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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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승기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4.09.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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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승기홍성군청소년수련관장, 칼럼·독자위원
변승기
홍성군청소년수련관장
칼럼·독자위원

아동기와 청소년기 자녀를 둔 보호자를 위한 교육을 다시 시작한다. 15년 전에 우연히 몇 명의 보호자와 함께 고민거리를 나누자는 취지로 진행했었다. 가르치기보다 서로 다른 경험을 나누는 자리였고 서로 깨달은 것이 많았다.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는데, 어느 날 교육이 끝날 때쯤 타 시·군에 거주하는 어머니가 오셨다. 청소년기 자녀를 두고 있다고 했는데, 얼굴 모습이 눈이 약간 돌출됐고 갑상선 관련 질환이 있다고 했으며 자녀로 인해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했다. 자녀의 행동이 이렇게까지 보호자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보호자와 자녀 간 큰 성격 차이로 인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분이 있었는데, 보호자는 모두 아주 내향적인 분이고 사회활동이 적고 친구나 모임이 거의 없는 분이었다. 반면에 자녀는 극도의 외향성을 갖고 있었고, 붙임성과 사회성이 발달하여 대인관계가 넓어, 보호자가 불안하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극명하게 대립한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기는 힘들었고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 갔다. 다행히 보호자가 자신을 돌아보고 싶어 교육에 참여했고 5년간의 교육과 노력을 통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보호자 자신의 부모가 자기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이 있었는지를 통찰하며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렸다. 자녀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살았는데, 갈등이 생기고 어려운 점이 돌출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의 부모가 반복적으로 나에게 보여줘 학습된 것이 자녀에게 그대로 내려간 것을 알게 됐고, 해소되지 못한 감정의 위력을 실감했다.

보호자가 가장 크게 반성했던 것은, 자녀를 자신의 화풀이 대상으로 삼았던 것을 통찰한 분이었다. 부부사이의 갈등이 오랫동안 유지됐고, 자신이 예민하고 민감할 때, 자녀의 자극적인 행동을 보고, 자신의 감정대로 행동하여 상처를 줬다는 것을 알고, 교육 후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앙금을 해소한 적도 있었다.

집단상담 형식의 교육은 보호자에게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나의 경험과 자녀양육 방법을 다른 가정과 비교해 보며 다양한 접근을 할 수 있다. 보호자 교육이 자신의 잘못과 죄책감을 유발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자기 이해와 자녀를 둘러 싼 환경의 이해를 우선으로 한다. 예를 들면, 자녀가 성적표를 받아 왔는데 보호자 중 한 명은 받아 온 과목의 성취도를 보고 부정적인 말을 하고, 다른 한 명은 괜찮다며 긍정적인 말로 위로했다면, 부모 중 한 사람은 혼내고 한 사람을 위로해줘서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 혼란함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제3자의 입장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타인이 아이의 입장을 말해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보호자든 아이를 망치기 위해서 가정교육을 하는 사람은 없다. 다 잘 되길 바라고, 현재 자신의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와 갈등이 발생했다는 것은 보호자에게 아주 큰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선물을 받은 것이다.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아볼 수 있는 순간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흔한 말로 자녀가 속을 썩이면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자녀는 내 소유물인지, 내가 못 이룬 것을 대신해 주는 한풀이 대상인지, 아니면 우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숨겨진 문제를 드러내는 대리인 역할을 하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빙산을 떠올려 보자. 바닷물 위에 있는 부분은 보이지만, 물속에 잠겨 있는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숨겨진 부분이 더 크다. 교육은 그 아랫부분을 살펴보는 과정이다. 빙산을 함께 살펴보며 내가 모르는 나의 세계를 탐색해 보자. ‘아하!’가 느껴지면 아이가 다르게 보인다. ‘아하!’의 성찰이 진짜 내 아이와 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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