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이해가 미치는 스마트폰 충동 조절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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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이해가 미치는 스마트폰 충동 조절 변화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4.03.14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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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激勵, encouragement)는 용기나 의욕을 복돋아 주는 위로의 뜻이다. 타인이 나를 위로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고 의욕을 복돋아 주는 것은 성장과 발달을 촉진시키는 좋은 자원이다.   

민지(중3)와 연지(고2)는 자매(姉妹)이다. 민지는 언니 연지를 매우 좋아한다. 크게 싸운 후에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다퉜느냐는 듯 함께 밥을 먹고 킥킥거리면서 이야기를 한다. 엄마가 출장을 가시거나 늦게 퇴근하실 때에도, 공부 스트레스로 짜증을 부릴 때에도, 언니는 민서의 짜증을 받아준다. 더욱이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나 게임 클랜을 오래 할 때면 그만하라고 얘기해주고, 서로 조절할 수 있도록 견제해 주는 좋은 자매이다. 

이전부터 민지와 연지의 관계가 원만했던 것은 아니다. 2년 전만 해도 민지와 연지는 서로 갈등이 심했고, 불안도 매우 높았었다. 특히 스마트폰 때문에 엄마와 잦은 다툼이 있었고, 세 여자의 불꽃 튀는 전쟁이 매일같이 반복됐다. 민지는 게임 클랜에서 부마스터가 되려고 게임에 돈을 많이 썼고, 장시간 채팅방에서 주요 역할을 하다 보니 학업 성적이 많이 떨어졌고 친구관계도 소원해졌다. 언니도 SNS, 트위터, 인스타그램을 새벽까지 하다 보니 하루 3시간 정도 잠을 잤고, 그로 인해 학교 성적 및 수행평가 등 매우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했다. 

이때 엄마의 권유로 민지와 연지는 가정방문상담을 받게 됐다. 상담을 통해서 민지는 자신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말이 없는 조용한 사람으로 인식됐지만, 게임 클랜 채팅방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들어주는 친구들로 인해 점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알게 됐다. 더욱이 채팅에서 부마스터가 되고 친구들로부터 인정받으므로 반복적으로 그 행동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연서 또한 자신의 심리적 불안과 스트레스를 SNS와 메신저를 통해서 해소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의 대처방식을 이해함으로써 스마트폰 사용을 조절케 되는 촉발 요인이 됐다.

개인심리학자 아들러(Adler)에 근거한 자기격려(셀프 카운슬링)는 자신이 변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 및 친구에 대한 관심과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며,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보고한다. 

민지와 연지에게 상담 이후 현재까지 스마트폰 사용을 잘 조절할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연지는 “스마트폰을 조절하기 어려울 때마다, 내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것이 매우 좋은 것 같아요”라고 한다. 

그리고 민지도 “언니랑 비슷하지만 무작정 이것을 하면 안 좋다고 하기 보다는 제 마음을 알아주고, 괜찮아 네 마음을 이해해. 하지만 이 정도로 많이 하면 안 돼. 30분만이라도 내려놓고 다른 것을 하자”라고 자신이 자신을 이끌어주는 얘기를 많이 하다 보니,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충동성을 조절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연지는 학생들이 종이 없이 학급활동, 수업 계획을 쉽게 관리하고 교사가 학생의 학업 진행 상황을 알 수 있는 무료 교육 앱 ‘클래스 룸’을 통해서 선생님과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그리고 트위터와 인스타그램도 즐겨한다. 왜냐하면 최신 소식을 가장 빨리 접함으로써 친구들과 소통할 때 대화의 주제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잘 조절하고 있다. 

민지도 게임 클랜 방에서 퇴출을 당했다. 왜냐하면 부마스터로서 활동도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섭섭하거나 아쉽지 않다. 왜냐하면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관계를 영위하기 보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더 소중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민지는 K팝 아이돌의 노래를 시청한다. 그리고 연지도 인터넷 강의를 통해 알게 된 A선생님의 ‘잘자요~’를 10번씩 돌려보고 잠을 청한다. 두 자매의 이런 스마트폰 활용은 오히려 엄마와 갈등이 야기되거나 일상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렇게 민지와 연지는 심리적으로 혼란스러웠던 갈등의 시간들을 지나, 평온한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최명옥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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