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시한부 인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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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시한부 인생인데”
  •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 승인 2024.01.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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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1년 중에 가장 춥다는 대한(大寒)인데 아내가 이 세상을 마지막으로 황급히 떠나던 지난 15일은 겨울 날씨답지 않게 포근했다.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에서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라는 구절이 가슴에 고동친다. 물론 여기의 님은 조국으로 차원은 다르지만 슬픔의 강도는 같은 것이 아닐까? 그리고 <알 수 없어요>에서도 “그칠 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라고 말했듯 알 수 없는 것이 우리네의 운명인가 보다.

우리는 이 땅에 남녀로 태어나서 성장해 가정을 이루고 살다가 누군가는 먼저 이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 언제인지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것도 알 수 없다. 또한 우리의 삶을 기차 여행에 비유하며 여기는 왕복표가 없고 종착역이 어디인지 모르고 하루하루 달려가고 있다.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기차표를 전해주고 그분들은 어디선가 먼저 내리시고 함께 가는 승객들도 어디서 내리는지 모르게 하나씩 하차를 한다. 보통 암환자처럼 3개월이나 6개월의 판정을 받으면 시한부 인생이라 하지만 유한한 모든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없는 시한부 인생이다. 다만 내일 죽을지라도 오늘은 죽음을 잊고 오래오래 살 것처럼 착각하며 살뿐이다.

한편 인생을 망망대해(茫茫大海)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그간 갑자기 몰아닥친 태풍으로 3개월간 표류하다가 나룻배가 전복돼 내부선장인 아내가 조난을 당한 심정이다. 그러나 황금 보석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고귀한 생명이지만 우리는 어찌할 수 없이 주어진 상황에 순응해야 한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사랑의 밧줄을 던져줘 구조는 됐지만 앞으로의 항해가 염려된다. 혼자서 저 넓디넓은 대해를 어떻게 항해해야 할지….

지금은 반추의 시간으로 부부로서 지내 온 50년의 생활을 되돌아보니 살아오면서 기쁜 일, 슬픈 일, 좋은 일, 힘든 일 등이 한 편의 영화처럼 스쳐 지나가게 되니 희비의 쌍곡선이 뇌리에 진통을 몰고 온다. 그러나 우리는 인생을 어떻게 살았는지 보다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여기까지 살아온 인생을 긍정과 감사로 해석하는가 아니면 부정과 후회로 해석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물론 나는 전자를 생각하며 주어진 여건에서 범사에 감사하며 항상 기뻐하는 자세로 살려고 노력해 왔다. 또한 우리의 삶은 하나의 연극에 비유해서 이 세상이라는 무대에 총 감독자이신 조물주의 지시에 따라 각자 맡은 배역을 하는 배우와도 같다. 결국 죽음이란 맡은 배역과 대사가 끝나면 무대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닐까?

시한부 인간은 각자에게 맡겨진 배역을 열심히 하다가 퇴장하는 인생 단막극의 한 장면이기도 하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각자의 고유한 배역은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다.

이제 2024년 새해의 1월도 하순에 접어드는데 갑진년을 값진 년으로 보람 있게 살고 싶은데 너무 많은 ‘다짐’을 하면 다 ‘짐’이 될 수 있다. 인생 마라톤 경기처럼 무리하지 말고 100세 시대에 적당히 자기의 체력의 한계를 유지하며 여유롭게 살아가길 소원한다. 젊은이는 달려갈 길이 달려온 거리보다 많이 남았지만 어르신들에게는 달려갈 거리가 달려온 거리보다 짧음을 인식하며 신중하게 달려가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스피노자가 말한 대로 “내일 이 세계에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심정으로 비록 시한부 인생이지만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야겠다.

이 지면을 통해서 지난번 저희 상사에 원근 각지에서 조화와 부의금에 마음을 담아 주신 모든 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귀댁에 애경사가 있으시면 연락주셔서 그 은혜에 작은 보답이라도 할 수 있게 해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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