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핵발전 사고를 겪고도 살던 대로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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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핵발전 사고를 겪고도 살던 대로 살까?
  • 신은미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4.03.14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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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홍성녹색당과 ‘지역을 바꾸는 녹색문고’에서 주관한 여성학자 정희진 님의 강연이 있었다. 글을 잘 쓰려면, 그리고 그 글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으려면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관한 통념이 무엇인지 정리한 후 생각을 전개해 나가라는 것이 강연의 요지였다. 

배운 대로 실천해보고 싶어 돌아오자마자 질문거리를 적어봤다. 어수선한 세상에 질문거리가 수두룩했지만,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13주기가 가까워 ‘핵발전’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홍성으로 귀촌하고 환경운동을 하게 된 계기도 후쿠시마 사고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왜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핵발전 사고를 겪고도 살던 대로 살까?

2011년 3월 11일, 일본에 쓰나미가 덮치고 핵발전소가 폭발했다는 뉴스를 듣고 충격과 절망에 휩싸였다. 머리로는 핵발전이 위험하다는 것도, 미국 스리마일(1979년)과 우크라이나 체르노빌(1986)에서 끔찍한 핵발전 사고가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설마’하는 느슨한 태도로 살아온 것이 부끄러웠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핵발전의 문제점에 대해 알게 됐고 더 이상 핵발전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핵발전소 내외부의 사고와 고장, 부품 비리와 핵피아, 발전소 노동자와 인근 지역주민들의 건강피해, 핵폐기물 처리, 송전탑 등의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국내외 여러 원자력전문가들은 밀집도와 운영연한으로 본다면, 다음으로 핵발전소 사고가 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한국이라고 지목했다. 

후쿠시마 사고로 ‘핵발전은 깨끗하고 안전하며, 값싸고 효율적’이라는 ‘통념’은 완전히 깨진 것이나 다름없다. (재앙 수준의 사고 가능성을 포함하는)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핵발전은 더럽고 위험하며 비싸고 비효율적인 에너지’인 것을 모두가 봤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일본 방사능오염수 해양 투기도 바로 후쿠시마 사고의 산물 아닌가. 

하지만 13년이 지난 지금, 일본의 핵발전소 사고를 목도하고도 우리나라는 국제 흐름과 반대로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약 10기의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과 2기의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2050년까지 핵발전소를 세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한 자리에 소형모듈원자로(SMR)을 건설하겠다는 이야기도 서슴없이 한다.

끔찍한 사고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사고를 잊지 말아야 하고 살던 대로 살아서는 안 된다. 핵발전소는 멈춰야 하고 전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핵발전은 질문 없는 사회의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이번 총선에는 질문을 던지자. 그리고 무엇보다 원자력에 중독된 전기 생산의 명분 하에 토건과 개발을 쫓는 정치인을 국회로 보내지 말자.
 

신은미<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 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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