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대의 위기, AIDT 도입에 반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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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대의 위기, AIDT 도입에 반대하다
  • 김수인 <홍동초등학교 학부모회>
  • 승인 2025.01.09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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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홍동초등학교학부모회

홍동초 학부모회는 지난해 12월 27일, “지방 교육재정을 파탄내고, 교육적으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2025년 AI 디지털 교과서(AIDT) 도입을 반대한다”는 공동 서명을 충남교육청에 전달했다. 

이는 앞선 26일 AIDT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황에서, 교육부가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며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따른 대응이었다.

교육부의 AIDT 도입 정책은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돼왔다. 국회 교육위원회가 진행한 ‘AIDT 도입에 대한 학부모·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는 86.6%가 도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문제뿐만 아니라 AIDT 도입 후에도 △매년 천문학적인 구독료 예산 투입 △학생들의 발달과 성장에 부정적 영향 △교육적 효과 미검증 등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

홍동초 학부모회는 ‘《불안 세대》 양육자 함께 읽기’ 모임을 통해 ‘디지털 세계가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지’를 이해하며, AIDT 도입 반대에 확신을 가지게 됐다. 《불안 세대》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아동기는 ‘놀이 기반’에서 ‘스마트폰 기반’으로 전환되며 아동들은 사회적 박탈, 수면 박탈, 주의 분산, 중독이라는 네 가지 해악에 직면하게 됐다.
 

《불안 세대》 조너선 하이트 저/ 웅진지식하우스/ 2024년 7월/ 24,800원
《불안 세대》 조너선 하이트 저/ 웅진지식하우스/ 2024년 7월/ 24,800원

첫째, 사회적 박탈이다. 아동은 서로 얼굴을 맞대고 놀면서 사회적 발달을 촉진해야 하지만,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에서는 친구와 손닿는 거리에 있을 때조차 스마트폰에 주의를 빼앗겨 가상 세계의 ‘좋아요’와 댓글에 집착하게 된다. AIDT가 도입되면, 아이들은 교사나 친구와의 상호작용 대신 디지털 기기를 통해 학습하게 돼 이러한 문제가 심화될 것이다.

둘째, 수면 박탈이다. 늦은 밤 화면 사용은 수면에 악영향을 미치고, 우울증, 불안, 학습 능력 저하, 성적 하락, 사고 증가를 초래한다.

셋째, 주의 분산이다. 스마트폰은 알림 등으로 인해 집중을 방해하고 주의를 산만하게 한다. 심지어 스마트폰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인지 능력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AIDT는 학생들로 하여금 옆길로 새고 싶은 충동을 강화해 교사들에게 추가적인 어려움을 안길 것이다.

넷째, 중독이다. 중독 연구자 애나 렘키는 스마트폰을 “인터넷에 연결된 세대에게 디지털 도파민을 하루 24시간 공급하는 현대판 피하 주사기”에 비유한다. 도파민은 즐거움을 주지만 만족감을 촉발하지 않고, 불안, 과민성, 불면증, 불쾌감을 동반하는 금단 증상을 유발한다. AIDT는 디지털 기기 과의존을 촉진하는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1996년 이후 태어난 세대의 불안과 우울이 전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이유로, 디지털 가상세계의 과소보호와 현실세계의 과잉보호를 문제로 지적한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감정을 조절하고, 실패를 받아들이며, 다른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차례를 지키는 등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운다. 안전을 이유로 많은 아이들 손에 스마트폰이 쥐어지고 어른의 감시망을 벗어난 자유 놀이가 사라지면서,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경험을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홍동초는 지난 9년간 양육자 놀이지원단 ‘앗싸’의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노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그 결과 아이들은 방과 후에도 스마트폰 주변으로 모여들기보다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몸놀이를 하는 모습이 더 자연스러웠다.

AI가 아이들의 학습을 분석하여 평가하고 맞춤 과제를 제시하는 AIDT의 밑그림 위에 교실의 모습을 그려본다. 아이들은 각자 이어폰을 끼고 영어지문을 듣고 스크린을 터치한다. 서로의 존재가 지워지고 교실에는 나와 디지털 패드만이 존재한다. 디지털 위기를 표현한 ‘서로 연결이 끊어진 작은 조각들로 산산이 부서진’ 상태를 정확하게 구현해낼 교실에 참담함이 밀려온다.

‘《불안 세대》 양육자 함께 읽기’는 가정의 문제로 치부되던 아이의 디지털 기기 사용 문제를 양육자들이 함께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더 나아가 홍동초 양육자들이 추구해온 가치와 노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불안 세대》 속 아이들의 고통을 책을 통해서 직접 느껴보길, 이후 삶의 작은 변화와 실천을 함께 만들어가길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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