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주일보·홍주신문이 지난 16일로 만 열일곱 살이 됐습니다. 쉼 없이 달려온 지난 시간 동안 홍주일보·홍주신문에 애정어린 충고와 채찍, 격려와 찬사를 보내주신 군민과 출향인, 애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잘못된 정보, 가짜뉴스가 넘쳐나는 세상이 되면서 진실을 찾기에 힘든 세상입니다. 오히려 노골적인 편향성과 진영논리에 영합하는 언론의 현실을 직접 보고, 경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실을 보도하는 신문, 신뢰할 수 있는 지역신문으로의 역할을 충실히 실행할 수 있었던 데에는 아낌없는 관심과 애정,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애독자 여러분들이 곁에 계셨습니다. 불편부당(不偏不黨)과 시시비비(是是非非) 정신으로 실체적 진실을 찾는 홍주일보·홍주신문의 오늘은 지역주민과 애독자 여러분들의 사랑과 성원이 쌓이고 보태졌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역주민 여러분들이 곧, 지역신문의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며, 핵심 고객이신 연유에서입니다.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 이웃과 이웃을 이어주는 소통망 같은 신문을 추구하겠다는 것이 창간 정신의 본질이며, 홍주일보·홍주신문의 실현가치이자 중심철학입니다. 창간 정신을 실천하는 일은 기존의 신문과는 무엇인가 다른, 새로운 지역언론을 세상에 탄생시킨다는 창간 정신의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자세를 통해 ‘이웃과 이웃을 이어주는 소통망 같은 지역신문’으로 ‘친구 같은 신문’을 실현하겠다는 것이 홍주일보·홍주신문의 창간 정신입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지역공동체(Local Community)’의 복원을 실현할 것이며, 지역신문 본연의 가치를 실천하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분명 ‘지역’과 ‘지방’은 다릅니다. 사전적으로 지역은 하나의 독립된 일정한 구역을 뜻하는 반면, 지방은 서울 이외의 지역, 중앙의 지도를 받는 아래 단위의 조직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즉, 서울도 하나의 지역이지만, 대개 지역은 지방이라는 말로 사용돼 ‘서울의 변두리’ 쯤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지역을 지방으로 보는 순간, 동등한 차원에서의 논의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지역사회에서 공론장으로 지역신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 일차적인 기능은 지역주민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유익한 뉴스와 정보를 제공해주는 일일 것입니다. 이러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지역신문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지역밀착형 보도, 심층적이고 다양한 뉴스, 독자들의 참여 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지역 분권과 자치시대에 최근 지역성(locality) 개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지역이 중앙에 부속된 지리적, 물리적 공간의 개념으로 규정된 반면 오늘날 지역은 사회문화적인 정체성을 근거로 한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공동체로 재정립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해석은 세계적 추세인 지역 분권과 자치에도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지역신문은 지역주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그동안 얼마나 충실히 반영해 지역의 공론장으로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했는지 자성해야 할 시점이기도 합니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지역신문의 위기는 더욱 심각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신문의 위기는 민주주의 위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신문은 오랫동안 저널리즘 수행의 핵심적인 매체였습니다. 뉴스와 저널리즘은 사회적 공공재로 민주주의 제도의 운영에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지역신문은 지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여론을 형성하는 공론장으로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따라서 지역신문의 위기 역시 지역 민주주의의 위기입니다. 지역신문이 지역공동체의 유지와 발전, 더 나아가 민주주의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특히 중앙과 지방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 지역분권 시대를 맞이해 지역신문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지역신문이 처한 위기구조의 본질은 뉴미디어 전략 부재가 아니라 오히려 지역시장과 독자에 대한 분석이 미흡한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신문이 ‘지역’과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지역신문의 독자가 떨어져 나가는 것이라는 지적이 오히려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역신문의 지면 경쟁력을 비롯해 콘텐츠와 서비스 전반의 핵심은 지역과의 연대에서 마련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는 지역을 무대로 하는 저널리즘의 토대가 붕괴되고 있습니다. 지역신문이 새로운 혁신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산업적, 지역적 토대를 감안 해야 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지역성(Locality)’에 근간을 두고 독자와 데이터베이스(지역정보), 콘텐츠의 업그레이드를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지역신문이 지역주민의 삶 속에 깊이 개입하는 콘텐츠 전략을 실천해야 올바른 토대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풀뿌리 신문으로 풀뿌리 지역 정보를 입수하고 체계화하며, 이를 비즈니스적으로 전환하는 첨병이 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잠재적인 독자층인 유아와 청소년층을 타깃으로 설정하는 것은 그들이 학부모 세대를 설득, 감동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에서 필요한 정보가 무엇이고, 지역 이외의 독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는 무엇인가. 지역신문의 살길은 뉴미디어가 아니라 오히려 결국에는 지역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홍주일보·홍주신문의 창간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 우리나라 지역언론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기념비적인 일로 남을 것이라는 믿음과 신념이 그 첫 출발점이었습니다.
지역신문을 만들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라면 서구(西歐)의 지역사회와 달리 우리나라는 여론과 담론이 형성되는 ‘지역공동체’의 전통이 짧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역신문을 통한 지역공동체의 복원을 꿈꾸는 것도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입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독자 여러분과 좀 더 다양한 소통을 통해 가까이에 다가가고자 합니다. 언제나 가까이에서, 언제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실을 수 있고, 이웃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그런 친구 같은 신문이 되고자 합니다. 이런 원칙에 따라 독자들에게 더 친숙하고 재미있는 신뢰할 수 있는 다정한 신문, 더 심층적이고 공익적인 콘텐츠, 더 좋은 기획, 더 질이 높은 특집 등으로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널리즘의 전통적 가치를 지키면서 지역공동체의 유지와 발전, 보다 본질적으로 지역 구성원들의 행복한 삶과 자아실현을 위한 정보와 뉴스를 제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역의 정치와 경제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는 말할 것도 없고 정확하고 공정하면서도 심층적인 뉴스콘텐츠 생산에 매진하겠습니다. 특히 지역성을 보다 강화하는 방안으로 생활 밀착형 뉴스와 정보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발굴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 홍주일보·홍주신문은 공공재로 지역주민들이 자아실현의 삶을 구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따옴표 저널리즘’을 양산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현장 취재에도 매진할 것입니다. 지역뉴스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슈 중심의 기획과 심층 기사의 비중을 늘리는 데도 노력하겠습니다.
홍주일보·홍주신문이 걸어온 열 일곱 해, 어느덧 창간 17돌을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한국언론진흥재단·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 우선지원대상사에 13년째 연속 선정됐고,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에도 14년 연속 선정되면서 풀뿌리 지역 언론으로의 신뢰와 가치를 인정받는 계기가 됐습니다. 애독자분들과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성원,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창간정신의 초심과 가치를 잊지 않고 지역사회의 발전과 미래비전을 향해 뚜벅뚜벅 정직하게 걸어가겠습니다. 많은 응원을 당부드립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 등 공동체 삶의 기록 뒤에는 언제나 지역신문 기자가 있습니다. 지역신문 기자들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 등 공동체의 삶을 언제나 올바른 시선으로 지켜보면서 기록하고, 거기에 기자들의 이름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활동과 관련된 주요 이슈들을 보도함으로써 지역 특유의 정체성을 바람직한 방향에서 발굴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변함없는 마음으로 늘 성원해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합니다.
2024년 6월
홍주일보·홍주신문 발행인 한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