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군 문해학교 졸업식 성료… 졸업생 어르신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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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군 문해학교 졸업식 성료… 졸업생 어르신들 인터뷰
  • 김영정 기자
  • 승인 2024.12.05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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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과정 마친 36명의 어르신, 배움이 끊어질까 아쉬움 토로

[홍주일보 예산=김영정 기자] 예산군은 지난달 29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예산군 문해학교 졸업식을 개최했다. 이번 졸업식에는 38개 교실 433명의 어르신 가운데 삽교읍 상성2, 응봉면 장백, 봉산면 고도 등 3개 교실 36명의 어르신이 참석해 졸업의 기쁨을 누렸다.

참석자들은 졸업식에서 문해교실 학습활동, 현장체험, 문해한마당 등 어르신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시청하면서 그동안의 추억을 되새겼다.

예산군 찾아가는 문해교실은 초등교육과정과 현장체험, 문해 한마당, 특별활동, 안전교육(금융, 정보, 생활) 디지털 문해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졸업식 3일 후, 예산군 문해학교 상성2리 교실을 찾아 6년 동안 동문수학 한 12분에 어르신들을 만나 졸업에 대한 소감과 문해학교 6년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미/니/인/터/뷰 - 삽교읍 상성2리 문해학교 어르신들

졸업식에서 학사모를 쓴 삽교읍 상성2리 교실 어르신들이 졸업장과 축하 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나이 먹었다고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았어요

이연희 어르신(78)
“제가 노인회장을 했었는데 이장님이 동네에서 10명 이상만 모으면 예산군에서 한글교실을 열어준다고 해서 동네 사람들 23명을 모아 문해교실 입학식을 했어요. 그런데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치매가 생긴 어르신들도 계셔서 이번에 졸업은 14명이 했네요. 문해교실은 지난 6년 동안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열두 시 반부터 두 시까지 열렸는데 농사일로 바쁘고 피곤한 와중에도 재미가 있어서 꼭 참석하려고 노력했어요. 나이가 들어서 배운 걸 자꾸 잊어버려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했어요.”


 

성원기 어르신(75)    
“저는 용동초등학교에서 급식실 배식을 하는데 그것만 아니면 최대한 안 빠지려고 노력했어요. 처음 한글을 배우는것이 쉽진 않았지만 이제는 영어도 조금씩은 읽을 수 있어요. 거리를 다니며 영어 간판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신기하고 자랑스럽기도 했어요. 문해교실에서 동문들과 함께 추사고택과 황새마을 등으로 갔던 소풍과 문해한마당에 갔던 일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이제는 자식들이 보낸 문자 메시지도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이한준 어르신(82)
“저는 문해교실에 한번도 빠진적 없어요. 배운 것을 자주 잊어버려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배움이 재미있어 열심히 노력했어요. 전에도 글씨를 읽을 줄은 알았지만 문해학교에서 글짓기 하는 방법을 배우고 이제는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립니다. 지난달에 졸업식에 가서는 6년 동안 열심히 했다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문해교육이 끝난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더 커서 눈물이 났어요.” 


 

유기설 어르신(87)
“여기 나오는 사람 중에 제가 제일 나이가 많아요. 여기서 배우는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혼자 집에 있으면 심심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한데 이렇게 마을회관에서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도하고 글도 배우니 너무 좋았어요. 선생님이 이제는 남처럼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많은 정이 쌓였어요. 문해학교가 끝나도 이런 프로그램들이 또 있으면 좋겠습니다.”


양인숙 어르신(76)
“50년 만에 연필을 처음 들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첫 수업에서 많이 떨리고 설레었던 기억이 납니다. 좋아서. 처음 배우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6년 동안 공부하며 글짓기로 상도 5번이나 탔어요. 영어도 배우고 미술도 배우고 시도 배우면서 숙제가 많아 귀찮을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늦은 나이지만 배움에 즐거움을 알게 됐습니다. 6년 동안 정도 많이 들고 마을 사람들끼리 단합에도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문해교육이 이렇게 끝난다니 아쉬워요. 조금만 더 배웠으면 좋겠어요.” 


 

 

전용예 어르신(79)
“저는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걸 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선생님께 배우는 것이 좋고 마을 사람들이 매주 만나서 함께하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문해교육이 있는 날이면 하루가 즐거웠어요. 우리 마을 모두가 건강해서 또 이렇게 교육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강석희 어르신(78)
“그림 그리는 것과 글쓰는 것으로 상을 세 번이나 탔어요. 한글 공부를 하며 받침 등이 어려웠지만 제가 그리고 쓴 것으로 상을 타게 되니 더 배우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또 동네 어르신들과 더 자주 보고 더 많은 이야기도 할 수 있어 전보다 가까워졌어요. 그동안 고생하신 우리 선생님과 군수님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은분 어르신(84)
“유정동이랑 배설자랑 내가 친구인데 마을 친구끼리 학교에 다니니까, 내가 학교를 다닌 기억은 없지만 그래도 ‘어렸을 적 친구랑 학교를 다녔으면 이런 기분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문해 학교 가는 화요일과 목요일이 매주 기다려지고 설레었습니다. 또 마을 사람들과 같이 배울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유정동 어르신(84)
“아버지는 왜정 때 강제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가 돌아오지 못하셔서 조부모님 슬하에서 컸어요. 6·25 전쟁 때문에 배움이 끊겼고 전쟁 이후에도 조부모님의 반대로 다시 학교에 가진 못했어요. 그래서 마음속에 배움에 대한 갈망이 항상 있어 자식 교육에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문해학교에 입학해 선생님도 너무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배울 수 있다는 자체에 너무 행복했어요. 제 나이에 ‘상이란 것을 받을 일이 있을까’란 생각을 했었는데 시를 써서 대상도 타게 돼 너무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문해 학교에 다니는 6년 동안 나비처럼 살았어요. 학교 수업에 빠지지 않으려고 나비처럼 바쁘게 다니며 이것저것 미리 일을 다 해놓느라 더 열심히 살았죠. 나이 먹었다고 배움에 있어서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았어요.”


최경숙 어르신(73)
“문해교육을 시작하던 시기에 제가 몸이 아파서 내가 과연 빠지지 않고 잘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많았지만 그래도 하고 싶었어요. 서울 병원에서 받는 항암치료와 문해교육을 병행하느라 결석한 적도 다소 있었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졸업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마을 사람들과 함께 배우고 즐겁게 보낸 시간 덕분에 걱정과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었고 그래서 더 건강해졌다고 생각해요.”


배설자 어르신(84)
“이 나이에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즐거웠어요. 마을 언니 동생들과 만나서 밥도 같이 먹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혼자 집에 있으면 심심하기도 하고 할 일도 별로 없는데 누군가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이런 교육을 할 수 있게 도와준 예산군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문해 교육을 졸업해서 다시 못한다는 것이 너무 서운해요. 또 이런 교육이 있었으면 합니다.”


서숙자 어르신(82)
“제가 수업에 잘 따라가진 못해도 선생님 말씀듣고 친구들이랑 공부하는 것 자체가 너무 즐겁고 행복해서 지난 6년 동안 화요일이랑 목요일만 기다렸어요. 이번 졸업식 소식을 자녀들이 어떻게 들었는지 전화 와서 너무 축하해 줘서 부끄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어요. 앞으로도 이런 교육의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배우는 것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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