 어쩌면 ‘가장 값싸고 손쉬운 방식’을 추구해온 우리 사회가 맞딱뜨려야할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할 수도 있다. 방사능 오염수가 방류돼서는 안 되며, 더 나아가 핵발전을 중단하고 우리 삶의 방식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고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했다. 최악의 재난이었다. 이 사고는 핵발전을 통한 에너지 생산에 대한 강력한 경고였지만,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핵발전소를 새로 짓고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 더 잦아지고 있는 자연재해와 핵발전소의 복잡성을 생각하면 핵발전소 사고는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인간을 비롯한 수많은 생명들이 희생되고 물과 토양, 공기가 오염됐는데 반성은커녕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한 것이다. 사고가 아니어도, 상시적으로 위험에 노출돼 있는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안전과 건강은 어쩔 것이며, 100만 년 이상 보관해야 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은 어쩔 것인가. 잘 처리되고 희석된 방사능 오염수는 먹어도 된다는 전문가, 사실을 축소하기 위해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부르며 동조하는 정부,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묵인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까지, 핵발전소 사고와 방사능 오염수 문제를 통해 우리는 비양심, 반이성, 무책임으로 치닫는 인간 문명을 본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가 단순히 ‘회(수산물)’를 먹지 못하는 문제로 귀결돼서는 안 된다. 어민이나 미래세대만의 문제, 단순한 환경문제로 좁혀져서도 안 된다. 모든 문제가 연결돼 있고, 모두가 피해자이자 함께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진보, 보수의 의견이 다를 수 없는 문제이며,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엎질러진 물’이 되지 않으려면, 인간의 오만이 어떤 실수를 저질렀고 또 얼마나 반성하는지, 자연을 마음껏 착취해온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고백해야 한다.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할 게 아니라, 수조시설을 정비해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리해야 할 것이다. 전 세계가 핵발전소를 줄여나가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유감스럽게도 한국 정부는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만, 지방의회라도 결의문을 채택해 주민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시민들도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한 자기 입장을 분명히 가지고, 방사능 오염수가 내가 쓰는 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주민 의견을 대변하지 않는 정부와 의회를 감시하고 압력을 가하는 일도 필요하다. 관심과 참여가 세상을 바꾼다.

신은미<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 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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