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의 다른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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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의 다른 함의
  • 한학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4.08.15 08: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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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담벼락은 시시하다. 여기저기 허물어져 가는 추세라서 그렇다. 벽은 원칙적으로 건물의 안정성과 구조적인 역할을 하며, 예술적인 표현과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 특성이 있다. 벽은 건축물의 기틀 위에 솟아 안과 밖을 나눈다. 방을 구분하고, 개인 공간과 공용 공간을 분리해 거주자의 프라이버시를 지킨다. 벽의 재료는 건축물의 미적 감각과 기능적 요구 사항을 결정한다. 벽돌은 전통적인 재료로 내구성과 견고성이 좋아 사용 빈도가 높다. 다양한 색상과 질감을 제공하며 건축물의 외관을 꾸민다. 콘크리트는 건축에서 많이 사용되는 재료로 내구성과 시공의 용이성이 탁월하다. 나무는 자연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재료로 환경친화적이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시공이 쉽다. 벽의 재료 선택 시에는 내구성, 외관, 비용, 시공성, 디자인 가능성 등이 고려 대상이다. 재료의 품질과 시공 방법은 벽의 성능과 내구성에 영향을 미쳐서다. 각각의 재료는 장단점이 있으며, 건축물의 목적과 예산에 따라 적절한 재료를 선택한다. 벽은 건축물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건축의 디자인에서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여 건축물의 기능과 미적 감각을 향상한다. 

건물의 벽은 주거용 건물에서 개별 주거 공간의 경계를 형성해 거주자의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보호한다. 벽은 국가, 군사, 정치적인 경계를 나타낸다. 경제적으로는 건물을 안정화하고 외부 영향으로부터 보호해 구조적인 안정성을 유지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다. 건축학적인 측면에서 벽은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며, 다채로운 재료로 구성된다. 문화적으로 벽은 예술 작품의 표현 수단으로 사용되며, 도시의 아름다움을 높이고 대중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사회적으로 벽은 사유지와 공공장소 또는 다른 공간 간의 경계를 구분하며, 때로는 분열과 갈등을 상징한다. 벽은 건축, 문화, 사회, 정치, 경제 군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역할을 한다. 이렇게 벽은 건축물의 구조물로만 취급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의미와 다기능성에 기반한 사회문화적 함의가 있다.

벽은 예술과 표현의 장으로도 활용성이 크다. 벽은 건축물의 외관을 형성하고 미적인 가치를 드높인다. 특히 벽화는 벽을 통해 예술 작품을 표현하고 문화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벽화는 지역사회의 정체성과 역사, 문화적인 가치를 표현하며 지역사회의 참여와 유대감을 형성한다. 벽화는 분열을 극복하고 평화와 통일을 향한 희망과 기원의 메시지를 담는다. 정치적으로 벽은 종종 분열과 통제를 상징하지만 벽화는 이러한 정치적 의미를 재해석하고 평화와 자유를 향한 열망을 전달한다. 벽은 건축물의 안정성과 구조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동시에 예술적인 표현과 사회적인 교훈이나 의도를 전달하는 주요한 매체 가운데 하나로 기능한다. 물리 현상을 예술미로 승화시킨 놀라운 관찰력에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베를린 장벽에 그려진 ‘체크포인트 찰리’와 같은 벽화는 지역적인 이야기를 전 세계로 전달하고, 소셜 미디어로 공유돼 전 세계적으로 벽화의 메시지를 전파한다. 벽화는 단순한 물리적인 장벽을 예술과 표현의 장소로 변화시킨다. 이러한 변화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장벽, 멕시코와 미국 사이의 국경장벽, 속초 아바이 벽화 골목, 파주 마지리 벽화마을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벽화는 대화를 촉진하고 이해를 도모하는 장소로 벽을 변화시킨다. 벽화는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와 통일을 지향한 희망을 전달한다. 벽화에는 갈등을 극복하고, 상호 이해와 존중하는 의미가 있다. 벽화 그리기는 단순히 벽에 그림을 그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으며 예술을 통해 사회적인 변화를 끌어낸다. 벽화는 예술을 도구로 사회적인 변화를 끌어내고 평화로운 세상을 상상하는 공간을 만든다. 벽화를 통해 우리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대화를 촉진하며 이해를 도모할 수 있다. 벽화는 다양한 주제와 스타일을 통해 우리에게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제공하며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자극한다. 수준 높은 역사논쟁의 주제가 아니더라도 깊음이 녹아있다.

이렇듯이 벽은 우리 사회에 조용한 변화를 끌어낸다. 회사의 담이 헐리고, 학교의 벽이 운동장을 내주고, 개인 집 담장을 밀면 이웃집 텃밭의 풍성함을 같이 볼 수 있는 행복이 생긴다. 사소한 감동은 이웃을 하나로 묶어주며, 한때 이기적이었던 마음의 벽이 소통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좋은 이웃을 사귀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하며 상대방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앞서서 마음을 열어야 한다. 언젠가 이웃에게 내민 그 손길이 우리에게 되돌아올 수 있는 날이 올 테다. 한국미의 꽃이 국토 곳곳에 피어나는 것처럼, 벽화를 통해 우리가 만들어가는 사회는 한결 여유 있고 아름다워진다고 생각하게 해준다. 인간의 틀어지고 편향된 모습들이 사그라져갈 날 멀지 않다. 웃고 울리는 것 모두 예술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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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옥 2024-08-23 23:26:08
벽화가 있는 정겨운 마을~
삶에 발자취를 돌아 볼수있고 과거로 부터 추억에 선물을 받는 듯한 진한감동이 글을 통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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