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청운대학교 영미문화학과 교수
칼럼·독자위원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계절이 3월이다. 햇빛이 도타워지면 버들강아지에 솜털이 돋아나고 산속의 잔설은 아쉬움에 눈물짓는다. 햇빛을 정신없이 빨아들인 산수유나무는 검은 가지마다 아기 젖꽂지만 한 노란 꽃눈을 틔운다. 계절의 순환을 잠시 거슬러 또 눈발이 흩날리기도 하겠지만 우주의 순환은 어김없이 꽃봉오리를 터뜨리게 할 것이고, 땅속 구근은 지표로 새싹을 밀어 올릴 것이다.
새바람은 대학가에도 찾아온다. 방학내 종종 문이 닫혔던 대학촌 일부 상점들은 봄맞이 대청소를 할 것이며, 홍성의 택시들도 바삐 움직이고 상점들도 활기를 띨 것이다. 대학은 대학만의 독립된 기관이 아니라 지역과 대학이 상호 연결된 지역공동체다. 지역사회와 대학이 상호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성을 찾아온 학생들이 학업을 마치고 가능하면 일터와 보금자리를 이곳에 마련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지역소멸을 막아내는 방법일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새내기들에게 대학은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대학생활을 안내하겠지만, 나는 좀 더 세상을 넓게 바라보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나게 해 줄 수 있는 몇 가지 실천했으면 하는 생활패턴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자신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대학에서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기 때문에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면 좋은 학점을 얻기 어려울 뿐 아니라 청춘의 시기를 헛되이 보낼 수 있다. 규칙적 루틴의 일상에서 창조적인 삶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자유가 무절제와 방탕으로 흐르지 않도록 늘 자신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둘째,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AI나 핸드폰의 도움으로 통
역과 번역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언제 어느 곳에서나 도움을 즉시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안될 경우가 허다하다. 외국어가 능숙하다면 자신의 존재감은 급상승될 것이며, 남과의 경쟁에서 비교우위에 서게 해 주는 무기도 될 것이다.
셋째, 교양 도서를 다양하게 많이 읽으라고 전하고 싶다. 검색만 하면 모든 내용을 금방금방 확인하는 세상에서 책을 꼭 읽을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도 하겠지만, 풍부한 지식은 창조의 원천이다. 미국의 몇몇 대학은 대학 4년 내내 교양도서 100권을 선정해 교수님과 토론하고 글을 쓰게 하는 과정을 커리큘럼으로 짜 놓은 대학도 있다. 그 대학의 졸업생들은 취업도 잘되며 연봉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인성도 좋고 창조성도 높기 때문이다. AI시대에 아는 것이 많아야 창조적인 질문도 가능한 것이며, AI가 내놓은 대답이 맞는 것인지 아닌지, 높은 수준의 답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는 것만큼 보이듯이 아는 것만큼 창의성도 발휘할 수 있다.
넷째, MZ 세대답게 취미와 교양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교양과목을 선정해서 듣고, 동아리 활동도 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농악을 주로 듣고 성장해 ‘우리 것이 최고여!’를 외치며 다른 음악을 외면한다면 서양 클래식 음악이나 다양한 민속음악과 종교음악 등을 놓치게 될 수 있다.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이나 문학 등에서도 다양한 삶의 모습을 발견하고 나와 타자의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타자들과 원만한 소통이 가능하다.
다섯째, 컴퓨터와 AI의 변화와 흐름을 인지하고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러한 흐름을 외면하는 사람은 컴퓨터를 배우지 못한 노인세대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모든 정보가 핸드폰을 통해 연결돼 있다. 소통의 매체가 핸드폰이기 때문에 여기에 연결된 컴퓨터의 사용능력도 함께 길러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공능력을 심화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 전공능력이 깊어야 다
른 것들과 연결해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내가 전공하는 학문의 깊이가 교양 수준의 것이라면 다른 것과 연결돼도 별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내가 전공하는 학문의 내용이 깊어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환영받을 수 있다. 철 지난 내용이나 잡다한 풍문에 불과한 내용을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쓰레기를 수집하고 있는 사람과 다르지 않다. 무엇이 내 전공에 필요한 내용인지 교수님 강의를 새겨들으며 꼼꼼하게 공부해야 한다.
젊은이들은 핸드폰으로 소통하며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면서 하루를 보내기 쉽다.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로 살다 보면 타인과의 만남은 가상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 대학에서 친구들과 운동하고, 동아리 활동하며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젊은 날의 기회는 자신을 폭풍성장 시킬 수 계기가 될 것이다. 대학 4년간의 계획서를 치밀하게 짜놓고 그것을 꿋꿋이 실천할 때 여러분은 행복의 성으로 점점 가까이 가게 될 것이다.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