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바속촉 메주, 맛 좋은 명품 장(醬)으로 귀결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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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바속촉 메주, 맛 좋은 명품 장(醬)으로 귀결되다”
  • 이정은 기자
  • 승인 2025.02.27 09:45
  • 호수 879호 (2025년 02월 27일)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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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자 홍주발효식품 대표, ‘참발효어워즈2025’ 대상 3관왕 ‘쾌거’
고서에서 부활시킨 ‘전통 장’으로 참발효어워즈 대상 수상 총 7건
이경자 홍주발효식품 대표가 ‘참발효어워즈2025’에서 수상한 ‘대상 3관왕’ 상장을 손에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홍주일보 홍성=이정은 기자] 홍주발효식품(대표 이경자)은 지난 15일 ‘참발효어워즈2025’에서 된장(홍주쥐눈이콩된장)·청국장(홍주황토방청국장)·장아찌(홍주청참외장아찌) 3가지 품목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뿐만 아니라 홍주발효식품은 2021년 홍주더덕도라지장, 2022년 홍주상실장과 홍주조선간장을 비롯해 지난해 홍주팥고추장까지 무려 총 7건의 대상 수상 이력을 갖고 있다.


■ 인간의 체온, 36.5도
지난 20일 이경자 대표와의 인터뷰를 위해 금마면에 위치한 홍주발효식품을 찾았다. 기자가 제일 먼저 마주한 건 뜻밖에도 홍주발효식품을 처음 방문했다는 소비자 김아무개 씨였다.

“제가 아파트 옥상에 항아리를 둬서 장이 딱딱해져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당근마켓에 쥐눈이 콩물 무료 나눔이 올라와 찾아오게 됐어요. 그런데 저장고도 그렇고 너무나도 깨끗하게 잘 관리하셔서 고추장 담을 때 사용할 메줏가루도 샀어요. 이제라도 이런 곳을 알게 돼 너무 좋네요.”

홍성읍에 거주한다는 소비자 김 씨는 주변을 둘러보며 연신 놀라움과 칭찬을 쏟아냈고, 이경자 대표는 살갑게 웃으며 김 씨의 손에 흑마늘을 쥐여줬다.
 

항아리에 담긴 메주와 간장.

■ 제2의 고향 홍성서 제2의 삶을 살다
이 대표의 본향은 충남 공주지만 40년가량 홍성에 거주하며 이곳이 좋아졌다고 한다. 전직 전문 상담사였던 그녀는 장을 담근 지 불과 7~8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과거 상담사 수련 과정 중 호스피스 병동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여명이 6개월 남짓 남은 환자분들께 ‘뭘 드시고 싶으세요?’하고 물으면, 슴슴한 된장국이나 물에 밥 말아서 장아찌 하나 올려 먹으면 살 것 같다고들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어느 날 제가 장국과 장아찌를 준비해 갖다 드린 적이 있는데, 너무 감사하다면서 우시는 거예요. 그 뒤로 자주 그렇게 해갔어요.”

당시를 회상하는 이 대표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어른거리는 시야로 다시금 호스피스 병동에서 만난 그들을 만났을 것이다. 맞은 편에 앉은 기자의 눈엔 제 몫을 베푸는 따뜻한 마음씨가 보였다.
 

저장고에서 발효를 마친 메주.

■ 메주의 온도, 36도
장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잘 띄운 메주다. 이 대표는 메주가 잘 뜨면 아이 할머니 아저씨, 담는 이가 누구이건 간에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메주는 좋은 콩을 잘 익혀 빚어내고, 적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며 좋은 균사가 나오도록 발효 조건을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공들여 완성된 메주는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마치 연질 치즈나 곶감처럼 말랑하고 촉촉한 질감을 갖게 된다. 여기에 적절한 농도의 소금물을 만나면 메주는 건져져 맛있는 장이 되고, 항아리에 남은 용액은 간장이 되는 것이다. 기자는 온도·습도·공기 순환이 용이하도록 자동 시스템을 갖춘 홍주발효식품의 저장고에서 발효를 마친 메주를 만져봤고, 실로 까망베르 치즈와도 같은 촉감과 경도임을 확인했다.
 

100평 규모의 홍주발효식품 발효·저장고.
10년 이상된 항아리에서 꺼낸 ‘간장 장석’.

■ 음식은 역시 재료다
이경자 대표는 100%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처치 곤란 B·C급 홍성마늘을 활용해 흑마늘을 만들어 장에 접목시켰고 올해 ‘마늘된장특허’를 취득했다.

이번 ‘참발효어워즈2025’ 장아찌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홍주청참외장아찌’ 또한 노지에 자라나는 초록색 참외를 유심히 지켜본, 모든 재료를 귀하게 여기는 이 대표의 남다른 시선과 시도에서부터였다. 이처럼 누군가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천덕꾸러기 신세인 재료도 이 대표의 손에서는 쓸모 있는 재료가 된다.

또한 조선시대 요리고서인 색경·규합총서·조선요리제법·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등에서 힌트를 얻어, 현시대엔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장을 복원해 맛의 방주와 유네스코에 등재됐다. 고서(古書)를 통해 부활한 장은 홍주맛의방주팥장·홍주청태장·홍주더덕도라지장·홍주상실장·홍주조선간장 등이 있다.

“맨 처음엔 교만하게도 제가 장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어요. 콩을 매수하고 불리고 쪄서 메주를 만들어 띄우고, 이런 전 과정을 제가 했으니 정말이기는 해요. 그런데 마음에서 울리는 소리가, 그게 아니라는 거예요. ‘장이 나를 만들었대요.’ 나의 조급하고 까칠한 성격이 장을 만들면서 기다림을 배우고 부드러워진 거예요. 아무리 제가 잘한다고 해도 장을 만든다는 건 자연의 도움이 필요하거든요. 그러니까 장은 저의 노력과 자연이 이뤄내는 예술 작품인 거죠.” 
 

‘간장 장석’을 들고 있는 이경자 홍주발표식품 대표가 미소 짓고 있다.

*겉바속촉: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라는 뜻의 신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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