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엽수 갉아먹는 미국흰불나방, 홍성 전역 ‘피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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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엽수 갉아먹는 미국흰불나방, 홍성 전역 ‘피해 속출’
  • 박승원 기자
  • 승인 2023.08.2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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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산림병해충 발생 예보 ‘경계’ 단계로 상향
홍성군, 농작물 피해사례접수 없어… 방제에 최선
미국흰불나방이 갉아 먹은 뽕나무 잎.

활엽수 잎을 갉아 먹어 나무를 고사에 이르게 하는 미국흰불나방 피해가 홍성지역 전역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등 예년보다 피해가 커지고 있어 방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홍성군은 물론 농민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홍북읍 중계리 홍천문화마을 주민 최 아무개 씨는 “먹성이 좋은 흰불나방들이 벚나무 잎을 갉아 먹어 군데군데 벚나무 가지가 앙상해져 벌써 가을이 온 것이 아닌가 잠시 착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또 내포신도시에 거주하는 김동욱 씨는 “매년 반복되는 흰불나방 무리 피해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 당국이 지속적인 관심과 방제에 힘써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에 홍성군은 “지난 6월부터 미국흰불나방 피해를 대비해 방제해 왔다”고 주장했다. 

군 산림녹지과 병충해 방제사업 자료에 따르면 △1차 방역기간으로 ‘가로수 병해충’은 6월 15일에서 7월 18일까지, ‘일반병해충’은 6월 23일에서 8월 21일까지였다. 방제구역은 관내 23개 노선, 도시계획도로 18개 노선, 지방도 96, 홍성천 주변이다. 

△2차 방역기간은 ‘가로수 병해충’은 8월 3일에서 9월 5일까지, ‘일반병해충’은 8월 3일에서 9월 10일까지다. 또한 △3차 방제작업은 주요 병해충 발생지를 중심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태영 군 공원녹지팀장은 “지난 3년간 흰불나방 출몰 시기를 조사한 결과, 2021년에는 6월 초, 2022년에는 6월 말, 올해는 6월 중순경이었다”면서 “흰불나방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9월 말까지 지속적인 예찰·방제를 해 소중한 산림자원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나무 전문가 김기설 나무의사는 “미국흰불나방은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벚나무, 단풍나무, 뽕나무, 감나무, 대추나무, 호두나무 등 160여 종에 이르는 활엽수에 피해를 입힌다”고 설명하며 “미국흰불나방이 출몰하기 전 조기 방제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산림해충과 작물해충 방제를 함께했을 때 더 효과가 좋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16일부터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 내려진 산림병해충 발생 예보를 ‘관심’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했다고 22일 밝혔다. 경계 단계는 외래·돌발 병해충이 2개 이상 시·군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거나, 50㏊ 이상 피해가 발생한 경우 발령된다.

현재 경기·충북·경북·전북 등지에서 미국흰불나방 밀도가 증가하고 있어 방제 기관의 방제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산림 당국은 전했다. 특히 최근 기후변화로 피해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병해충 발생 예보 ‘관심’ 단계가 발령된 지난해 피해면적이 3600㏊에 달했다.

산림청은 유충 활동시기인 9월까지 집중 방제에 나설 계획이다. 병해충 예찰방제단 1500명을 비롯해 생활권 수목진료 기관인 나무병원과 협력해 가로수·공원 등을 중심으로 촘촘히 방제키로 했다.

한편 미국흰불나방은 주로 도심 가로수·조경수와 농경지 과수목 등에 피해를 주는 해충으로, 여름철에 벚나무·포플러 등 다양한 활엽수의 잎을 갉아 먹어 피해가 극심한 경우 나무가 죽기도 한다. 지난 1958년 북미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흰불나방은 보통 1년에 2회 발생한다.

특히 2012년 한국응용곤충학회지에 게재된 ‘국내 미국흰불나방의 최근 발생·피해 보고’ 자료에 의하면, 미국흰불나방은 2011년 국내 35개 시·군에서 발생과 피해가 확인됐고, 국내에서는 검은색 머리(black-headed form)를 가진 유충의 출현만 확인됐다. 미국흰불나방이 출현하는 곳의 서식지 분포 비율은 가로수 66.7%, 조경수 19.4%, 산림 13.9%로 나타났다. 즉 가로수, 조경수가 86.1%로 인위적인 환경에서 피해가 심각했다.

또 전라남도 농업기술원 자료에 따르면, 미국흰불나방 유충은 주로 활엽수에 서식하는 산림해충이다. 몸에 검은 점과 흰 털이 많고 실을 토해 잎을 싸고 떼를 지어 살며 4령충 이후가 되면 실을 토하지 않고 분산해 기주식물(寄主植物, 곤충이나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식물)의 잎맥만 남기고 잎을 먹어 치운다. 암컷 한 마리가 알을 600~700개를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대단하고 1년에 한 번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많게는 3번까지 출몰할 수 있다.
 

용봉천을 따라 봉신교차로와 용봉초등학교를 이어주는 도로변에 심어진 벚나무 가로수 잎이 무성한 2016년 5월 모습.
올해는 미국흰불나방이 도로변에 심어진 벚나무 가로수 잎을 갉아 먹어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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