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그루 율(律) 대표
칼럼·독자위원
홍성역사인물축제가 올해 5년 만에 열린다. 엄밀하게 보자면, 2021년에는 온라인으로 축제가 열렸다. 하지만 사실상 주민·방문객들이 함께 즐기는 대면 축제는 5년 만에 열리는 셈이다.
축제명칭이 바뀐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된 홍성역사인물축제는 매해 가을축제로 진행되다가 2020년부터 어린이날 큰 잔치와 함께하는 교육문화축제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발생과 확산으로 축제가 취소됐고, 이듬해인 2021년엔 온라인으로, 2022년엔 코로나19 확산으로 역시 축제가 취소됐다. 지난해는 축제 개최를 목전에 두었으나, 홍성 서부 산불로 인해 축제가 다시 전격 취소됐다.
올해 축제는 ‘한성준 춤판, 이응노 그림판’이 주제다. 명고명무 한성준(1874~1941) 선생과 고암 이응노(1904~1989) 화백이 올해 축제의 주인공으로, 탄생 150주년과 120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하는 의미와 어린이날 행사를 함께 즐긴다는 명분으로 축제가 열린다.
여기서는 축제의 연혁과 축제의 개최 여부를 따지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홍성역사인물축제는 최영, 성삼문, 한성준, 한용운, 김좌진, 이응노 등 6명의 홍성의 대표인물을 선양하고, 이분들의 삶과 업적을 콘텐츠화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양한 삶의 방식과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함이다.
또한 성삼문·한용운으로 상징하는 ‘문(文)’, 최영·김좌진으로 상징하는 ‘무(武)’, 한성준·이응노의 상징하는 ‘예(藝)’를 축제의 기본 골격으로 삼아 다양한 공연, 전시, 체험을 선보이는 것이 축제의 목표이다.
그렇다면 왜? 홍성은 ‘역사인물’을 주제로 축제를 하는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홍성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 천혜의 자연경관을 지니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니다’가 더 많다. 물론 용봉산과 오서산, 남당항 등 자연경관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매우 뛰어난 자연경관이 있다고 하기에는 좀 애매하다. 그렇다면 특산물은? 하면, 이 질문은 답이 있다. 홍성한우와 한돈, 광천토굴새우젓과 조선김, 남당항을 비롯한 인근 해역의 대하와 새조개 등 특산물은 나름 자랑할 만하다. 또 여기에 맞춤 축제도 매해 열린다. 지난해는 ‘글로벌바베큐페스티벌 in 홍성’을 개최, 일정 부분 성공했다고 평가받는다.
홍성의 자연경관과 특산물 축제는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홍성역사인물축제가 왜 중요한가를 말하고자 한다. 홍성역사인물축제는 지역의 정체성을 밝히는 축제이다.
홍성(홍주)의 1006년 역사는 ‘1018년 홍주 1000년’과 ‘1914년 홍성 100년’이라는 유구한 역사와 치욕의 역사라는 사실을 함께 알려주고 있다. 이 긴 역사 속에서 홍성은 위대한 인물들을 수없이 배출한 유서 깊은 지역이다.
홍성(홍주) 역사의 시작과 함께 한 운주성 긍준으로부터 고려의 진화, 보우, 최영 등, 조선의 이서, 성삼문, 이달, 청난5공신, 남구만, 한원진, 김호연재 가족, 전운상·전일상·전천상, 최예운, 기생 만향 등, 한말과 일제강점기 김복한, 이설, 이근주 등 홍주의병, 한성준, 한용운, 김좌진, 김종진, 이응노 등이 있다. 이밖에도 많은 인물이 배출된 곳이다.
위의 제시한 인물들만으로도 이 나라 전체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대단한 인물들이다. 이 인물들이 있었기에 홍성역사인물축제도 존재할 수 있다.
축제의 위기다. 축제를 즐기기에 장애가 되는 것이 매우 많다. 오로지 특산물 축제만이 살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자. 홍성의 지역 정체성은 그 어떤 것으로 채울 수 있나? 지역의 정체성은 곧 지역의 근간이 되는 뿌리이다. 그 뿌리를 촉촉이 적셔주는 축제 하나는 있어야 되기 않을까? 바로 그 축제가 홍성역사인물축제이다.
이 축제를 이젠 그만 흔들자. 소기의 성과를 거뒀냐고 질문한다. 수익성을 말하고 콘텐츠화로 방문객을 사로잡았느냐고 또다시 질문한다. 하지만 지역의 정체성 축제는 수익에 매몰되면 안 된다.
이 축제에 대해 적정한 예산 수립과 더불어 제대로 역사인물에 대한 삶과 업적을 보여주고 있는가,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화가 됐는가만 살피자.
약 5년여 만에 열리는 홍성역사인물축제가 홍성의 지역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도록 지역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리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외부에 의존하는 축제가 아닌 지역의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 홍성의 제대로 된 지역 정체성 축제에 힘을 보태야 한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