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힌 노동 현실에서 희망을 찾아 몸부림치는 노동자의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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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힌 노동 현실에서 희망을 찾아 몸부림치는 노동자의 몸짓
  • 정세훈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4.10.17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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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공장 노동자’ 임성용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풀타임〉
정세훈
시인, 노동문학관장, 칼럼·독자위원
 

“쓰라린 세월 너머 더 쓰라린 너울이 몰려옵니다. 가슴에 잠기는 노래는 하염없습니다. 잔인하게 타버린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밤이 깊었으니, 돌아가야 합니다. 아무것도 해준 것 없는 국가를 버리고 노동을 버리고 결국엔 혼자남은 상처를 안고 죽은 별 하나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를 악물고 죽거나 이를 악물고 살아야 합니다. 가슴이 저미도록 죽거나 가슴이 저미도록 살아야 합니다.”

2007년 첫 시집 <하늘 공장>을 출간, 인간다운 희망의 노동을 노래해 문단과 독자로부터 주목을 받은 ‘하늘 공장 노동자’ 임성용 시인이 2014년 실천문학사에서 ‘실천 시선’ 224번째로 펴낸 두 번째 시집 <풀타임>에 밝힌 ‘시인의 말’이다. 

시집 <풀타임>은 시인이 ‘시인의 말’에서 밝혔듯, 출구가 없는 암울한 갇힌 노동의 현실 속에서 희망을 찾아 몸부림치는 노동자의 몸짓을 가감 없이 담은 시편들을 가득 담았다.

“친구들은 대부분 감옥에 수감되었다/농민도 노동자도/엔지니어도 화이트칼라도 함께 갇혔다/장사꾼도 청년들도/수감생활에 적응하고 저항을 포기했다/체념이란 총칼보다도 무섭고 세금보다 무겁지만/때론 고픈 배를 채워주는 상한 음식처럼 시큼한 것/친구들은/왕성하게 발기된 희망을 섞어 트럼프 놀이를 하고 있다/조마조마하지만 불안정한 미래는 늘 조커처럼 숨어 있다/다행히 무기형으로 감형된 나는 더 이상 이력서를 쓰지 않는다//그렇게 풀타임 정규직이 되고 싶은가?/그렇게 그들의 완전한 가족이 되고 싶은가?//나에게 남은 것은 집단적으로 구제를 거부하는/폭동처럼 격렬한 희망뿐”(표제 시 ‘풀타임’ 전문)

시집에 대해 노지영 평론가는 ‘그 모든 것들, 그 모든 시간’이란 제목의 해설에서 “일어나라고 외치는 것은 신이지만, 스스로 일어서 신께 걸어가는 행위자는 바로 사람이다. 누워서, 때로 서서 울면서, 임성용의 시를 통해 다시 ‘일어서는’ 나사로를 보았다. ‘사람의 역할’을 보았다”며, “시인은 자신을 둘러싼 작업장이 자본의 통치 논리에 예속된 것이라는 것을 직시하는 예리한 눈을 가지고 있다”고 평했다. 

이시백 소설가는 시집 뒤표지글에서 “얼핏 차갑게 들릴 기계의 금속음마저 아름답게 빛나는 것은 그의 시가 벌어진 상처 사이로 석류 같은 서정의 열매들을 오롯이 품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밤에 뒤울을 서성이던 시퍼런 달빛 같기도 하고, 대밭에서 울던 서늘한 바람 같기도 한 그의 시에서는 그가 두고 온 남도의 걸쭉한 가락이 구성지게 들려온다”고 평했으며, 복기성 쌍용자동차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는 “곳곳에서 힘겹게 싸우는 노동자들과 패배하는 노동자들. 그러나 꿋꿋이 나아가는 전체 노동자들의 투쟁은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시인이 말했듯 노동자의 몸은 ‘자본의 인간파괴 문서’지만 시인이 그 무엇보다 주목하는 노동자의 용기, 희생, 집념, 집중, 날카로운 눈빛, 바로 이것은 과거보다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고 논했다.

1967년 전남 보성군에서 태어난 시인은 서울 구로공단과 경기 안산공단에서 공장노동자로 노동했다. 1992년 노동자 문예지 ‘삶글’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하늘공장>, <풀타임>, <흐린 저녁의 말들> 등과 산문집 <뜨거운 휴식>이 있다. 전태일문학상, 조영관문학창작기금, 길동무문학창작기금을 수상했다. 현재 화물운송노동자로 노동하고 있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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