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움과 강인함의 춤사위로 풀어내는 '평양검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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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움과 강인함의 춤사위로 풀어내는 '평양검무' 인생
  • 이연정 기자
  • 승인 2023.07.2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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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남도 무형문화재 제1호
평양검무 전수교육 이수자 이정옥 소요예술단장
광천문예회관에서 선보인 평양검무 공연.

지난달 30일 ‘문화사랑 예술쉼터 들돌’에서 관내 발달장애인들이 공연에 직접 참여하며 관람하는 참여형 베리어프리 공연에서 이정옥 단장은 한국 전통춤을 선보였다. 소요예술단을 이끌며 평양검무와 다양한 한국 전통춤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이 단장은 춤에 대한 열정 하나로 서울과 홍성을 오가며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관내 군민들에게 한국 전통춤을 알리려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평양검무 전수교육 이수자로 이북5도청의 평안남도지사에게 무형문화재로 인정받아 40여 년을 오직 춤을 위해 살아온 소요예술단 이정옥 단장에게 평양검무는 무엇인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들어봤다.

“광천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고 서울로 상경해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어요. 20대를 남편과 아이들을 위한 세월로 보냈지요. 자식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고 30대 초반쯤 되니 어렸을 적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던 무용이 하고 싶어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무용학과에 입학하게 됐어요. 그 뒤 평양검무 이수 시험을 보고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제1호인 평양검무 전수교육 이수자로 활동하게 된 거예요. 평양검무 외에도 부채춤, 태평무, 진도북춤 등 다른 한국전통춤도 배워나갔습니다”
 

광천문예회관에서 선보인 평양검무 공연.

삼국시대에 북방 기마민족의 고구려 벽화에도 나와 있듯이 전쟁이나 무술 훈련을 통해 검무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후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평안도 지역의 행정과 군사 등 제반 업무를 총괄하던 관청인 평안감영(平安監營)에서 교방 관기들이 호국보훈의 의지를 담아 각종 연회에서 평양검무를 선보이며 예술성이 더해졌다. 평양검무의 춤사위는 박력 있고 회전이 빠른 것이 특징이며 칼로 땅을 치는 동작은 평양검무만의 독특한 동작이라고 볼 수 있다. 

평양검무는 오랫동안 북한 평양에서 전승된 춤이지만 정작 북한에서는 그 명맥이 끊겼다. 다행히 평양검무를 북한에서 이수한 故 금초 이봉애 선생이 월남한 후 안양에 정착해 그 전승의 불씨를 되살렸다. 그래서 안양은 평양검무의 제2의 고향이다. 

이 단장은 서울에서 활동 당시 여러 공연을 다니며 전통춤을 활용한 봉사활동도 많이 했었다.
“서울 서초구립성심노인복지센터에서 5년 정도 공연을 했었는데 처음엔 봉사로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센터 원장님께서 정기적으로 공연을 해줬으면 하는 요청에 오랫동안 공연을 하게 된 거죠. 제 공연으로 환자들의 반짝이는 눈을 보면 제가 오히려 치유받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들고 지친 병원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생각하니 절로 신이 나서 더 열심히 춤을 추게 되는 것도 있었고요”
 

서울 봉은사에서 펼쳐진 보령승무.

홍성의료원에서의 특별 봉사활동에 대해서도 말해줬다.
“홍성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제가 팔을 다친 적이 있었어요. 홍성의료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다녔었는데 요양원 특별 봉사 모집 공고가 난 걸 보고 서울에서 봉사한 경험을 살려 요양원 봉사도 다니고 했었어요”

이 단장은 식탁에 늘어져 쌓여있는 사진과 활동 자료들을 보며 매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서울 봉은사에서 15년 정도 무용단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종교 공연도 펼쳤었어요. 제 인생에 제일 황금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문득 그때 공연한 사진이나 무용단원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보면 제가 참 고왔단 생각이 들기도 해요. 나이가 들고 보니 제일 예뻤던 시절에 배움의 열정을 불태우며 큰 무대를 설 수 있었던 것이 영광이었습니다. 지금은 다음 세대를 위해 평양검무의 맥을 이어나가야겠단 다짐 하나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의 활동을 뒤로하고 귀향을 선택한 이 단장은 “6년 전 고향인 홍성으로 다시 돌아와 개인적으로 활동을 하려니 제약이 많았어요. 그래서 ‘소요예술단’이란 단체를 설립했죠”라고 말했다.
 

서울 봉은사 공연.
서울 봉은사 공연.

소요예술단은 2021년 개설돼 국가무형문화재인 한국 전통무용을 전승·보급하며 홍성에서 재능기부나 버스킹 등 문화 나눔 공연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단체 설립 후 많은 활동을 했었는데 최근에는 홍성군문화도시센터의 2023년 찾아가는 문화배달지원사업에 선정돼 천태2구 노인회관에서 ‘예술 웃음꽃으로 행복을 잇다’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어요. 그 외 지난 3일에 진행한 베리어프리 공연 ‘Let`s Dance! Dance!(렛츠 댄스! 댄스!)’공연도 개최했었고요. 관내에서 한국 전통춤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며 군민들에게 평양검무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돼 뿌듯했었습니다”

“저는 늦은 나이에 무용을 시작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활동해온 결과 서울과 홍성을 오가며 제자 양성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현재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존재하고 사람들의 흥미를 돋울 수 있는 춤이 많아요. 이런 상황 속에서 전통춤의 명맥을 이어나간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죠. 평양검무가 힘든 춤이기도 하고요. 중도에 포기하기가 정말 쉬운 춤 같아요. 비용에 대한 걱정도 있을 테고 무엇보다 인내심도 중요해요. 기교만 있다고 되는 춤이 아닌 마음속 심연에서 춤이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지요”

이 단장은 제자를 기르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제가 의욕이 넘치는 것인지 배우는 입장에서도 저와 같이 따라와 줬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그에 따라와 주지 못하는 분들을 보면 맥이 빠질 때도 있고요. 그렇지만 꿋꿋이 이 길을 걸으며 제자 양성에 힘을 쏟으면 또 다른 훌륭한 평양검무 전승자가 많이 생겨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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