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함이 최고! 27년째 한결같은 맛, ‘수빈네 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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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함이 최고! 27년째 한결같은 맛, ‘수빈네 분식’
  • 이정은 수습기자
  • 승인 2025.01.02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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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신문이 추천하는 맛집] 〈6〉홍성읍 ‘수빈네 분식’
즉석 떡볶이.

[홍주일보 홍성=이정은 수습기자] ‘수빈네 분식’은 홍성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한창 IMF로 떠들썩하던 1997년, 설경애 사장은 자신이 평소에 엄청나게 좋아하는 음식인 떡볶이를 주메뉴로 내걸어 수빈네 분식을 열게 됐다. 때가 그랬을 뿐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장사 27년 차인 현재도 일주일에 3번 정도는 떡볶이를 먹을 만큼 사장님은 떡볶이가 물리지도 않고 너무 맛있다고 한다. 

수빈네 분식의 인기 메뉴는 즉석 떡볶이와 누드김밥이다. 손님 테이블을 주욱 둘러보면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즉석 떡볶이와 누드김밥을 먹고 있다. 주문 방법은 기호에 맞는 사리를 선택해 사장님께 전하기만 하면 된다. 몇 분 뒤 음성으로 뱉어낸 재료들이 넓적한 냄비에 담겨 도착한다. 상마다 놓인 가스버너 위에서 한데 모인 재료가 붉고 먹음직스럽게 보글보글 끓어오른다. 

국물이 배어든 면 사리와 말랑하고 매끈한 떡을 먼저 골라 먹다 보면 나머지 사리들도 알맞게 익어있다. 싱겁지도 짜지도 않다. 자극적이지도 슴슴하지도 않다. 집에서 해 먹는 떡볶이 같지도 배달시켜 먹는 떡볶이 같지도 않다. 수빈네 분식의 즉석 떡볶이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그냥 수빈네 분식의 맛이다. 기자는 설경애 사장님보단 못하지만 떡볶이를 무진장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웬만한 떡볶이는 거의 다 먹어봤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돈데, 수빈네 분식의 즉석 떡볶이는 고유명사와도 같다. 어느 집 떡볶이와도 비슷하지 않으므로.

떡볶이에 들어가는 주재료인 떡은 손님들 선호도에 맞게 얇은 밀떡을 사용한다. 사리 추가를 하지 않았을 때 들어가는 기본 재료는 밀떡, 양배추, 콩나물, 쫄면 정도다. 여기에 직접 다듬어 우려낸 멸치 육수와 직접 제조한 숙성 소스가 들어간다. 사장님은 초창기 때부터 변함없는 맛을 유지하기 위해 떡볶이 소스의 레시피를 한결같이 지켜오고 있다. 
 

 

세월을 감각하고 추억에 빠트리다

기자 또한 수빈네 분식을 중학교 시절부터 드나들었다. 교복이 바뀐 뒤에도, 성인이 돼 고향을 떠나있을 때도 그리고 요즘 들어서도, 수빈네 분식은 갈 때마다 맛이 늘 똑같았다. ‘추억’이란 단어를 붙일만한 것들은 미화되기 마련이고 간혹 ‘그냥 추억으로 두는 게 좋았을 텐데’라며 실망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수빈네 분식은 변화된 명동 상가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며 많은 이들의 추억을 연장시켜주고 있다.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말이다.

언제부터였을까 프렌차이즈 떡볶이집이 성황하고 있는, 그러니까 맹물에 다 만들어진 완제품을 들이붓기만 하면 준비가 끝나 버리는 이 간략한 시대에, 멸치를 손질하고 육수를 뽑아내는 과정은 찾아보기 드문 정성이라고 할 수 있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집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알고 있을 것이다. 어느샌가부터 육수다운 육수는 사라졌으며 죄다 비스름한 맛을 내는 떡볶이가 즐비해졌다. 그리고 가격 또한 지나치게 터무니없지 않은가.

