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절의 고장 홍성! 이름이 부끄럽다
상태바
충절의 고장 홍성! 이름이 부끄럽다
  • 김주호 <광천제일장학회 이사장>
  • 승인 2025.01.23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trong>김주호</strong> <br>광천제일장학회 이사장 <br>​​​​​​​칼럼·독자위원
김주호
광천제일장학회 이사장
칼럼·독자위원

충절의 고장 하면 홍성이 대명사다. 충청도를 충절의 고장이라고 하는데 그 충절의 고장 중에서도 홍성이 으뜸이다. 무민공 최영 장군, 충문 성삼문 선생, 청난공신(淸難功臣) 홍가신 임득의 장군, 의병장 민종식 선생, 백야 김좌진 장군, 만해 한용운 선사를 비롯해 이름 없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이 어디 한 둘인가. 열 손가락을 몇 번 접었다 펴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호국영령이 바로 연평해전의 호국영웅 한상국 상사다. 한 상사는 서해바다를 지키던 참수리 357호정 조타장으로 임무를 수행하던 중 2002년 6월 29일 북한의 불법 기습공격으로 배가 반파되고 사상자가 속출하는 와중에 부하 사병들에게 ‘나는 배를 지킬테니 너희들은 부상병을 살려라’ 외치면서 왼팔을 운항키에 묶고 배를 살리려고 혼신의 힘을 다했으나 온몸에 중상을 입어 견디지 못하고 배와 함께 침몰 장렬히 산화했다. 마치 청산리 대첩 당시 백야 장군 휘하에 기관총부대장으로서 큰 공을 세우고 산화한 최인걸 장군의 화신과 다름 아니다. 

최인걸 장군은 교전 마지막 날 온몸에 중상을 입어 방아쇠를 당길 오른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원수 놈들 하나라도 더 죽이고 나도 죽겠다’며 가죽 허리띠를 풀러 오른팔을 총신에 묶은 채 숨이 멎을 때까지 방아쇠를 당기다 장렬히 산화했다. 최인걸 장군과 한상국 상사는 영락없는 닮은 꼴이다. 연평해전 42일 후 참수리 357호정을 인양했을 때 왼팔이 운항키에 묶인 채 발견돼 두 번씩이나 국민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이미 시신이 수습된 정장 윤영하 소령을 비롯해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조천형 중사는 정부의 냉대 속에 쓸쓸히 영결식을 치렀다. 박동혁 병장은 총상을 입어 투병하다가 영결식 3일 후에 영면했는데, 당시 한 상사 바로 옆에 있었던 관계로 한 상사가 그런 유언을 했다고 말하고는 그대로 유명을 달리해 한 상사의 충혼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당시 참수리 부정장(副艇長)이었던 이희완 대위(대령으로 예편 현재 보훈부 차관으로 재임 중)는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박동혁 병장이나 한상국 상사는 더 쓸쓸히 영결식을 치르고 연평해전 여섯 용사는 순직으로 처리해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는데, 오죽하면 한 상사의 미망인 김한나 여사가 ‘이런 거지 같은 나라에서 살기 싫다’고 이민을 갔다가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순직을 전사로 처리한 후 귀국해 한 상사 이야기로 동화책을 만들어 각급 학교에 배포하는 등 호국보훈 활동에 적극적이다. 

당시 정부에서는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그저 시늉뿐인 유감을 표시하고 영결식에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방부장관, 합참의장, 해군참모총장 등 어느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고 조문도 하지 않았으며 2함대 주관으로 영결식을 치렀으니 이게 어디 제대로 된 나라였던가. 이래 가지고서야 어느 누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 하겠는가. 미국에서는 전사자의 뼛조각 하나라도 찾아서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할 때 대통령이 참석해서 1분간 거수경례를 붙이면서 충혼을 예우하고 있는 경우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요즈음 군인들을 보면 알조다. 툭하면 하극상이고 어려운 훈련을 시키면 불평이나 하고 돈 한 푼 받지 않고 맨주먹으로 싸웠던 6·25 참전용사들, 피나는 훈련을 받으며 3년을 복무한 60대 이상의 노병들에 비하면 요즈음 군대는 나쁜 말로 먹구 땡이다. 오죽하면 ‘요새 군대도 그게 군대냐, 그놈들 전쟁 나면 모두 도망갈 놈들이다’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한 상사와 같은 호국영웅의 위훈을 널리 선양하고 추모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입각해 모교인 충남드론항공고(옛 광천상고) 교정에 동문과 국민 성금으로 흉상을 건립하고 매년 6월에 추모식을 거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광천상고 동문회와 제일장학회가 비용을 모금해 추모식을 해 왔으나 4년 전부터 충남서부보훈지청과 홍성군청에서 추모식 비용을 지원해 주고 자체성금을 보태 추모식을 하고 있다. 

그런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홍성군(군수 이용록)이 매년 지원하던 400만 원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요즈음 국가 경제가 어려워 예산 절감을 하고 있어 그 삭감 비율에 맞춰 300만 원이나 350만 원밖에 지원할 수밖에 없으니 양해 바란다고 하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그런데 그게 아니고 전액 삭감한 조치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고 박정희 대통령은 공장 하나 짓는 일보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예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돈이 없으면 아버지 제사도 지낼 수 없다’는 속담이 있다. 사실이 그렇다. 삼순구식(三旬九食)도 못 하는 가난한 처지라면 그럴 수 있다. 아버지 제사도 못 지낼 형편이라면 다른 일도 모두 폐지해야 한다. 그런데 군청에서 다른 사업은 다 하면서 몇 푼 안 되는 한 상사 추모식 비용지원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한상국 상사는 이순신 장군의 해군 후예이며, 가깝게는 청산리 대첩의 최인걸 장군의 화신이다. 이런 호국영웅의 추모식 비용을 전액 삭감한 것은 졸렬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군의회와 협의해 추경에라도 반영하는 것이 백번 옳은 일이다. 홍성군청의 맹성을 촉구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