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의 미학, 4관왕 홍주발효식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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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의 미학, 4관왕 홍주발효식품 이야기
  • 박승원 기자
  • 승인 2024.03.16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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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자 홍주발효식품 대표
이경자 홍주발효식품 대표와 남편 김홍제 씨.

우리나라의 전통 발효식품인 된장, 고추장, 간장에 푹 빠져
팥장, 홍성서 재배한 작고 길쭉한 토종 팥 ‘이팥’이 주재료
식중독 유발 미생물 성장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안전성 높아

 

이경자 홍주발효식품 대표는 예전에 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에서 말기환자들을 위한 상담 선생님이었다. 그곳에서의 경험은 이 대표의 인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병원에 있던 대부분의 환자들은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있었고, 마음속에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외로움이 쌓여 있었다. 또한 그들은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받고 싶은 사랑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환자들에게 마지막 소원이 뭐냐고 물으니 ‘세상을 떠나기 전 어머니가 직접 만든 소박한 된장국을 한 번 더 먹어보고 싶다’고 대답하더군요. 그래서 집에서 오래 숙성시킨 전통 된장으로 심심한 된장국을 만들어 환자들에게 대접했더니, 모두가 하나같이 ‘이제 살 것 같아. 너무 행복해. 이 세상에서 더 살고 싶다’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어요.”

그때 이후로 이 대표는 우리나라의 전통 발효식품인 된장과 고추장, 간장에 푹 빠졌다. 그래서 고서(古書)를 찾아 한 장 한 장 넘기며 지식을 겹겹이 쌓아가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이 결국 홍주발효식품 공방을 만들게 된 발판이 됐다.

홍주발효식품은 지난 2017년 시작해, 고문헌에 적힌 정보를 바탕으로 열심히 연구해 팥으로 만든 팥장, 더덕이랑 도라지를 넣어 만든 더덕도라지장, 도토리로 만든 상실장 같은 우리 조상들이 좋아했던 특별한 된장을 다시 만들어냈다. 그래서 그동안 평범하게 생각되던 된장이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대표와 함께 홍주발효식품은 팥장 복원을 통해 사람들 사이에서 점점 알려지게 됐다. 홍주발효식품의 팥장에는 홍성에서 재배한 작고 길쭉한 토종 팥인 ‘이팥’이 주재료로 쓰인다. 동의보감에서 ‘이팥’은 몸이 차거나 부종이 있을 때, 또는 산후에 모유가 나오지 않을 때 사용하는 약재로 소개돼 있다.

또한 이 대표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 유명했던 평안도의 ‘강계장’은 원래 도토리로 만든 상실장이다. 지금도 함경도에서 상실장을 많이 먹는다. 이것은 고승들이 예전에 산에서 주운 도토리를 이용해 만들어 도토리를 빻아 콩과 함께 발효시킨 것이다. 상실장은 조선 전기의 어의 전순의가 쓴 ‘산가요록’에도 ‘고려시대 된장 제조법’으로 기록돼 있다. ‘장맛이 아름다우며, 세상에 없는 장이다’라고 장맛을 극찬하는 부분도 있다.

이 대표는 2021년 참발효 어워즈 된장부문 ‘대상’에 이어 2022년 참발효 어워즈에서도 조선간장과 상실장 부문에서 각각 수상하며 2년 연속 대상을 차지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달 24일에는 2024년 참발효 어워즈에서 ‘팥고추장’으로 또 다시 대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맛봤다. 이번에 수상한 팥고추장은 농촌진흥청에서 연구하고 개발한 위해 요인 제어 발효시설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다.
 

이 특허받은 시설은 온도 조절 기능을 통해 식중독 유발 미생물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며 안전성 높은 발효식품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덕분에 장 제품의 안전성이 많이 높아졌고, 맛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이경자 홍주발효식품 대표는 “앞으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서 모든 세대가 전통장의 맛을 즐길 수 있게 만들기 위해 지난 2018년 방송통신대학교 상담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올해 혜전대학교 농식품융합과에 입학했다”면서 “비록 만학도로서 배우는 게 쉽지 않겠지만, 젊은이들 못지않은 도전정신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장맛을 이끌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번에 받은 ‘2024년 참발효 어워즈상’은 혁신적인 발효 기술과 전통 음식 문화가 잘 어우러져 높은 안전성과 좋은 맛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예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전통 발효 식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홍주발효식품은 이번 상의 계기로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을 통해 지역의 전통장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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