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주기별 축적된 감정과 사고가 낳은 반사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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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주기별 축적된 감정과 사고가 낳은 반사행동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4.07.18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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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옥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
상담학 박사
칼럼·독자위원

개인은 가족이라는 전체 체계의 한 부분이다. 현재 핵가족에서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원가족 경험으로부터 비롯되어 세대 간에 전수된 것이다. 원가족에서 형성된 관계의 패턴은 세대를 넘어 전수된다. 

H군은 20대 대학생이다. 군복무를 마친 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복학을 준비하고 있다. 제대 후 4~5개월 동안 리그오브레전드, 피파온라인 등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600여만 원 정도의 게임 현질(과금 결재)을 했고, 스포츠 토토와 성인용 콘텐츠를 시청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이를 알게 된 부모님은 H군의 스마트폰을 압수했고, 본 상담실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H군에게는 두 살 위 누나가 있다. 누나는 타 지역에서 인턴을 하며 자격증을 준비 중이다. 누나는 어린 시절부터 말(言) 대신 ‘눈물’로 감정을 표현했고, 신체적으로도 매우 왜소하다. 그래서인지 동생이지만 누나와 싸울 때는 물건을 던지거나 발로 차는 행위로 제압하면서 소통을 했다.

H군 아버지는 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고, 매우 예의 바르고 책임감 있는 직장인이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결혼 후 사고로 다리를 절뚝거리셨지만 유통업을 하면서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하셨다. 하지만 아버지가 고등학생 때 위암 진단을 받으셨고, 아버지가 결혼 직전 재발하셔서 누나가 태어난 후 100일 때 돌아가셨다. 50대 초반에 혼자가 된 할머니는 더욱 억척스럽게 일하셨고, 순종적이던 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더욱 자상한 아들이 됐다. 그로 인해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주 다투셨고, 그때마다 아버지는 물건을 던지고 발로 차면서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셨다. 그 속에서 H군과 누나는 매우 불안했고, 두려움으로 그 순간을 견뎌야 했다. 현재 아버지는 작은아빠와 소원한 관계이며, 할머니와도 정서적 갈등이 있는 상태이다. 

H군 어머니는 오형제 중 장녀로 매우 현실적인 분이다. 외할아버지는 일을 마치고 귀가하실 때면 항상 몸에서 술 냄새를 풍겼다. 그때마다 외할머니와 자녀들에게 폭력적인 언행을 했고, 가족들은 불안과 공포감에 떨어야 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어머니는 주경야독하면서 대학을 다녔고, 아버지와 결혼 할 때도 모은 돈을 오롯이 외조부모님께 드렸다고 한다. 현재 어머니는 외할머니와 여동생과는 친밀하지만 그 외 형제들과는 소원한 상태이다. 

머레이 보웬(Murray Bowen)은 삼각관계에 의한 감정의 힘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가족들과 자신을 감정적으로 단절한다고 했다. 감정을 단절시키는 행동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태도인 것이다. 또한 보통 가족들은 자신의 불안을 견디기 힘들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투사한다. 이러한 투사는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가족 중 누군가는 역기능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H군에게 나타난 행위중독은 생애주기별 축적된 감정과 사고의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H군은 영유아기 때 불안정애착이 형성됐고, 아동기 때는 정서적 억압과 스트레스로 분노와 상실감을 경험하는 단계였으며, 청소년기에는 학업과 정서적 스트레스로 인한 심리적 갈등이 증폭되는 시기였다. 그리고 성인 초기인 청년기에는 부정적 감정해소를 위한 보상으로 ‘행동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이에 H군과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가족치료적 접근은 다음과 같다. 

첫째, 행위중독은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가족생활과 관련된 특정 맥락을 고려하여 개입할 필요가 있다. H군의 행위중독은 영유아기 애착불안에서부터 시작돼 누적된 불안의 역기능적인 해결방식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가족은 행위중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H군을 개인적인 요인에 국한시키지 말고 H군과 가족 구성원을 포함한 가족치료적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H군은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중독에 빠지게 되므로 상담자는 H군과 가족 구성원이 시도해온 대처방식에 초점을 두고 개입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상담자는 내담자와 가족들이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을 제시함으로써 가족의 억압된 부정적 감정을 해소해 관계를 회복하고 그로 인해 증상이 완화되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최명옥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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