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도 문화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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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도 문화재다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3.01.3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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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역에서 출발한 장항선열차는 시속 300Km로 달려 단숨에 홍성에 이른다. 홍성역에서 손님을 내리고 한숨을 돌린 다음 광천구역에 접어들면서 좀 전과는 달리 시속70Km정도의 저속운행을 한다. 이때 열차에서는 "지금 지나시는 구간은 '토굴새우젓'과 '재래 김'으로 유명한 광천입니다. 이 구간은 장항선에서 유일하게 1923년 개통된 선로 그대로 사용되고 있어 철도역사는 물론 우리 고유의 전통식품과 함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와 같은 안내 방송이 나온다면 참으로 멋질 뿐만 아니라 광천을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장항선은 충청남도 남서부지역의 중요한 교통축이다. 처음 철도가 놓인 것은 일제강점기이며, 조선경남철도주식회사가 천안~장항 간 광궤철도(철도 레일의 두 쇠줄 사이의 너비를 궤간이라 하고, 궤간이 1435mm인 것을 표준궤간철도라 하고, 이보다 넓은 것은 광궤철도, 좁은 것은 협궤철도라 함)를 개설하면서부터였고, 당시에는 충남선이라 불렸다. 이후 1946년 사설철도의 국유화정책으로 국유화되었으며, 1955년 6월에 장항선으로 개칭되었다. 광천역은 1923년 12월 1일 보통역으로 출발하였고, 1950년 6월 소실되었다가 1964년 신축에 이어 1984년 개축하는 등 9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이 같은 사실 하나만으로도 장항선구간 중 유일하게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홍성~광천~청소구간은 문화재적차원에서 보존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전통식품인 '젓갈과 재래 김'으로 널리 알려진 광천에서 옛 철길을 그대로 간직하는 것은 관광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것은 광천뿐만 서해안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고 성공한 축제로 평가 받는 보령머드축제와 함께 테마가 있는 철도여행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철도공사에서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역사(驛舍)가 이전하고 그 자리에 널찍한 대형주차장을 가지게 되면 관광버스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도심의 부동산가치는 떨어진다. 이것 역시 지혜를 모은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현재 철도경계의 담장을 허물어 상가 쪽 주차장과 합치고 버스터미널로 직선으로 통과한다면 독배에 위치한 '광천토굴새우젓전시관'과 연계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광천은 새로 유입되는 인구보다 떠나는 사람이 많은 도시가 되었으며, 상대적으로 고령인구가 많다. 이것은 도시가 발전 동력을 잃어 버렸음을 말한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도시와 연결하는 대중교통인 철도마저 외곽으로 이전하게 되면 자가운전을 못하는 어르신들은 매우 불편하며 접근성이 떨어져 그나마 남아있는 도시기능마저 저하된다고 본다.

길은 세상을 열고 닫는다. 길이 열리면 도시가 열리고, 길이 막히면 도시도 막힌다. 우리 광천은 서해바다의 물길이 막히고, 뱃길이 끊어진 뼈아픈 경험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번 철로(鐵路)이전의 문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필자는 광천이 고집스레 전통식품을 지켜오듯 빨리 빨리 조급증의 고속철도에 맞서서 젓갈이 익어가는 기다림의 미학을 닮은 철도를 오랫동안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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