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다시 만난 세계’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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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다시 만난 세계’가 되려면
  • 이동호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4.12.2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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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이동호</strong><br>홍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칼럼·독자위원<br>
이동호
홍성녹색당

“다 같은 놈들 아니겠어요?” 지난 토요일 밤, 행색이 서울 집회에 다녀온 사람처럼 보였는지 치킨집 사장님께서 내게 한 말이다. 치킨집 사장님은 이어 말했다. 지금 대통령이 바뀐다 해도 서민 생활은 마찬가지일 테고, 이쪽(여당)이 저쪽(야당)을 물어뜯은 만큼 똑같이 공격하지 않겠냐고 말이다. 

역사책에 나오던 내란을 보리라 생각지 못했다. 까딱했으면 하룻밤 새 독재 국가가 될 뻔했다. ‘12·3 계엄’ 사태는 양비론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중범죄다. 군인들이 국회를 장악하려 한 시도를 온 국민이 생방송으로 지켜봤다. 북한을 지속적으로 도발해 온 것도 밝혀졌다. 12·3 내란 이후 2차 내란 시도를 파악하기 위해 미군은 정찰기를 남한 상공에 띄워 국내 군부대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 무슨 일을 또 벌일지 모른다. 내란 수괴가 군(軍) 통수권에서 손을 떼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수사가 필요한데, 그 수사단을 경호처가 막아섰다. 

계엄 중단과 대통령 직무정지 권한은 국회만 갖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계엄 중단(12·3)에 이어, 대통령 탄핵을 두 차례 막아섰다. 국민 75%가 탄핵을 요구했으나, 국민의힘 의원들은 유권자의 의지에 반했다. 범죄 동조 의혹을 받더라도 권력을 잃는 것보단 낫단다.
 

《배를 돌려라, 대한민국 대전환》 하승수 저/ 한티재/ 2019년 11월/ 15,000원
《배를 돌려라, 대한민국 대전환》 하승수 저/ 한티재/ 2019년 11월/ 15,000원

궁금하다. 국회의원 자신들의 존재 기반인 헌법 수호보다 권력 유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스스로들은 신념이라 포장하고 있지만, 속내를 가리기엔 내란은 너무 큰 범죄다. 지역구 의원이 지역 민심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은 후보 공천권이 지역이 아닌 중앙에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누구에게 충성해야 할지 분명하다. 지역을 잘 아는 지역 정치인이 생기지 못하고, 서울에서 누구 라인에 있던 누가 충성을 인정받아 국회의원(후보)으로 내려온다. 치킨집 사장님이 말한 다 똑같은 정치, 지역민으로부터 동떨어진 정책이 생겨나는 구조다. 같은 정당에서 두 번 연달아 탄핵을 맞이한다. 이를 단순히 당내 후보 선출 시스템이 고장 났다고만 보아야 할까. 2019년 출간된 책 《배를 돌려라, 대한민국 대전환》을 꺼내든 이유다. 책은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하승수가 썼다. 그는 국민헌법자문특위 부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배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해야 할 일은 배의 방향을 돌리는 것이다. 배의 속도를 늦추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 위기의 시대에 경계해야 할 것은 가짜 해법이다.” 
제대로 된 방향을 정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대표되는 사람이 선출돼야 한다. 책은 현재 선거제도가 가진 문제를 지적한다. 지금 선거 시스템은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에서는 1등을 한 후보자가 40%만 받아도 당선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되면 나머지 60%의 의사가 무시된다.” 

책은 승자독식 선거제가 아닌 정당이 얻은 득표율만큼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대표제를 제안한다. “비례대표제를 하게 되면 정책 경쟁이 가능해져서 국민들의 삶의 문제가 정치에서 제대로 논의될 수 있다. 국민들이 미세먼지가 중요하다고 느끼면 정당들은 미세먼지 정책으로 경쟁할 것이고, 유권자들은 각 정당의 정책을 비교해 보고 투표할 수 있다. 지금은 지역구 선거가 중심이기 때문에 실제 선거에서 정책이 중요하지 않다.” 

시민의 거리에선 노래 <다시 만난 세계>가 역주행했다. 노래는 미지의 세계를 헤쳐나가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시민들은 기적을 기다리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자는 노랫말을 함께 외쳤다. 대표 한 사람 바꾸는 것을 넘어, 대표를 뽑는 시스템을 바꾸는 것으로, 불공정한 우리 사회의 방향을 돌려야 한다. 그로써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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