사장님에게 비법에 대해 물었다. “비법? 그런 거 없는데…. 떡볶이 양념장이 비법이라면 비법이죠. 그리고 좋은 재료 사용하는 건 뭐, 재료상에서도 다 인정하는 사실이고, 싼 건 안 써요. 들어왔는데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반품하고. 기본이지 뭐. 이런 게 비법은 아니고”라며 사장님은 그녀의 음식처럼 말했다. 수빈네 분식의 음식을 인간화한다면 설경애 사장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녀의 음식만치 간결하고 꾸밈없는 대답이었다.

이어 사장님은 “저는 옛날 방식 곧이곧대로 하고 있어요. 뭘 더 어떻게 할까 말까 하는 고민 같은 것도 아예 하질 않아요. 맛이 변하지 않게끔 지키는 것. 그거 하나예요. 그리고 방송국에서 전화 오고 그래도 먹고 살 만큼만 벌면 됐지, 반짝하고 유행하는 그런 집은 되기 싫어요”라며 소신을 전했다. 기자는 오랜 단골로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누드김밥.

또 다른 인기 메뉴인 누드김밥은 밑간한 밥에 단무지, 참치와 마요네즈, 깻잎, 맛살, 햄, 오이, 당근이 들어간다. 맛도 생김새도 특출나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는 기본을 지킨 김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 기본기를 지킨 김밥이 군더더기 없이 참 맛있다는 사실이다. 사장님 또한 “특별한 거 없어요. 그냥 김밥이 김밥이지. 신선하고 좋은 재료 그게 다예요”라고 말한다. 이는 ‘simple is the best. 간결함이 최고다’라는 말을 상기시킨다. 사실 김밥에 뭐가 더 필요한가. 우리가 음식에 바라는 것은 기대감을 회수하고 만족감을 느끼는 게 전부 아니던가.

사장님은 장성해 아이와 함께 오는 손님들, 머리가 허예져서 찾는 손님들처럼 수빈네 분식의 역사를 함께한 손님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때마침 냄비 위로 어스름히 안개가 피어오르고, 3년 입은 교복에 흐르는 빛바랜 광택처럼 희미한 몇 가닥의 볕 줄기가 수저에 내려앉는다. 실내의 떠들썩함이 점차로 귓가에서 멀어지며 교실 냄새가 혼재한다. 눈을 뜨고 잠을 자는 새처럼 꿈을 꾼다. 바람에 너울거리는 그림자가 생각의 속도를 부추긴다. 어서, 더, 추억을 뒤적이라고. 다른 테이블에 앉은 어느 낯익은 얼굴에서 그의 어린 시절 얼굴이 중첩된다. “이제 다 익었겠는데요” 최면에서 빠져나오는 인간처럼 느리게 답한다. “맛 있 겠 다!”

음식은 허기를 채우고 추억은 공허를 채운다. 추억의 맛집은 이전의 나를 마주하게 하고 응시하게 한다. 안개 속을 걷다 이슬에 신발과 양말이 젖는 줄도 모르게 정신없이 쏘다니는 아침나절의 산책과도 같다. 학교에서 배운 걸 잊은 지 오래고 어느새 오늘 또한 추억이 될 것이다. 세월을 함께한 맛집에서의 식사는 추억에 또 하나의 추억을 덧씌우는 일이다. 추억은 더욱 선명하고 강해질 것이다. 우리는 가끔가다 그것을 두들겨 깨우고 만지며 또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것이다. 기자가 수빈네 분식에서 그랬던 것처럼.
 

볶음밥.

◆수빈네 분식 메뉴 

△기냥라면 4000원 △만두라면 5000원 △쫄면 6000원 △열무국수 8000원 △열무냉면 8000원 △비빔국수 8000원 △누드김밥 4500원 △기냥김밥 3500원 △참치김밥 4500원 △돌솥비빔밥 7000원 △비빔밥 6000원 △즉석떡볶이 5000원 △사리 1500원(당면, 쫄면, 계란, 어묵, 만두, 햄, 라면) △공기밥 2000원 △볶음밥 2000원 △사이다 1500원 △콜라 1500원


주소: 홍성군 아문길 29번길 66-11
영업시간: 11:00~20:30  사장님 개인 사정 있을시 휴무
전화번호: 041-634-7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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