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라폰 책쓰기코칭 아카데미 대표
칼럼·독자위원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닫힌 문을 바라보느라 우리를 위해 열려 있는 문을 보지 못한다.”
미국 작가 헬렌 켈러의 말이다. 지나간 일에 붙잡혀 무의미하게 삶을 보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과거의 삶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삶이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이것을 아는 것이 삶의 비밀이다.
류시화 시인의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는 인생에 다 나쁜 것만은 없다는 작가의 경험과 깨달음을 시인의 언어로 전달하고 있다. 저자는 삶의 여정에서 막힌 길은 하나의 계시라고 말한다. 길이 막히는 것은 내면에서 그 길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이것은 또 다른 인생을 살라는 묵시라는 것이다.
삶이 때로는 우리의 계획과는 달리 다른 곳으로 데려갈 때가 있다. 하지만 엉뚱한 그곳이 우리 가슴이 원하는 길일 수 있다는 것이다. 파도는 이유 없이 그냥 치지 않는다. 우리를 단련시키고 또 다른 삶으로 방향을 틀게 하는 축복일 수 있다. 가슴으로는 인생의 파도를 이해할 수 없으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으리라.
시련 없는 인생은 없고 상처 없는 인생도 없다. 그리고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시련의 시간은 진정한 나를 찾는 시간이며, 삶의 그물망에서 신기하게도 축복의 구간과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축복(blessing)’이라는 단어는 프랑스어 ‘상처 입다(blesser)’와 어원이 같다. 그래서 축복을 셀 때, 상처 입은 일을 제외하지 말고 세어야 할 것이다.

영국 시인 W.H.오든이 말하기를 “상처가 되는 경험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자기 존재의 방향을 찾기 위해, 즉 삶을 진지하게 살기 위해 당신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온 기회이다. 만약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당신은 그것과 비슷한 또 다른 경험을 찾아 나섰을 것이다”라고 했는데, 자기 존재의 방향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일수록 상처 입을 각오까지 해야 할 것이다.
어딘가에 나에게 정해진 섭리나 계획이 있고, 그것을 일깨우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누군가 내 앞에 나타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 지금, 그 사람이, 그 관계가 나에게 꼭 필요하므로 그가 다가오는 것이다. 내 삶의 이유가 있어 나타나고, 또 내 삶의 무대에서 퇴장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의 자신은 인생길을 가르쳐 준 그동안의 모든 만남과 부딪힘의 결과물이다. 그 누구도 인생길에서 무작위로 교차하지 않는다. 아르헨티나 소설가 보르헤스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삶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이들은 각각 특별한 존재이다. 누구든 항상 그의 무언가를 남기고, 또 무언가를 가져간다. 많은 것을 남긴 사람도 있고, 적은 것을 남긴 사람도 있다. 무엇도 남기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은 없다. 이것은 누구든 우연에 의해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분명한 증거이다.”
삶이란 누구로부터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다.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조언은 펼쳐지지 않은 날개와 같아서, 조언대로 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가짜와 진짜를 분별할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한다. 강을 거슬러 헤엄을 쳐본 사람만이 강물의 세기를 알 수 있듯이, 자신이 직접 부딪히면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 어떤 조언보다 값지다.
다만 인내하면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 진정한 인내는 단지 서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앞을 내다볼 줄 알고 힘을 내는 것이다. 가시를 보고 피어날 장미를 볼 줄 알고, 어둠을 보고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는 눈을 갖는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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