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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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 김선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4.02.01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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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른이 됐다고 할 수 있을까? 법률적으로 성년이 되는 만 19세가 되면 어른이 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경제적으로 부모에게서 독립하면 어른이 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른’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동사 ‘얼우다(결혼하다)’에서 파생된 것으로, 접미사 ‘ㄴ’이 결합해 명사 ‘얼운’이 돼 ‘어른’으로 변했는데, 그렇다면 결혼해야 어른이라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자식을 낳아 키워보고, 부모의 마음을 알게 돼야 어른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이번 2월에 소개할 책은 한국 출판 역사상 최단기간 밀리언셀러에 오른 에세이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이며, 현재 서울대학교에 재직 중인 김난도 교수의 저서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이다.

어른이 되면, 미숙함과 불안감은 모두 사라지고 거센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천년 고목처럼 우뚝 서서 마음먹은 대로 삶을 살아낼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흔들리는 것이며, 그 흔들림 때문에 아파하고 괴로워하며 삶의 순간순간을 붙들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 

그리하여 미치도록 아픈 그 흔들림 속에서 미숙함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내고 점점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다. 김난도 교수는 ‘어른’이란 인간 발달의 특정 시점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삶의 흔들림을 스스로 조금씩 잡아나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또한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면서 흔들림 속에서 삶을 조금씩 배워나가 꼭 그만큼씩만 어른이 된다고 했다. 그렇게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것이다. 

도종환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에서 시련을 겪으면서 꽃이 피어난다. 역경을 겪으면서 삶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흔들리니까 사람이고, 흔들리면서 피어나는 게 삶인 것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흔들리지 않고 어른이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고은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그 꽃’이 보이기 시작하면 어른이 된 것이다. ‘그 꽃’은 무엇일까? 상대방을 깎아내리면서 자신이 잘났다고 우쭐대고 싶은 욕구일까? 부자가 되겠다고 선한 사람에게 사기 치는 그 대범함일까? 아니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주변에서 위로는커녕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더라도, 똑바로 일어서서 발을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다. 

영국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키플링(Rudyard Kipling)이 아들에게 한 말인 “네가 평생을 바친 것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도 낡은 연장을 집어 들고 다시 세우려는 의지가 있다면 너는 어른이 됐다고 할 수 있다”가 ‘어른’의 의미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춘추시대 철학자 노자(老子)는 “세상을 이기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지만, 자기를 이기는 사람은 더욱 강하다”고 했다.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돼야 드디어 어른이 됐다고 말할 수 있겠다.
 

김선옥 <테라폰 책쓰기코칭 아카데미 대표, 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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